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다 다른 의견 제시...보호자 대리처방·건보증 확인·삭감 대책 등도 '제각각'

최근 정부와 국회, 보건의료계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차등수가 폐지, 노인정액제 상향과 관련해서 의사들은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역의사회별, 진료과목별로 의견이 분분했다.

26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67차 정기대의원총회 '제2토의안건 심의분과위원회' 부의 안건 심의에서 이같은 양상이 나타났다.

이날 제2토의안건 심의분과위원회에서는 건강보험법·제도·규제 개선,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 급여기준 개선, 심사·평가 및 삭감·환수 대책 보험제도 관련 대책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별 이득 없는 '차등수가 폐지', 조건 붙는다면 "반대할 것"

 

먼저 차등수가와 관련해 일부 진료과, 환자가 많은 몇몇 지역에만 국한된 사안일 뿐 전국, 전체 의사와는 별개라는 입장이 대두됐다.

또 차등수가 폐지에 따라 정부에서 또다른 악법이나 규제 등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와 관련되지 않은 대다수 의사들만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건강보험 법, 제도, 규제와 관련해 총액계약제 반대 대책 마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개선,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대책 마련, 포괄수가 전면 실시 반대, 적정진료 보험체계로의 개선, 차등수가제 폐지, 노인정액 기준 개선 등에 대한 안건이 올라왔다.

이에 김은용 대의원은 "차등수가제 폐지와 관련해 모든 회원들과 공감대가 형성된 것인지 의문"이라며 "실질적인 이득을 파악했는지도 궁금하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차등수가에 걸리는 회원은 5%에 불과하다. 월 30만원 정도 손해 감수해야 하는 곳은 1-2%에 그친다"며 "이를 폐지한다고 해도 대다수 회원들과는 별개"라고 했다.

이어 "차등수가 폐지 후 정부에서는 환자수와 진료시간을 공개하는 것을 요구한다고 들었다"며 "이는 모든 회원에게 적용돼 95%가 족쇄를 차게 되는 것이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폐지를 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김 대의원은 "차등수가 폐지 말고도 급한 안건이 많다. 그런데 이것만 추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일단 회원들의 의견을 묻고 이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제안했다.

이용진 대의원 역시 "그간 못 받던 돈을 받게 된다는 점, 차별이 사라진다는 점은 찬성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면서 발생하는 역기능이 더 커진다면 수용할 수 없다"며 동의했다.

이에 집행부 서인석 보험이사는 "차등수가제 폐지는 오랫동안 대의원 추진 사항이었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의 토의가 2차례있었다"면서 "건정심 보고 사항으로 다음달 올릴 예정"이라고 추진 사항을 전했다.

서 보험이사는 "각 시도에서 의견이 올라오고 있어서 논의 안건으로 채택한 것이다. 특히 이비인후과, 내과, 정형외과 등에서 의견이 많았다"며 "차등수가 폐지에 대한 다른 생각이 있다면 의견을 모아달라. 의견을 주면 집행부는 그대로 따르겠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임익강 대의원은 "차등수가에 대한 논의 자체를 멈춰야 한다. 오는 5월 진행될 수가협상에서 폐지를 함에 따라 인상률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6월 이후부터 대정부 논의를 시행하라"고 했다.

이에 연준흠 보험이사는 "실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수가협상 후 의견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협상과는 별개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정액제, 노인 관련 단체에서 할 일 아닌가?"

회원간 의견이 다른 것은 차등수가만이 아니었다. 노인정액제 상한과 관련해서도 회원마다의 목소리가 다르게 표출됐다.

수년째 몇몇 의사회에서 노인정액제와 관련해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으며, 이에 대해 수년째 대정부활동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날 모인 대의원 중 일부는 "노인정액 제도를 개선한다고 해서 의사들의 보는 이익은 없다. 왜 우리가 그런 일까지 해야 하느냐"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광래 대의원은 "우리 지역(인천)에서는 노인정액제에 대해 별다른 불만이 없다"며 "이는 의사의 실익과 연결되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국가와 노인 관련 단체에서 할 일이다. 또 한의원과 가격이 다르더라도 의사들이 다른 퀄리티를 지녔기 때문에 환자들이 알아서 병의원으로 올 것"이라며 "굳이 이에 대해 의사회가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박홍서 대의원도 "당연히 줘야 할 돈인데 정부에서 주지 않는 것이다. 구차하게 우리가 먼저 정부에게 돈을 받으려고 노력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이는 노인 관련 단체에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같은 의견을 내놨다.

