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자' 역할에 더 집중...인력·기관도 더 확대될 전망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잇따른 지적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손명세 원장의 '구매자' 표현은 더욱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오는 6월 말 1억4000여만원의 재정을 투입해 마련하는 '뉴비전'에도 이같은 내용을 담을 예정이며, 오는 8월 말에는 5억원 가량을 사용해 '세계보건의료 구매기관 네트워크 행사'를 여는 것을 물론, 심평원이 주축이 돼 '세계보건의료구매기구협회(가칭)'를 신설할 계획이다.

 

심사평가원 손명세 원장은 지난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심평원이 단순히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심사와 평가만을 하는 곳이 아닌, 국민을 대신해 62조원에 달하는 보건의료서비스를 구매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손 원장은 "이제 심평원이 심사와 평가에만 제한적 기능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보건의료 구매시스템을 발전시켜 세계의 모범이 돼야 할 때"라며 "예를 들어 구매대행하는 62조원의 보건의료서비스 중 약 20조원은 약제인데, 약에 대한 청구부분만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제약사의 연구개발부터 시작해 생산, 유통, 모니터링, 심사, DUR 점검까지 모든 것에 대해 추적·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 이러한 구매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예전에는 외국의 시스템을 쫓아가기 바빴는데 이제는 우리 시스템이 외국 능가하는 추세다. 그런 이유에서 세계보건의료구매기구협회를 만드는 것을 주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매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공단-심평원 두 역할을 맡는 미국 CMS(보건부 산하 보험국)를 방문해 이에 대해 물어봤더니 '보건부 역할이지만 구매자 기능은 CMS가 전담한다'라고 말했다"면서 "이는 결국 보건복지부와 국민이 구매자고, 심평원과 공단은 구매대행기관이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공단은 재원조달만 많을 뿐 사실상 구매 관련 업무는 심평원이 더 많다"면서 "두 기관이 더 이상 갈등을 만들면 안 된다. 같이 협력해서 대한민국 구매시스템을 발전시키고, 세계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건보공단 성상철 이사장이 지난해 취임식, 이달 초 업무보고, 지난 23일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심평원의 '구매자' 표현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데 따른 반박으로 풀이된다.

또한 심평원이 이 같은 기능과 역할을 하는 것을 고려할 때 심평원의 '비전'도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 우리의 비전은 '바른심사 바른평가'지만, 이제는 폭 넓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컨설팅 용역을 통해 뉴비전(새비전)을 준비 중이며, 6월말쯤에 이를 선포할 것"이라고 했다.

뉴비전에는 '구매' '구매대행' 등의 업무에 대해 소개할 수 있으면서도, 기존의 심사·평가 업무의 고도화·과학화 등을 설명할 수 있는 내용으로 마련될 전망이다.

이처럼 심평원이 심사·평가업무 외에도 구매에 대한 기능이 점차 커지게 되면서, 앞으로 심평원의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예를 들었던 제약 부분만 해도 허가, 연구개발, 유통, 활용, 사용, 근거마련까지 한 텀을 모두 심평원이 묶고 있다"며 "현재 이러한 업무는 약제관리실-DUR실-유통센터가 융합해 시행 중이며, 제약사들은 우리 데이터를 점차 필요로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심평원 규모는 더욱 방대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요양기관 청구 '상병명'아닌 '진단명'으로 변경 고려..."업무 더 확대" 전망

현재 요양기관에서 심평원에 청구시 유비케어나 비트컴퓨터 등의 청구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여기에는 행위, 약제 등을 넣으면 주상병, 부상병 등 상병명이 뜨게 된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대부분 진단명이 쓰여진다고 밝히고, "우리도 이제는 진단명을 사용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자료분석에 있어서 날로 정확화, 고도화, 과학화되고 있으며, 심평원도 이렇게 변모해야만 구매기능에 있어서 최고의 찬사를 받을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려면 일단 진단명 사용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련 회사들이 어려워질 수는 있겠지만, 제대로 보건의료서비스가 가동되려면 가장 기본부터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 청구양식을 변경, 개발하는 동시에 시행규칙고 개정돼야 하고, 상위법도 손을 봐야 한다"며 "점차 이에 대해 정리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실손보험 심사 위탁 논란, "비급여 심사와 연결해 고려해본 것 뿐"

 

손 원장은 이달 초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자리에서 벌어졌던 심평원의 '실손보험(민간보험) 심사 위탁'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실손보험 심사에 대해 논의한 것은 미래전략의 일환에서 고려해본 것이며, 실손보험 위탁에 대한 결정은 심평원이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손 원장은 "이번 업무보고 과정에서 심사일원화와 관련해 실손보험 심사를 검토하려고 했다는 얘기 나왔었다"면서 "솔직히 자동차보험 심사를 심평원이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듯 실손보험 심사 위탁 역시 심평원 마음대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실손보험 심사에 대한 논의가 있긴 있었지만, 이는 심평원의 미래와 연관된 부분만 살펴본 것"이라며 "향후 5년 내에 심평원에서 비급여 심사를 시행하는 것과 관련해 연장선상에서 실손보험 심사도 생각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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