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이창준 과장, 지지부진한 개편 속도 비판에 "고소득자 보험료 증가 부담 토로"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안이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로 정부가 고득 상위계층의 눈치를 살피느라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는 것이란 발언이 나왔다. 

지난해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에서 '개편안'을 완성했지만, 개편은 아직까지 한 발도 떼지 못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험정책과장이 지난 17일 열린 보건경제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단순한 '시간 끌기'가 아닌 '신중한 접근'을 하느라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소득자들의 보험료 증가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며 '눈치보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했다.
 

▲ 정부, 언론, 학계 등의 전문가 패널들이 보건경제학회에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과 관련한 토론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지역과 직장가입자로 이원화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와 관련해 개편에 대한 요구와 민원이 십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보험료 부과체계와 관련된 1년 평균 민원이 6000만건에 달하고 있어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이다.

또한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됐고,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개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정부에서는 개편하기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해 지난해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을 발족했으며, 기획단은 여러 가지 모형을 검토한 다음 '직장가입자의 부과대상 소득범위를 확대하고, 소득 있는 피부양자에 대해서는 보험료 부과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만들었다.

또한 기존에 소득과 재산, 자동차에 건보료가 책정된 지역가입자는 소득 중심의 정률로 보험료를 내며, 자동차 기준은 폐지하는 방안을 제기했다. 만약 소득이 없다면 정액의 최저 보험료 부과토록 했다.

기획단은 이 같이 바뀌게 되면 소득이 없는 지역가입자의 부담은 덜게 되지만, 고소득의 직장인의 경우 건보료가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개편안에 따라 올해 초부터 개편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복지부 장관이 갑작스럽게 '백지화'를 발표했고, 그 뒤에 '연내 추진' '논의 중'이라며 말 바꾸기를 이어갔다.

이를 두고 '눈치 보기'라는 거센 여론의 비판이 일자 국회차원에서 '당정협의체 '를 구성해 논의를 지속하고 있고 있으나,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마리가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

▲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건정책과장

이창준 과장은 개편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부과체계는 우리나라 5000만 국민에게 적용되는 단일화된 제도이기 때문에 이를 바꾸기는 쉽지가 않다며 하나하나 치밀하게 검토하다보니 오래 걸리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과장은 "기획단에서는 일부만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그쳤으나, 복지부에서는 모든 사람을 시뮬레이션 해보고 있다"며 "보험료 구간별로 어떤 문제와 부작용 있는지 점검 중"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최저 보험료 대상, 빚을 낸 주거용 재산, 가족 유대 중시 풍토에 따른 피부양자 범위 등 민감한 문제들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에 투입되는 재정 손실을 건보 재정으로 막아야 할지, 아니면 다른 부분에서 가져올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게다가 '고소득자들의 보험료 급증'에 따른 문제도 간과할 수 없음을 인정했다.

개편을 하면 저소득층, 재산이 적은 분들이 혜택을 받게 되는데 이들은 침묵하는 다수이고 개편한 후 부담이 증가하게 되는 사람은 고소득자며, 이들은 여론주도층이자 우리나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란 게 이 과장의 생각이다. 따라서 치밀하게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이 과장은 개편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과장은 "개편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높은 직장가입자 분포 등을 고려해볼 때 현재 시점이 가장 개편하기 적정한 시점이며, 다수의 사람들도 이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반드시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시간 끌기는 아니다. 당정간 논의가 정리되는대로, 기획단 개편안과 복지부의 시뮬레이선 검토 안 등을 토대로 사회적 합의를 거칠 것이다. 될 수 있으면 빠른 시일내로 갈 것이며, 정책 수용성상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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