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 특성에 따른 맞춤치료 전략 - SGLT-2 억제제

 

인슐린과 관계 없이 당뇨 배출량을 늘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조절하는, 기존과 전혀 다른, 새로운 계열의 경구 혈당강하제에 대한 조명이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별 환자의 임상특성에 근거한 맞춤치료의 길이 새 전환점을 맡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당뇨병학회(ADA) 공식저널 Diabetes Care는 지난 3월호를 SGLT-2 억제제 특집으로 꾸몄다. ‘SGLT 억제를 통한 (제2형 당뇨병 치료의) 진화된 전략’ 제목을 달고 나온 특별판이었다. 제2형 당뇨병 약물치료의 새로운 선택으로 등장한 이 신진세력에 대해 집중조명한 것인데, 학계와 임상현장의 관심도가 그대로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당뇨병계의 ‘New Kids on the Block’
해당 호에는 다파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 카나글리플로진 등 SGLT-2 억제 계열을 대표하는 약제의 임상연구가 10여 건 가까이 발표돼 저널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수백, 수천 명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연구의 치료·관찰이 얼마나 힘든 여정인지를 고려한다면, 한 저널에 같은 목적을 가진 다량의 연구성과들이 동시에 대거 소개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임상연구 소개에 앞서 기고문을 실은 미국 루이지애나의대의 William T. Cefalu 교수는 SGLT-2 억제제를 두고 ‘가장 최근에 등장한 New Kids on the Block’이라는 애칭을 달아줬다. 당뇨병 치료의 차세대 슈퍼스타로서 가능성을 갖춘 기대주이자, 이제 막 등장한 루키(rookie)임을 설명하고자 한 것.

“당뇨병 맞춤치료의 새로운 길 약속”
Diabetes Care 편집장인 Cefalu 교수는 “SGLT-2 억제제가 차세대 다크호스로 자리할 것”이라며 “당뇨병 환자 개별화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우선 SGLT-2 억제제는 기존 약제와는 완전히 다른 작용기전으로 인해 사용이 훨씬 자유롭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 약제는 신장에서 포도당의 재흡수를 억제하는 기전으로 당뇨의 배출량을 늘리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혈당을 조절한다. 이 작용기전은 또한 인슐린 분비능 또는 저항성과 무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인슐린 의존적인 기존 약제와 더해질 때 부가적 혈당조절 효과를 담보할 수 있다. Cefalu 교수는 “SGLT-2 억제제가 여타 약제와 병용될 때 0.5~1.0%가량의 당화혈색소(A1C) 감소혜택을 부가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밝혔다.

당뇨병 어느 단계에서든 단독·병용 가능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는 SGLT-2 억제제와 관련해 “인슐린과 독립적인 작용기전으로 인해 제2형 당뇨병의 모든 단계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제2형 당뇨병의 경우 인슐린 저항성에 의해 췌장 베타세포가 계속 인슐린을 만들어 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로 인해 제대로 된 혈당조절이 이뤄지지 않으면 종국에는 베타세포 기능부전으로 인한 인슐린 분비능의 완전 소실이 발생하는데, 인슐린 분비능이나 저항성에 의존적인 약제들은 이러한 단계에서 사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즉, 베타세포 기능이 방전된 중증 또는 말기의 당뇨병 단계에서는 제1형 당뇨병과 같이 인슐린을 제외하고는 치료에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DA와 EASD는 “인슐린 분비능이 심각하게 약해진 단계를 포함해 제2형 당뇨병의 모든 단계에서 SGLT-2 억제제 효과가 담보된다”고 말한다. 바로 인슐린과는 무관한 포도당 재흡수 차단의 새로운 기전 때문이다.

종합하면 기존의 당뇨병 치료제는 인슐린 분비 자극이나 인슐린 저항성 개선 등 인슐린에 의존하는 기전을 가진 반면, SGLT-2 억제제는 베타세포 기능 및 인슐린 반응성과 무관한 작용기전을 갖는다. 이에 따라 기존의 경구용 혈당강하제와 병용하기가 쉽고, 인슐린 저항성이나 베타세포 기능부전의 유무에 관계 없이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사용해 일관된 혈당조절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1·2·3차 모두 커버

Diabetes Care 3월호에는 이러한 SGLT-2 억제제의 기전상 특성을 반영하는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메트포르민 + 설폰요소제 치료에 더해지는 다파글리플로진의 혈당·체중 감소효과’에 관한 연구로, 1차 단독과 2차 병용에도 불구하고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중증의 당뇨병 환자에서 3차치료로 다파글리플로진을 더해 궁극적인 A1C 목표치 달성률을 끌어올린 사례다.

