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례
간 정밀 검사를 위해 소화기내과를 방문한 58세 여성 환자가 혈당 관리를 위해 내분비내과로 의뢰됐다. 환자는 약 13년 전 제2형 당뇨병을 진단받고 경구 혈당강하제로 관리해 왔으며 최근 지속적인 고혈당과 시력저하 발생으로 불편감을 호소했다. 병력 조사에서 고혈압 가족력 이외 특이 사항은 없었고 음주나 흡연력은 없었다.

진단검사

이학적 검사에서 신장 154 cm, 체중 53 kg, 체질량지수 22.4 kg/㎡, 허리둘레 88 cm였고 혈압은 138/88 mmHg, 기타 생체 증후에 이상소견은 없었다. 혈액 검사 결과 공복혈당 202 mg/dL, 당화혈색소(HbA1c) 9.8%였고 간기능 및 신기능 수치는 정상이었으며 사구체여과율(glomerular filtration rate, GFR)은 Modification of Diet in Renal Disease (MDRD) 공식으로 107 mL/min/1.73㎡이었다. 지질 수치는 총 콜레스테롤 230 mg/dL, 중성지방 105 mg/dL, HDL-콜레스테롤 37 mg/dL, LDL-콜레스테롤 172 mg/dL였다. 공복 C-peptide 2.20 ng/mL, Insulin 4.4 uU/mL, 미세단백뇨 21.75 mg/g creatinine이었다. 소화기내과에서 시행한 복부단층촬영에서는 중등도 지방간 소견이 관찰됐고 안과 검사에서 양안 망막의 출혈반 진행 소견이 관찰됐다.

치료
내원 당시 환자는 아마릴-멕스® 서방정(glimepiride/metformin 2/500 mg 복합제)을 1일 2회 복용 중이었으며 스트레스로 인해 식사가 불규칙해지고 불면증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평소에 주 3회 정도 운동을 했지만 최근에는 전혀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심한 고혈당과 당뇨병성 망막병증이 진행되는 상황으로 판단돼 인슐린 병용 치료를 고려했으나 환자가 적극적인 생활습관 교정에 대한 의지를 보여 당뇨병교육과 함께 기존 당뇨병 약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포시가®(dapagliflozin) 10 mg을 추가했다. 동반된 이상지질혈증에 대해서도 환자가 식이 및 운동 관리를 선행하기 원하여 약제 처방 없이 추적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적극적인 생활습관 교육 및 약제 처방 변경 3개월 후 환자의 외래 추적방문 검사에서 혈압 120/73 mmHg, 체중 51 kg이었고 다갈, 다뇨, 야간뇨 등의 특이 증상 및 관련 증후는 없었다. 혈액 검사에서 공복혈당 110 mg/dL, 식후 2시간 혈당 208 mg/dL였고 당화혈색소는 6.5%로 빠른 호전을 보였다. 간기능, 신기능을 포함한 다른 혈액 검사에서 이상 소견은 없었으며 지질수치는 총 콜레스테롤 173 mg/dL, 중성지방 83 mg/dL, HDL-콜레스테롤 38 mg/dL, LDL-콜레스테롤 120 mg/dL로 전체적인 대사지표들이 호전된 소견을 보였으나 여전히 LDL-콜레스테롤은 치료 목표인 100 mg/dL를 상위하여 바이토린®(simvastatin 10 mg/ezetimibe 10 mg 복합제)을 병용 처방했다.

환자는 첫 방문 시 호소하던 불편한 증상들이 많이 호전된 상태로 외래 추적진료 중이며 지속적인 생활습관 관리 및 약물 치료를 병행할 예정이다.

고찰 
본 증례는 10년 이상의 긴 유병기간 동안 비교적 혈당 관리를 잘 해오던 환자가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생활습관 관리에 실패하면서 급격히 혈당이 상승한 환자 사례이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환자에서 다음 단계 치료로 전환하는 기준은 생활습관 관리를 유지하면서 기존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당화혈색소가 7% 이상인 경우이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급격한 고혈당으로 인한 대사적 불균형 및 증상이 발생할 경우 인슐린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국내 당뇨병 환자에서 인슐린 치료의 시작 기준도 이와 유사하며 추가적으로 당화혈색소가 9% 이상인 환자에서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본 증례 환자는 내원 시 당화혈색소가 9.8%로 측정됐고 기존에 이미 설폰요소제와 메트포르민 2제를 투여하고 있던 상태에서 급격한 고혈당으로 인한 증상 및 증후가 발생한 상황으로 원칙에 따라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환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최근 환자가 급격한 스트레스로 인해 생활습관 관리에 실패했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는 점, 그리고 고혈당 지속 기간이 비교적 짧아 체중 감소나 심한 대사적 이상이 동반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 긴 당뇨병 유병기간과 심한 고혈당에도 불구하고 인슐린 치료 대신 경구약제 3제 병용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었던 근거가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임상 연구 결과들을 보면, 약제에 따라 당화혈색소 감소 폭에 차이는 있지만 경구 혈당강하제 2제요법에서 3제요법으로 전환 시, 특히 2제요법에서 베타세포를 자극하는 설폰요소제를 오랜 기간 사용했던 환자에게 3제를 추가할 경우 0.5~1% 이내의 상대적으로 적은 당화혈색소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따라서 본 증례의 환자에서 당화혈색소가 3.3% 감소한 것은 실로 기대 이상의 결과였으며 이는 SGLT-2 억제제라는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가 인슐린 분비 증가나 민감도 개선을 통해 혈당을 떨어트리던 기존의 약제들과는 전혀 다른 기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당뇨병 치료에 정도는 없다. 즉 모든 환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치료 목표를 세우고 꾸준한 생활습관 관리와 함께 최선의 약제를 선택해 적절한 속도로 혈당을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또한 당뇨병과 오랜 기간 함께 동행하는 과정에서 보다 빠르게 혈당 관리를 하고 부작용은 최소한으로 하며 당뇨병의 다양한 병인들을 골고루 관리할 수 있는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본 증례의 환자와 같이 좋은 결과를 얻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 본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