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의대 홍은경 교수

 

“임상의들은 당뇨병 치료를 예술(art, 醫術)과 같다고 한다. 어떤 수단으로(약제), 어디까지(목표치), 어떻게(치료강도) 혈당을 조절할 것인가를 놓고 각각의 환자에게 맞춤치료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임상특성이다. 적극적인 치료를 통한 혈당조절을 1차목표로 두고, 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을 환자의 상황에 맞춰 조절해야 한다.”

한림의대 홍은경 교수(동탄성심병원 내분비내과)는 당뇨병 치료에 대해 상당히 어렵고 복잡한 판단을 요하는 예술과도 같은 작업이라고 강조한다. 제2형 당뇨병의 병태생리 기전은 매우 다양한 루트를 갖는다. 따라서 환자들의 임상특성 및 예후 또한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나타낸다. 목표치의 설정에서부터 이를 위한 치료방법에 따라 합병증 결과가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 환자 개인에 대한 맞춤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홍 교수는 맞춤치료 전략에 하나의 답은 없다는 점 또한 강조한다. 당뇨병 치료는 혈당조절 시에 환자가 직면하는 문제들을 극복하면서 궁극적인 합병증 예방의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이다. 맞춤의 개념을 적용해 치료하더라도, 부작용이나 순응도 면에서 환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다른 방법을 찾아 전략을 바꾸는 것이 목표달성에 더 이롭다. 환자에게 치료전략을 맞춰야 한다는 뜻으로, 홍 교수가 말하는 맞춤치료는 ‘환자의 임상특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환자에게 최적의 선택을 찾아주는 것이 곧 맞춤치료다. 홍은경 교수가 말하는 당뇨병 환자 혈당조절 맞춤치료의 지론을 따라가 보자.

- 심혈관질환을 비롯한 당뇨병 합병증 예방을 위한 혈당관리 전략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생물학적 근거, 임상연구, 환자사례 등에 비춰볼 때 초기의 적극적인 혈당조절을 통해 장기적으로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반드시 고려돼야 할 사항은 혈당조절을 위한 치료방법에 따라 각각의 환자에서 합병증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른 개별적인 맞춤치료가 우선시 돼야 한다.

- 맞춤치료의 최근 동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나?
혈당조절의 강도, 속도, 약제선택 등에 있어 환자마다 차별화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혈당조절의 강도, 즉 당화혈색소(HbA1c) 목표치를 보자. 당뇨병 초기단계의 젊은 연령대라면 동반질환이나 합병증 위험이 낮기 때문에, 빠른 시기에 집중적인 혈당조절을 적용해도 좋다. 저혈당 위험이 낮다면 적어도 6.5% 미만 또는 정상에 가깝게 조절해도 무방하다. 반면 70세 이상 고령에 당뇨병 이환기간이 길어 이미 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아져 있는 상태의 환자들에서 엄격한 치료는 저혈당 등을 야기해 합병증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때문에 목표치를 완화해 점진적으로 치료해야 할 필요가 있다.

- 맞춤치료 등장은 어떠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고 있나?
혈당조절 전략의 변화는 2006년과 2010년 두 차례 큰 전환점을 맞았다. 2006년 미국당뇨병학회(ADA)는 갈수록 엄격해지는 치료패턴을 반영해,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초기의 집중적인 혈당조절을 권고했다. 근거는 바로 1997년 1차연구가 종료되고 이후 약 10년간 추가로 추적연구를 진행(UKPDS-PTM)해 최종 20년 관찰을 거친 UKPDS 연구다. 당시는 고혈당이 진단되면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수개월 이내에 조절이 안되면 비로소 약물치료를 한 뒤 또 수개월 단위로 약물을 증량하거나 추가했다. 이러한 따라가기 식의 치료방법은 결국 목표치 달성을 요원하게 만들고 합병증은 합병증 대로 점차 진행되는 형국이었다.

UKPDS는 진단시점부터 혈당강하제를 적용하는 방법이 생활습관 관리만을 유지하는 환자들에 비해 합병증 발생에 어떠한 이점이 있는지 관찰했다. 결과는 생활요법군보다 약물치료를 함께 시작한 그룹에서 A1C를 약 1%가량 더 낮출 수 있었고, 이러한 차이는 전체 당뇨병 관련 사망률(21%), 미세혈관합병증(37%), 말초혈관장애에 의한 사망 또는 사지절단(43%) 등 다양한 합병증 위험도를 유의하게 줄였다. 기대했던 대혈관합병증 위험은 UKPDS 종료시점에는 다른 합병증들에 비해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차이가 없었지만, 이 또한 이후 10년 관찰에서 최종적으로 두 그룹 간에 혈당의 차이가 소실됐음에도 불구하고 유의한 감소를 확인했다. 이로써 당뇨병 발생시점부터 일찍이 혈당을 잘 다스려 두면 장기적으로 미세혈관은 물론 대혈관합병증 예방에까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바이블과도 같은 교훈을 얻게 됐다.