A1C 7.0% 미만 목표치에 도달한 환자의 비율이 다파글리플로진군에서 31.8%로 위약군(11.1%)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다파글리플로진은 이미 일련의 임상연구를 통해 1차 단독 및 병용요법(메트포르민 + 다파글리플로진)은 물론 메트포르민, 설폰요소제, DPP-4 억제제, 인슐린 등과의 2·3차 병용요법으로서도 혜택을 검증받은 바 있다. 이로써 제2형 당뇨병의 1·2·3차치료 모두에서 단독 및 병용요법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서구화돼가는 한국형 당뇨병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억제해 당뇨 배출을 늘리는 기전으로 인해 혈당조절에 더해 체중과 혈압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약제는 체내 과다한 포도당을 소변으로 하루 70g가량 배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칼로리 소모와 삼투압 이뇨작용을 통해 체중과 혈압의 감소를 담보하게 된다. ADA와 EASD는 SGLT-2 억제제의 추가적인 이점으로 적정한 수준의 체중조절(6~12개월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2kg까지 감소)과 일관된 혈압조절(2~4/1~2mmHg 감소) 효과를 꼽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3’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44.4%가 비만을 동반하고 있다. 여성은 51.8%로 위험도가 남성(37.1%)에 비해 더 높다. 이전의 비비만형과 달리 비만형 당뇨병 발생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당뇨병 환자의 고혈압 동반율 역시 54.6%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당뇨병 환자에서 고혈압 환자의 혈당조절률이 39%대로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다파글리플로진과 엠파글리플로진
이상을 통해 우리나라의 당뇨병 유병특성이 심혈관 위험인자를 동반하는 서구형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위험인자의 동반으로 인한 심혈관질환 위험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 치료 시 혈당 외에도 동반되는 위험인자를 함께 관리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때문에 혈당 외에 체중과 혈압조절에 능한 SGLT-2 억제제의 특성은 서구화돼가는 한국형 당뇨병의 치료에 새로운 맞춤 대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다파글리플로진은 포도당 재흡수를 막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기전에 의해 열량소비를 유발한다. 24주 치료·관찰에서 다파글리플로진의 체중 변화는 단독(-3.16kg), 메트포르민과 병용(-2.86kg), 시타글립틴과 병용(-2.14kg), 글리메피리드와 병용(-2.26kg), 인슐린과 병용(-1.67kg) 모두에서 감소혜택을 보고한 바 있다.
다파글리플로진 기전에 의한 삼투압 이뇨작용은 임상에서 혈압강하 또한 담보한다. 12개의 위약·대조 임상연구(RCT)를 종합분석한 결과, 다파글리플로진은 24주 시점에서 혈압을 4.4/2.1mmHg 강하시켜 위약군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Diabetes Care 3월호에 발표된 엠파글리플로진 관련 연구(EMPA-REG BP)에서는 12주 시점까지 시험약물로 치료받은 환자들의 수축기혈압(24시간활동혈압)이 위약군과 비교해 3.44mmHg(엠파글리플로진 10mg)과 4.16mmHg(25mg) 더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P<0.001).

어떤 환자에게?
Cefalu 교수는 기고문에서 SGLT-2 억제제를 어떠한 임상특성의 환자에게 적용해야 혜택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와 관련해 하나의 임상사례를 공개했다. J Am Geriatr Soc 2014;62:1252-1262에 발표된 다파글리플로진 관련 연구다. 당뇨병 이환기간이 긴 심혈관질환 병력의 고령 환자에서 기존 표준요법에 더해 SGLT-2 억제제를 추가한 결과, 저혈당증 위험증가 없이 혈당을 개선하고 체중감소를 촉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의대 권혁상 교수(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는 이와 관련해 “약제특성상 과체중 혹은 비만한 제2형 당뇨병 환자로 경증의 고혈압을 동반한 경우가 가장 효과적인 타깃으로 볼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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