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력·간편해진 치료제들 등장

▲ 에이즈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환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에이즈 치료가 갈수록 간편해지고 있다.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진 것은 물론 환자들의 생활패턴에 맞게 처방할 수 있는 다양한 약들이 나오면서 그야말로 에이즈 치료에서도 맞춤형 치료가 열리게 된 것. 특히 다성분 복합제도 나오면서 에이즈 환자를 많이 보지 않는 비전문가들도 비교적 쉽게 처방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최근 대한에이즈학회도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국내 'HIV 감염인의 HIV/AIDS 진단 및 치료에 관한 임상진료지침 권고안: 2015년 개정판'을 새로 내놓으며 패러다임 변화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침을 중심으로 일부 변화된 내용과 새롭게 수록된 치료제, 그리고 앞으로 나올 약들을 살펴봤다.

치료제 지각변동…디다노신/라미부딘 제외

올해 나온 새 지침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치료제 부분이다.
우선 에이즈 치료의 기본골격(backbone)이 되는 뉴클레오시드 역전사 효소 억제제(NRTI) 선택에서 2차로 추천되는 디다노신/라미부딘(DDI/3TC) 조합이 완전히 빠졌다.

2년 전 선보인 2013년 개정판에서는 NRTI의 2차 약물로 지도부딘/라미부딘(ZDV/3TC) 또는 디다노신/라미부딘(DDI/3TC)을 권고했었다.

진료지침개정위원장인 서울의대 김남중 교수(서울대병원 감염내과)는 "디다노신은 매우 오래된 약으로 이전부터 대사합병증 발생으로 유명한 약이다. 미국 지침에서도 삭제된 지 오래됐으며 국내 지침에서도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이번 목록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대사합병증 중 지방이형성증이라고 해서 광대뼈(얼굴) 부분 지방이 빠져나가는 증상이 있는데 환자들이 매우 부담스러워하는 부작용 중 하나"라면서 "그 외에 췌장염과 신경독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엘비테그라비르/코비시스타트 추가

이와 함께 통합효소억제제(InSTIs)는 기존의 랄테그라비르(RAL)에 엘비테그라비르/코비시스타트(EVG/COBI)가 추가됐다.

다만 테노포비르/엠트리시타빈(TDF/FTC) 성분이 포함된 고정용 복합제로 나왔기 때문에 계열이 추가됐다고 해서 다른 조합과 가능하지는 않다. 이번 지침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이 약의 특징은 하루 1번 1정 복용만으로 강력한 항바이러스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에이즈 환자들이 많은 약물을 서로 다른 용량용법으로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순응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반드시 음식과 함께 먹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주성분 중 하나인 엘비테그라비르(EVG)는 랄테그라비르(RAL)와는 달리 CYP3A 효소에 의해 주로 대사되는데, 이로 인해 약물 상호작용이 빈번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리파부틴(rifabutin), 리팜핀(rifampin), 리파펜틴(rifapentine)과 같은 항결핵제와 같이 투여할 수 없으며, 신장독성은 외국에서도 보고되는 대표적 부작용으로 이에 따라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골밀도 감소도 모든 연구에서 문제가 있다고 나온 것은 아니지만 다른 약보다는 훨씬 높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지침에서는 혈중 크레아티닌이 70mL/min 초과인 사람에게는 피해야 하며, 투여 전에 비해 혈중 크레아티닌이 0.4mg/dL 이상 상승할 때에는 근위 신세뇨관 손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의해야 한다고 언급돼 있다.

이에 대해 서울의대 방지환 교수(보라매병원 감염내과)도 "일본 연구에서 60kg 이하인 저체중자에게 신독성 부작용이 2배가량 높다는 연구가 있다. 따라서 저체중 환자는 신독성 위험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의 깊게 모니터링만 하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돌루테그라비르 포함 안돼…약물상호작용 한계

통합효소억제제(InSTIs) 중에서 지난해 9월 국내 허가된 돌루테그라비르(DTG)는 이번 지침에 포함되지 않았다. 개정안 작업 당시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인데 향후 다음 개정안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돌루테그라비르는 효과만 놓고 보면 같은 계열인 랄테그라비르(RAL)보다 우수한 약물이다. 비열등성 검증 연구에서 우수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일찌감치 이 약물을 InSTIs 계열에서는 최상위로 권고하고 있다.

▲ 2015년 에이즈 치료 개정판. 스트리빌드가 새롭게 추가됐다.
더 큰 매력은 내성에 강하다는 점이다. 방 교수는 "돌루테그라비르의 내성장벽이 높은 이유는 랄테그라비르와 엘비테그라비르보다 효소억제 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라며 "즉 약제내성돌연변이가 생겨 효소모양이 조금 변해도 안정적으로 잘 들러붙어 발생되는 내성이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임상결과를 보면 치료경험이 없는 사람에서 이 약제를 투여한 군에서는 내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으며 기존약제에 내성이 있는 경우도 내성 돌연변이가 많지 않으면 비교적 잘 듣는다.

한계는 역시 약물상호작용이다. 대표적으로 메트포르민의 혈중농도를 높이기 때문에 당뇨병 동반 에이즈 환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신독성과 관련해 방 교수는 "OCT2(Organic Cation Transporter 2)를 억제하기 때문에 신장기능에는 별 영향이 없지만 크레아티닌 수치가 조금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코비시스타트(COBI) 성분이 MATE1 수용체를 억제해서 크레아티닌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원리라는 설명이다.

현재 돌루테그라비르는 단독으로 허가를 받았는데 하반기에는 아바카비르/라비부딘/돌루테그라비르가 한 알로 된 고정용량복합제도 나올 계획이며, 테노포비르/엠트리시타빈/에파비렌즈 또한 한 알로 된 제품도 곧 나올 것으로 보여 선택의 폭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릴피비린 권고 등급 변화

아울러 릴피비린의 권고등급도 조금 수정됐다.

비뉴클레오시드 역전사효소 억제제 중 에파비렌즈(EFV)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차선책으로 릴피비린(RPV)을 권고했지만 새 지침에서는 HIV RNA DNA가 밀리리터당 10만 미만일 경우는 릴피비린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일부 수정됐다.

이는 HIV RNA DNA가 적은 경우 사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10만 카피가 넘어가면 릴피비린이 초치료제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개정된 미국 지침과 비교했을 때 차이점은 단백분해효소 억제제인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LPV/r)가 그대로 유지됐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방질대사 합병증 문제로 우선권고에서 밀려나 있다.

김 교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우선권고 약물로 유지시켰다"면서 "그 이유는 외국에서 문제 삼는 지방질 대사 합병증이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번 지침에서는 임산부와 소아청소년의 치료가 포함됐다. 성인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지만 약물처방 시 주의해야 하는 점과 부작용 그리고 약물상호작용에 대해 상세히 기술해 놓았다.

향후 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지침의 빠른 변화는 그만큼 약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하루에 한 번 복용하는 복합제는 물론이거니와 주사제 형태의 약물도 개발 중이다. 또 내성을 피하기 위해 쓰고 있는 3제요법도 앞으로는 1제로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방 교수는 "릴피비린을 나노입자로 개발한 주사용 약이 나왔고, 카보테그라비르 또한 경구제와 주사제로 시험약물이 개발돼 있다"면서 "특히 나노약물이 시판되면 3~4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시대도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덧붙여 교수는 "나노분자를 활용한 치료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며 시장성에 따라 출시 시점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 휴면 기억 T세포를 찾아 활성화시키는 약물도 개발되면 완치시대도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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