제2형 당뇨병 혈당조절, 왜 환자에 맞춰야 하나?
제2형 당뇨병 혈당조절, 왜 환자에 맞춰야 하나?
  • 이상돈 기자
  • 승인 2015.04.3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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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제2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치료동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표가 하나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의 가이드라인에 실린 ‘고혈당 관리 접근법(Approach to the Management of Hyperglycemia)’ 제목의 그림으로, 환자의 상황에 따라 혈당을 어디까지 조절해야 할지를 묘사하고 있다<그림>. 가이드라인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고혈당 관리: 환자 중심적 접근’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양 학회는 지난 2012년 선보인 공동성명에서 환자 중심적 접근법을 전면에 내세우며 각각의 환자에 따른 맞춤치료 전략을 새로운 화두로 제시했다.

“환자에 치료전략을 맞춰라”
개별화된 맞춤치료 전략의 배경에는 당뇨병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이 자리하고 있다. 당뇨병, 특히 제2형 당뇨병은 매우 다양한 발병루트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상당히 광범위한 스펙트럼에서 다양한 특성을 나타낸다. 당뇨병 이환기간, 연령, 성별, 동반질환, 심혈관 위험도 등에 따라 환자들의 임상특성이 다양한 것은 물론 치료에 대한 반응과 궁극적인 합병증 예후도 제각각이다.

가이드라인은 이에 근거해 “혈당조절에 있어 ‘one-size-fits-all’ 방식의 획일적인 접근법 대신에 혈당강하제의 부작용 위험(특히 저혈당증)과 환자의 연령·건강상태 및 여타 특성을 고려해 위험 대비 혜택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개별화 전략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양 학회는 이 개별화 전략의 구체적 예를 설명하고자 그림을 사용하고 있다.

핵심은 두말 할 것 없이 환자 중심적 맞춤치료 접근법이다. 맞춤치료의 이유를 환자, 더 나아가 환자의 임상특성에 두고 있다. 즉 치료전략에 환자를 맞추지 말고 환자에게 치료전략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침대보다 작으면 사지를 늘리는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 방식은 진정한 의미의 환자 중심 맞춤치료가 아니다. 환자에게 최적의 선택을 찾아주는 것이 맞춤치료다.

 

그림은 당화혈색소(A1C) 7%를 혈당조절 목표치의 유동적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유동적이라 함은 모든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이를 기준으로 환자와 질환의 양상에 따라 보다 강하게 또는 덜 엄격하게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

일례로 동반질환이나 혈관합병증이 없으면 A1C 7%보다 낮게, 심각한 수준이면 이보다 높은 수준으로 혈당을 조절할 수도 있다. 당뇨병 이환기간이 길고 잔여수명이 짧은 고령 환자에게는 7%보다 완화된 목표치로 혈당조절에 임할 수 있다. 당뇨병을 신규 진단받고 잔여수명이 긴 젊은 연령대에게는 6.5% 미만 또는 정상에 가까운 보다 공격적인 조절도 가능하다. 저혈당증 및 여타 약물 부작용 위험이 높고 낮음에 따라서도 보다 완화되거나 공격적인 혈당조절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궁극 목표는 혈관합병증 예방
혈당조절에 있어 이렇듯 개별화된 맞춤치료를 적용해야 하는 이유는 같은 치료를 하더라도 환자 개개인의 임상특성에 따라 궁극적인 혈관합병증의 임상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ADA와 EASD 가이드라인은 제2형 당뇨병 관리에 있어 혈당조절이 가장 중요한 인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혈당조절은 항상 심혈관 위험인자의 종합적인 관리(comprehensive cardiovascular risk factor reduction program)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한다. 혈당조절의 긍극적인 목표가 심혈관질환으로 대변되는 혈관합병증 예방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수십여 년 동안 당뇨병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라 혈당조절의 결과와 혜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보고돼 왔다.

초기 집중조절의 장기적 혜택
당뇨병과 관련한 학계의 최대 현안은 혈당조절을 통해 궁극적인 대혈관합병증(심혈관합병증) 개선을 담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집중 혈당조절 전략이 대혈관합병증에 미치는 혜택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이 어렵다. 이 현안에 어느 정도의 답을 던져준 것이 바로 UKPDS 연구다.

당뇨병 진단시점, 즉 발생 초기부터 약물치료를 통해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혈당을 조절한 결과 10년관찰에서 미세혈관합병증을 유의하게 개선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10년을 확대관찰한 총 20년 연구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대혈관합병증까지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개선혜택을 나타냈다. 이를 통해 학계는 당뇨병 발생시점부터 일찍이 잘 다스려 둔 혈당이 두고 두고 장기적으로 혈관합병증 위험을 개선해 준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이에 근거해 이전보다 엄격한 혈당조절 전략을 모든 당뇨병 환자들에게 적용하도록 권고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One Size Does Not Fit All!”
하지만 당뇨병학계는 이후 ACCORD, VADT 등의 연구를 통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혈당조절 전략을 모든 환자에게 아무 때나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또 다른 교훈을 마주하게 된다. 고혈당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상태로, 당뇨병 이환기간이 긴 고령의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단기간에 집중적인 혈당조절 전략을 적용한 결과 기대했던 심혈관 혜택을 거두지 못했을 뿐더러 과도한 혈당변동으로 인한 저혈당 위험에 노출되는 안전성 문제를 떠안게 됐다.

심혈관질환 예방을 목표로 하는 혈당조절 전략이 오히려 심혈관사건 위험을 높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학계는 당뇨병 환자에서 고혈당 노출로 인한 죽상동맥경화증이 시작되기 이전에 제대로 혈당을 잡지 못하면 뒤늦게 치료에 임한다 해도 원하는 심혈관합병증 예방혜택을 담보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때를 놓친 과도한 혈당조절이 환자의 상황에 따라서는 부정적 결과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학계는 결론적으로 UKPDS, VADT, ACCORD, ADVANCE 연구 등을 마주하고 난 뒤에야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른 개별화된 맞춤치료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환자 중심의 맞춤치료 접근법을 전면에 내세우기에 이른다.

환자·약제 특성의 조화
맞춤치료 접근법에는 약제선택도 근간을 이룬다. 원하는 혈당조절 목표치를 이루기 위해 어떤 약제를 선택하느냐의 문제인데, 당뇨병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이나 환자의 임상특성만큼이나 다양한 기전·효과의 계열 약제들이 등장하면서 맞춤선택의 실현에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ADA와 EASD 가이드라인은 혈당치료 알고리듬을 통해 메트포르민 1차선택에 이어쓸 수 있는 약제로 6개 계열을 소개하고 있다. 메트포르민에 이어 설폰요소제, 티아졸리딘디온계,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GLP-1 수용체 작용제, 기저 인슐린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 알고리듬에는 각 계열약제와 관련해 효과·저혈당증 위험·체중·부작용·비용 등의 특성이 간략하게 정리돼 있어, 이를 고려해 환자특성에 따른 선택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차약물의 선택에 있어 선호도 등급을 제시하지 않고, 약제특성에 따라 선택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일례로 치료 시에 체중증가에 큰 부담을 느끼는 환자의 경우, 중립 또는 감소효과를 보이는 약제 쪽으로 선택이 기울 수 있다. 또 저혈당증 위험에 취약한 노인 당뇨병 환자에서는 상대적으로 이 같은 부작용 위험이 낮은 약제로 선택의 저울이 움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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