- 2010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2006년 치료지침에는 HbA1c 목표치를 7% 미만으로 못박고 전체 당뇨병 환자에게 일괄 적용하도록 하는 패턴이었다. 하지만 2010년 ADA는 고혈당 치료를 각각의 환자에 맞춰 개별화 하도록 ‘환자 중심의 맞춤치료 접근법’을 전면에 내세우며 또 다른 변화를 천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고 지속적인 고혈당으로 발생한 합병증들로 인해 이미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아져 있는 환자에서 적극적인 혈당조절에 의한 대혈관합병증 혜택을 얻지 못했던 몇몇 연구결과에 기반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ACCORD와 VADT이며 두 연구의 적극적인 혈당관리군에서 특히 저혈당 발생률이 높았다. 연구는 당뇨병 발생 후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2년까지 이환기간이 길고 이미 심혈관질환을 앓았던 고위험군을 포함해 고령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 UKPDS와 대비된다. 결국 고혈당 노출 후 장기간 혈당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 즉 심혈관합병증 위험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상황에서 뒤늦게 엄격한 혈당조절에 임한 것이다. 결과는 UKPDS와 달랐다. 특히 ACCORD 연구의 경우, 급격한 혈당조절 그룹에서 사망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기존 계획보다 조기에 종료됐다.

- 같은 시기에 진행된 ADVANCE 연구 결과는 다르지 않았나?
당뇨병 맞춤치료에 획기적 근거를 마련해 준 것이 ACCORD, VADT, ADVANCE 연구다. 앞의 두 사례가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라 혈당조절 목표치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 지에 힌트를 줬다면, ADVANCE는 목표치에 도달하기 위해 혈당조절의 강도와 속도 등 치료방법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 지에 대한 추가적인 답을 준다. 세 연구 모두 당뇨병 이환기간이 긴 고령의 심혈관합병증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 집중치료군에서 HbA1c를 6.5% 미만을 목표했다는 점은 일치한다.

하지만 ACCORD는 목표치 달성을 위해 단기간에 가능한 모든 혈당강하제를 집중투여하며 속도전을 펼쳤다. 혈당치료가 많이 늦어 심혈관합병증 위험이 높은 상태의 환자들에게 단기간에 너무 엄격한 치료를 적용하다 보니 저혈당 부담을 이겨내기 힘들었다. 목표치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환자가 직면하게 된 치료에 대한 부담을 보지 못한 것이다. 반면 ADVANCE에서는 환자들이 짊어져야 하는 저혈당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천천히 점진적으로 혈당조절에 임했다. 결과적으로 ADVANCE의 집중치료군 역시 HbA1C 6.5%대를 달성했으나, 저혈당은 ACCORD나 VADT에 비해 월등히 낮았고 심혈관질환 위험은 증가하지 않았다.

- ADVANCE의 장기간 관찰에서 설폰요소제 기반 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은?
ADVANCE 5년 관찰과 이를 5년 더 연장한 ADVANCE-ON 연구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고령의 장기이환 환자들을 적극 치료했음에도 불구하고, 혈당조절 효과의 지속성(유효성)이 있었고 저혈당과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지 않는 안전성이 확인됐다. 설폰요소제 계열의 글리클라지드 MR 기반 요법은 평균 HbA1c를 6.5%대로 표준조절군(7%대)과 비교해 0.7%의 차이를 5년의 연구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저혈당 위험은 전반적으로 낮았다. 10년 관찰에서는 글리클라지드 MR 기반 요법이 미세혈관합병증 중 신장병증을 장·단기적으로 유의하게 감소시킨다는 점을 재확인했고, 심혈관질환(대혈관합병증) 및 사망 위험을 줄이지는 못했으나 증가시키지도 않았다. 당뇨병에서 신장 합병증은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켜 큰 고통이 되며 심혈관질환과 이로 인한 사망위험을 더욱 높인다는 측면에서, 글리클라지드 MR 기반 요법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지 않고 만성신장질환 위험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은 임상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 ADAVANCE 연구에서 글리클라지드 MR 기반 요법이 기존 설폰요소제에 대한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데, 기전상의 차이 때문인가?
최근 약제들은 계열효과(class effects)로 포괄해 설명할 수 없다. 동계열 내에서도 약제의 기전상 특징으로 인해 유효성과 안전성에 차이가 있다. 기존의 설폰요소제 계열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고유의 기전으로 인해 부작용과 혈당조절 지속성에 관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체내 혈당량과 무관하게 인슐린 분비를 계속 요구하다 보니 저혈당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베타세포 기능에 부담을 줘 인슐린 분비능을 방전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ADVANCE와 ADVANCE-ON에서 이 같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먼저 연구에서 글리클라지드 MR 기반 요법의 저혈당 위험이 전반적으로 낮았는데, 설폰요소제 중에서도 저혈당 유발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글리클라지드 MR은 여타 설폰요소제와 달리 췌장 베타세포의 수용체에 가역적(reversible)으로 작용한다. 과거 사용해 오던 다른 설폰요소제들이 수용체와의 비가역적인 결합으로 혈당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슐린을 분비시키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저혈당 위험이 낮다. 또 가역적 특성으로 인해 췌장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지 않아 베타세포 기능소실에도 영향이 적다.

실제 두 연구에서 글리클라지드 MR 기반 요법은 장기적으로도 인슐린 요구량을 증가시키지 않으며 지속적인 혈당조절 효과를 나타냈다. 설폰요소제는 오랜된 임상경험을 갖춘 약제로 빠르고 강력한 혈당조절 효과를 특징으로 한다. 여기에 글리클라지드 MR과 같이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하고 혈당조절 효과를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약제를 맞춤선택한다면 제2형 당뇨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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