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선거 패배 후 도전 '표 결집' 이끌어...'간발의 차' 차점자 집행부 견제기능 기대도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임수흠 신임 의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불과 한달 만이다. 의협회장 선거에서 아깝게 2위에 머무르며 쓴잔을 마셨던 낙선자에서, 대한의사협회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회의 수장이 됐다. '초박빙의 승부사' 임수흠 신임 의장에 관한 얘기다.

임수흠 의장은 26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3차에 이르는 초접전 승부 끝에 신임 대의원회 의장에 선출됐다. 임 의장은 불과 한 달 전 의협회장 선거에서 추무진 회장과 맞붙었던 인물이다. 

대권에 도전했던 인물이 한달 뒤 입법부의 수장이 된 사상 유례없는 상황. 여기에 숨겨진 의사들의 민심은 무엇일까?

다수의 대의원들은 임수흠 의장을 선택한 이유로 개인의 역량, 그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집행부에 대한 견제기능을 들었다.

26일 정기총회장에서 만난 한 대의원은 "한 달 전 고배를 마시기는 했지만 임 의장에 대한 고정 지지층이 여전히 확고하다"며 "지난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던 일이 임 의장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의료계의 경우 여야로 구분되는 정치색이 뚜렷하지 않다보니, 개인에 대한 지지가 표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오랫동안 의료계에서 갈고 닦아 온 임 의장의 역량이 이번에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지난 선거에서 추 회장을 바짝 따라붙었던 임 의장의 전력을 들어, 현 집행부에 대한 견제역할을 기대했다는 답도 나왔다.

앞서 임 의장은 지난 39대 의협회장 선거에서 추무진 회장과 박빙의 승부를 벌인 바 있다. 개표결과 두 사람간의 표차는 불과 '66표(득표율차 0.48%)'. 이는 3차 투표까지 간 치열한 승부 끝에 단 2표차로 승부를 확정지은 이번 의장선거와 더불어, 임 의장이 '초방빅의 사나이'로 불리게 된 까닭이기도 하다.

정기총회장에서 만난 또 다른 대의원은 "대선에서 맞붙었던 사람이 하나는 대통령, 하나는 국회의장이 되어서 만난 꼴"이라며 "이는 현 집행부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그대로 반영될 결과"라고 풀이했다.

그는 "추무진 회장에 대해서는 '안정적이다' '소극적이다'라는 두가지 평가가 엇갈린다"고 진단했다. 전임 집행부에 비해 대응이 소극적이고,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의 여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는 "결국 집행부에 긴장감을 불어넣고자 하는 견제심리가 지난 선거 최대 경쟁자였던 임 의장에 대한 지지로 나타난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그는 "임 의장 또한 극렬한 강성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고 평하며 "적절한 견제장치로 기능하되, 과거와 같이 대의원회와 집행부의 충돌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의원 직선제 전환 이후 첫 의장 당선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회원들의 직접 선택을 받은, 새로 구성된 직선제 대의원들의 투표로 선출된만큼 임 의장에게 쏠린 표심에 변화와 개혁에 대한 기대도 섞여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이날 대의원 총회에는 직선제 전환 이후 각 지역에서 새로 선출된 대의원들이 다수 참여했다. 대의원회에 따르면 이날 정총에 참여한 대의원의 절반가량이 '초선'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지역 대의원은 "직선제 대의원들의 손에 의해 선출된 첫 의장이라는 점에서, 임 의장에게 쏠리는 기대가 크다"며 "변화의 시작인 직선제 대의원의 손으로 뽑힌 첫 의장인 만큼, 변화와 혁신을 원하는 회원들의 열망을 실현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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