반면 김문수 대의원은 "노인정액제를 2만5000원선으로 상향시켜야 한다"며 그간 일부 의사회에서 주장했던 의견을 개진했다.

김 대의원은 "집행부에서 이같이 회원들을 위한 실질적인, 가시적인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며 "이러한 활동을 해서 회원들이 회비를 내고 싶은 협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노인정액제가 상향되면서 혹시 원격의료 허용과 딜이 되는 것이 아닐지 걱정은 된다"며 "논의에만 그치지 말고 속히 이를 쟁점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인석 보험이사는 "노인정액제와 관련 아젠다를 복지부와 논의해오다가 원격의료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했다"면서 "올해 3월 국회에서 이에 대해 논의가 시작됐고, 또한 심평원에서도 연구 중이다. 향후에 이에 대한 가능성을 회원들에게 밝힐 것"이라고 했다.

연준흠 보험이사는 "보험국에서도 노인정액제와 관련해 고민이 많다. 정액제로 갈지, 행위별로 갈지, 돈은 무조건 올려야 하는지, 환자부담 비율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논의하고 있다"며 "아직 정부와의 논의 중일뿐 정해진 것은 없다. 회원들이 의견을 주면 대정부 논의 때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대의원은 노인정액제와 관련된 서명운동 시행을 요구했으나, 찬성이 11명에 그쳐 부결됐다. 이에 따라 부산에서 건의한 '공단과 심평원 구조조정 및 의료비 낭비형태 개선'을 제외하고, 나머지 6개 건강보험공단·심평원 관련 대책 안건은 모두 폐기됐다. 

◆대리처방·증 확인 의무화·진료비 삭감 대책 마련 등도 '이견 분분'

 

보호자 대리처방제 개선, 병의원 방문시 신분증 및 건강보험증 TV 홍보, 삭감 대책 마련, 급여기준 개선 등에 대한 의견도 제각각이었다.

서울시에서는 '신분증 확인 의무화와 관련해 의협에서 TV광고를 하자'는 안건을 제시했는데, 이에 대의원은 물론 집행부에서도 반대입장을 제시했다.

임익강 대의원은 "지난해 7월부터 신분증 및 건보 증 확인 의무화가 시행됐으나, 잘 모르는 환자, 회원들이 많아 불편을 겪고 있다"며 해당 안건이 시행돼야 함을 주장했다.

또 "보험증을 빌려오는 것도 문제인데, 직원 확인 부주의로 자격이 안 되는 환자를 치료한 후 병원에 불이익 크다"며 "이력 조회 시 바로 확인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서인석 이사는 "현재 수진자 확인 의무화 제도와 관련해 민원이 많다. 민감한 사안이므로 집행부에서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를 공개적으로 진행 시 부작용이 많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신분증, 건보증을 본인 확인하는 것은 환자들의 의료기관 이용에 불편을 가중시킬 수 있다. 즉 회원들에게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며 "이는 현재 체계 내에서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의원들도 집행부 의견에 동의하면서 해당 안건을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표결에 부쳐져 과반수 이상으로 폐기됐다.

한편으론 급여기준 개선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집행부가 아무런 대회원 홍보나 안내 등의 활동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용진 대의원은 "급여기준이 개선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중요한 부분에 대해 왜 회원들에게 홍보 안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연준흠 보험이사는 "급여기준은 산정횟수 푸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작년말부터는 의사회, 개원의협, 시도의사회 등 의견 받아서 500개 정도로 더 늘어났다"며 "시급성 다투는 80-90개를 올 상반기에 할 것이며,하반기 순차적으로 급여기준 개선을 이어 나가겠다"고 했다.

또 집행부가 삭감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열띤 논쟁이 이뤄졌다.

의학회 한 대의원은 "각자 병원에서 불합리한 삭감에 대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차원에서 짚고 넘어가줘야 한다"며 "이러한 문제들이 쌓여 협회와 회원 간 괴리가 발생하고, 회비 납부율이 낮아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큰 병원일수록 코드하나 때문에 수백억원이 삭감되고 있다"며 "매년 반복되는 문제에 대해 보험이사를 더 확보해서라도, 보험국을 확대해서라도 개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삭감에 대한 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진료비 지급 지연에 대한 문제도 심각해 해결책을 마련해달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동락 대의원은 "진료비 지연, 삭감 문제도 있는데, 국가 필수예방접종에 대한 행위료, 약가 지급 지연 문제도 심각하다. 심각한 지자체는 6개월씩 늦어진다"며 "집행부가 이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 이사는 "심의 중이다. 이에 대해 대책 마련을 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와 논의해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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