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도파민 부작용 감소·인지장애 개선 약물 개발 한창

항정신병 치료제 분야에 기전을 달리한 혁신신약(first-in-class)의 돌풍이 예고된다. 기존 치료제 대비 효과와 안전성을 개선한 조현병 치료제들이 그 주인공. 최근 미국 콜로라도에서 성료된 제15회 국제조현병학회(ICOSR 2015)의 화두 역시 조현병 치료 신약의 다양한 임상 데이터들이었다. 도파민을 차단하는 기전의 기존 1, 2세대 약물들은 장기간 사용에 따른 부작용 보고가 많았던 만큼 신약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하지만 부작용을 두려워해 기존 치료제의 효과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조현병 환자들에서는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우선시 되는데, 약물치료 중단에 따른 빈번한 재발과 뇌의 증상 악화로 다음 약물치료가 어려워진다는 보고가 치료제 사용에 무게를 더하는 이유다. 꾸준한 약물 복용이 강조되는 조현병 관리에서 새로 도입될 치료제들은 어디에 타깃을 두고 개발되는지 국제학회에서 발표된 약물연구를 토대로 변화의 패러다임을 살펴봤다.

1. 과도한 도파민 억제 부작용 개선 항정신병 신약

2. 조현병 인지장애 타깃한 첫 치료제 등장


 

1·2세대 약물, 도파민 과도한 억제로 부작용 문제

정신분열증의 새로운 이름 조현병. 사회적인 편견을 없애기 위해 지난 2011년 개명됐다. 평생 조현병의 유병률은 지역과 상관없이 약 1% 정도로 추산되는데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는 자살률이 0.03%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큰 수치다.

문제가 되는 정신분열증의 주요 증상은 양성증상(positive symptoms)과 음성증상(negative symptoms)으로 구분해 관리된다. 제1형인 양성증상은 환각, 망상, 긴장, 불면 등이며 일반적으로 도파민 차단작용에 치료 반응이 좋은 조현병이 해당된다. 제2형에는 무기력, 사회적 고립과 사회성 결여, 불결한 위생상태 등의 음성증상이 두드러지며 항정신병 약물의 치료효과가 좋지 않다고 알려졌다.

이렇듯 조현병의 양성 및 음성증상 관리에 사용되는 치료제는 주로 뇌의 기저핵, 시상하부, 변연계(limbic system), 뇌간(brain stem), 연수 등 다양한 부위에 위치한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하는 기전을 갖는데 과도한 도파민의 억제가 부작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를테면 페노티아진계열 약물의 경우 기초대사, 체온조절, 불면, 혈관운동, 구토, 호르몬 균형을 조절하는 망상활성계(reticular activating system)를 억제해 항콜린성 작용과 알파 교감신경 차단과 같은 부작용을 야기시키는 것.

조현병 발병 초기부터 꾸준한 약물복용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기존 치료제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부작용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양의대 최준호 교수(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현재 사용 중인 치료제의 대부분은 도파민 억제제로 1세대는 도파민 차단을 타깃으로, 2세대는 세로토닌을 통해 도파민의 균형을 바로잡는 쪽으로 작용하는데 이와 관련된 다양한 부작용이 보고된다"며 "1세대 치료제엔 만발성 운동장애가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꼽히며, 올란자핀과 같은 2세대의 경우 체중 증가, 당뇨병, 대사증후군 등이 문제로 거론된다. 때문에 이를 개선한 치료제들의 연구에 수요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MRI, PET을 이용한 신경 영상학 연구 데이터를 살펴보면 약물치료 중단에 따른 뇌의 증상 악화 소견이 관찰되는데, 치료제의 사용 중단 없이 효과와 안전성을 보완하는 새로운 기전의 약물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기존 1, 2세대 치료제와는 별개로 신경전달 물질인 글루타메이트를 이용해 조현병의 양성증상과 음성증상, 인지기능 장애를 개선하는 타깃 연구도 그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ITI-007' 운동신경·대사장애 부작용 줄여

 

현재 주목받는 약물은 운동과 대사장애 부작용을 해결한 ITI-007, 체중증가 부작용을 해결할 것으로 보이는 ALKS 3831, 인지장애를 개선한 엔세니클린(encenicline) 등이다.

인트라셀룰라테라피(Intra-Cellular Therapies)의 실험약물인 ITI-007은 독창적 기전의 항정신병 치료제로 기존 조현병 치료제인 얀센의 리스페달(리스페리돈)과 비교해 운동신경과 대사장애 등의 부작용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개발에 참여한 인트라셀룰라의 Kimberly E. Vanover 교수가 이 같은 연구결과를 ICOSR 2015에서 지난 3월 30일 공개했다(Abstract 2191190).

현재 많이 처방되는 리스페리돈은 선택적 모노아민(Monoamine) 길항제로 뇌의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등에 길항작용을 나타내며 신경전달물질의 과잉작용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앞선 항정신병 치료제들에 비해 운동기능 억제나 간경변증 유발 가능성이 적어 좋은 평가를 받던 약물.

