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 특성에 따른 맞춤치료 전략 - 설폰요소제

 

지난 1월 미국당뇨병학회(ADA) 학술저널 Diabetes Care 2015;38:166-169, 170-175에는 제2형 당뇨병 치료에 있어 설폰요소제의 역할에 대한 특별기고가 실렸다. 메트포르민에 이어지는 2차 약물치료의 주 선택으로 설폰요소제를 유지해야 하느냐 아니냐에 대한 찬반 논쟁이었다.

미국 하버드의대의 Martin J. Abrahamson 교수는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 한 상태에서 설폰요소제의 혈당조절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여전하다며 메트포르민과의 첫 병용선택으로서 역할을 인정했다. 반면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의 Saul Genuth 교수는 환자의 임상특성에 맞게 치료할 수 있는 다른 약제들이 있다며 반대론을 펼쳤다.

대표적 2차치료제
설폰요소제는 1950년대 임상에 적용되기 시작한 이래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주요 약물치료 전략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빠르고 강력한 혈당조절 효과로 인해 메트포르민에 이어 가장 많이 처방되는 단골의 자리를 늘 고수해 왔다. 하지만 대등한 효과에 안전성으로 무장한 신규 약제들이 메트포르민과의 병용제로 등장하면서 설폰요소제의 입지를 위협해 온 것도 사실이다.

DPP-4 억제제나 SGLT-2 억제제 등 신약들은 메트포르민에 더해지는 2차치료 전략으로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할 상대로 설폰요소제를 지목해 왔다. 대표적인 2차선택으로 자리하고 있는 설폰요소제와 대척점을 만듦으로써 메트포르민 병용제, 즉 새로운 2차약물로서의 입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설폰요소제가 제한적인 근거에 의거해 동네북처럼 공격을 받으며 상당히 저평가돼 왔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설폰요소제의 장·단점
ADA는 2015년 당뇨병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설폰요소제와 관련해 풍부한 임상근거, 신장질환과 같은 미세혈관합병증 위험감소, 낮은 비용 등을 강점으로 꼽았다. 여기에 인슐린 분비를 직접 촉진하는 기전으로 인해 강력한 혈당조절 효과를 빠르게 담보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 중 하나다. 반면 ADA는 (체내 혈당량에 관계 없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다 보니) 저혈당증 위험이 있고, (인슐린 요구량을 높여 베타세포 기능부전을 초래하기 때문에) 혈당조절 지속성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 등을 단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오래된 임상경험에서 확인된 빠르고 강력한 효과에 반해 낮은 혈당조절 지속성(durability)과 여타 부작용 위험에 대한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ADVANCE
그런데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서 설폰요소제에 대한 우려를 반박하는 내용이 보고돼 학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ADVANCE-ON 연구. 앞선 ADVANCE 연구의 대상 환자들을 확대관찰한 것으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과 혈당조절의 장기적인 혜택과 더불어 위험인자 치료에 사용된 각 약제의 특성을 고스란히 읽어볼 수 있다.

ADVANCE 연구는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의 높고 낮음에 관계 없이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와 이뇨제 고정용량 병용요법을 통한 집중 혈압강하 전략을 조기에 적용했을 경우 궁극적인 대혈관 합병증, 즉 심혈관사건 위험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했다. 제2형 당뇨병 환자 1만 1140명을 대상으로 페린도프릴과 인다파미드 병용요법의 주요 심혈관 및 미세혈관 합병증 위험감소 효과를 평균 4.3년간 관찰한 결과, 위약군 대비 페린도프릴 병용군의 혈압강하 정도는 5.6/2.2mmHg로 나타났다. 이는 곧 합병증 위험감소로 이어져, 병용군의 주요 심혈관 또는 미세혈관사건이 위약군 대비 9%(P=0.04) 유의하게 감소했다. 심혈관 원인 사망은 18%(P=0.03),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은 14%(P=0.04) 감소해 모두 유의한 효과를 나타냈다.

이 연구에서는 설폰요소제 글리클라지드 기반 요법을 통한 집중 혈당조절과 표준요법의 임상혜택도 비교했다. 본 연구 5년관찰에서는 신장병증을 21%(P=0.006) 감소시킨 것이 크게 기여해 글리클라지드 기반 요법(집중조절) 그룹의 미세혈관합병증이 표준요법군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상대위험도 14%↓, P=0.01).

ADVANCE-ON
ADVANCE 본 연구의 5년 관찰에 더해 환자들을 5년 더 확대관찰한 것이 바로 ADVANCE-ON 연구다. 총 10년을 본 결과, ADVANCE 종료 후 두 그룹 간에 혈압의 차이가 소실됐음에도 불구하고 ADVANCE를 통해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했을 당시의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원인 사망의 감소효과가 다소 완화되기는 했으나 계속 유의한 상태를 유지했다(hazard ratio 사망률 0.91, P=0.03, 심혈관 원인 사망 0.88, P=0.04). 혈당치료군에서는 글리클라지드 집중조절군의 말기 신부전(ESRD) 위험이 46%(P=0.007)까지 감소하면서, 신장 관련 임상혜택이 장기적으로 유지·개선됐다.

고려의대 김신곤 교수(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는 이 ADVANCE와 ADVANCE-ON 연구를 통해 설폰요소제의 혈당조절 지속성과 장기적 안전성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ADVANCE에서는 5년 관찰까지 글리클라지드 기반 요법의 평균 당화혈색소(A1C)가 6.5%대로 표준조절군(7%대)과 비교해 0.7%의 차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이러한 혈당강하 효과는 그 차이가 없어진 5년 추가관찰 시기까지도 미세혈관 합병증을 줄이며 혜택을 지속했다.

그는 또 “설폰요소제와 인크레틴 요법을 비교한 대부분의 임상연구들은 1년 시점까지만 혈당조절 지속성의 차이를 보고하고 있지만, 2년까지 가면 이러한 차이가 모두 사라지며 5년까지 장기적으로 비교한 임상근거는 전혀 없다”며 “신·구 약제 간에 혈당조절 지속성의 차이가 있다는 말은 근거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ADVANCE-ON 연구에서는 ADVANCE 5년의 집중 혈당조절 이후에도 인슐린 요구량이 증가하지 않았다. 설폰요소제가 인슐린 요구량을 높여가며 종국에는 베타세포 기능 방전을 유도해 혈당조절을 장기적으로 가져가지 못한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다. 김신곤 교수는 이에 대해 “설폰요소제의 혈당조절 지속성이 다른 약제에 비해 우월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최근의 신규 약제와 비교해 열등하다는 임상근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약제 특성에 따른 맞춤치료 전략 - 설폰요소제
ADVANCE 연구에 주 요법으로 사용된 글리클라지드는 신장병증으로 대변되는 미세혈관합병증을 장·단기적으로 유의하게 감소시킨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여기에 본 연구 5년에 더해 10년까지의 관찰에서 심혈관질환(대혈관 합병증) 및 사망 위험을 줄이지는 못했으나, 그렇다고 증가시키지도 않았다. 김신곤 교수는 “현재까지는 중립적 효과를 보이며 타 약제 대비 비열등성을 보이고 있다”며 “글리클라지드가 ADVANCE-ON 연구를 통해 역설적으로 장기적인 심혈관 안전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저혈당 위험과 관련해 김신곤 교수는 “ADVANCE 연구에서 저혈당은 대조군 대비 높았으나, 전반적으로는 매우 낮았고 사망이나 심혈관사건 등 하드 엔드포인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설폰요소제 중에 글리클라지드가 대표적으로 저혈당이 낮은 약제라는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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