이런 상황에서 ITI-007은 리스페리돈의 강점에 더해 기존 약물과 다른 작용기전으로 기타 약물과 병용 없이 단독사용이 가능하다. 이 약물은 세로토닌 5-HT2A 수용체에 강력한 길항작용을 하면서 도파민 수용체의 인단백질 조절, 글루타메이트 조절,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다. 해당 환자에서 수면의 질을 비롯해 항정신병, 항우울증 증상에 초점을 맞춰 개발이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ITI-007의 앞선 1상 및 2상임상에서는 이미 조현병과 관련된 음성증상을 줄이고 항정신병 효과와 함께 수면의 질을 개선한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된 2상임상 연구는 갑자기 악화된 조현병 환자 335명을 대상으로 ITI-007 60mg 또는 120mg, 위약을 4주간 매일 투약케 했다. 28일째 결과에 따르면 ITI-007 60mg 투약군에서는 조현병의 양성증상과 음성증상을 평가하는 PANSS 지표가 위약군에 비해 의미 있게 개선돼 1차 종료점을 만족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점은 리스페리돈과 비교해 ITI-007 60mg과 120mg 투약군 모두에서 인슐린, 글루코오스, 트리글리세리드, 총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프로락틴 수치 등 체내 호르몬 수치를 유의하게 조절한 것.

또 60mg 용량은 부작용 발생에 있어서도 위약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가장 빈번하게 보고된 이상반응은 120mg 투약군에서 진정작용이 관찰됐다. 하지만 ITI-007 투약군 모두에서는 심장박동, QTc 구간의 연장 등 심혈관 기능과 관련해 어떠한 이상반응도 관찰되지 않았다. 이에 더해 ITI-007 투약군에서는 긍정적인 체중 증가 소견도 관찰됐다.

하위분석에서도 결과는 비슷됐다. 60mg 투약군은 치료 28일째 조현병의 우울증지표인 CDSS 지표를 비롯, PANSS 점수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연구팀은 "조현병과 우울증이 동반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하위분석 결과에서도 ITI-007 60mg 투약군의 절반에서는 전체 PANSS 점수가 개선됐다"고 밝혔다. PANSS를 바탕으로 전사회적 인자를 평가한 사후 하위분석(post hoc subanalysis)에서도 정서적 위축(emotional withdrawal) 및 능동적 사회적 회피(active social avoidance)와 같은 양성 및 음성증상의 개선이 일부 관찰됐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미네소타의대 신경정신과 과장을 맡고 있는 Charles Schulz 교수는 "체중 증가에 대한 일부 이슈도 있었지만 기존 치료제인 클로자핀과 비교해 도파민 억제를 과도하게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비슷한 효과를 유도해 새로운 옵션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 ITI-007은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3상임상에 돌입한 상황이다.

체중 증가 부작용 낮춘 'ALKS 3831'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은 조현병, 양극성 장애 등 다양한 정신과 질환에서 사용되지만 체중 증가라는 부작용은 늘상 걸림돌이었다. 이러한 부작용을 이유로 약물의 복용을 중단하는 환자도 많았던 상황.

여기서 항정신병 약물인 자이프렉사(올란자핀)와 같은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체중 증가 부작용이 적은 새로운 약물의 톱라인 결과가 발표됐다.

이 약물은 6개월간의 2상임상 연구를 완료한 먹는 항정신병 치료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루 한 번 투약하는 알케르메스(Alkermes)의 ALKS 3831은 올란자핀과 뮤 오피오이드 수용체 길항제인 사미도판(samidorphan)의 복합제이다.

사미도판은 올란자핀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올란자핀 복용 환자에서 나타나는 체중 증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개발사에 따르면 ALKS 3831은 개발 당시 부터 조현병을 비롯 알코올을 남용하는 해당 환자를 대상으로 올란자핀의 체중 증가 부작용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먼저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2상임상은 2개 단계로 나눠 실시됐다. 첫 3개월간은 해당 환자를 올란자핀 투약군과 ALKS 3831(3개 용량 중 1개 사용) 투약군으로 구분해 약물의 항정신병 효과와 체중 증가 정도를 평가했다.

일단 초기단계의 연구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올란자핀 투약군과 비교해 ALKS 3831 투약군은 긍정적인 항정신병 효과와 함께 그동안 제기됐던 체중 증가 문제가 해소됐다. 이어진 3개월간의 연구에서는 기존 올란자핀 투여군 역시 ALKS 3831로 전환해 치료 효과를 평가했고, 앞서 확인됐던 효과가 그대로 유지됐다. 눈에 띄는 점은 올란자핀에서 ALKS 3831로 전환 투약한 환자군에서도 조현병 치료효과는 유지되면서 체중 증가가 줄었다는 사실.

결과에 따르면 ALKS-3831을 3개월 복용한 환자군의 경우 체중 증가가 0.5%로 올란자핀 투약군 4.3%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으며, 올란자핀에서 ALKS-3831로 전환 투약한 환자에서도 이후 3개월 동안 체중이 0.1% 증가하는데 그쳤다는 것. 사측은 "체중 증가 문제가 따랐던 올라자핀 투약 환자도 ALKS 3831로 전환하면 강력한 항정신병 치료 효과와 함께 체중 증가를 줄이는 효과까지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ALKS 3831은 6개월의 투약기간 중 좋은 내약성이 확인됐으며,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기면(somnolence), 진정작용, 현기증 등이었다. 현재 알케르메스는 ALKS 3831의 2상임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승인 관련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며 올해 3상임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제약 분석가들은 ALKS 3831이 남은 3상임상에서도 같은 결과가 유지된다면 올란자핀을 뛰어넘는 치료 옵션으로 등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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