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중독, 교육청과 연계해 3000명 대상 연구

국내 신경정신과 전문가들이 대국민 정신건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부와 손을 잡고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초기 조현병부터 기분장애, 인터넷 중독, 성폭력 등 4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질환의 발생기전부터 재활까지 아우르는 국내 역학연구의 기반을 새로 닦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정책적인 변화도 일조한다. 중증 정신건강질환자에만 국한됐던 '정신보건법'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증진법'으로 개정되면서 사업도 확대될 조짐.
 
지금까지 정신건강사업을 뒷받침해줄 기초 연구들이 전무한 상황이라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사업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라도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하나로 지목된 정신과 영역 코호트 연구의 추진 배경과 세부 계획을 살펴보고, 정신과 분야 전문가들에게 장기추적연구에서 기대하고 있는 성과에 대해 물었다.
 

최근 진단 및 통계 편람 5판(DSM-5)은 인터넷·게임중독을 '추가연구를 통해 향후 포괄해야 할 기준'으로 포함시키는 등 인터넷 중독이 고유 정신병리를 가지는 1차적 질환이라는 연구결과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국내서도 인터넷 중독 환자의 현황 등을 파악하는 사업이 추진 중이다. 장기추적연구를 통해 인터넷·게임 중독 원인을 밝혀 효율적인 중독 관리를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 시작한 것.

연구팀은 △아동 청소년 인터넷·게임·스마트폰 사용 실태 및 행위 중독 유병률 파악 △아동·청소년 인터넷·게임·스마트폰 중독 발생 위험 요인 및 보호 요인 규명 △학교기반 아동·청소년 코호트 관찰을 통한 행위중독의 특성 규명 △인터넷·게임·스마트폰 중독 장기 추적조사를 위한 기반 구축 △인터넷·게임·스마트폰 중독의 자연 경과 장기 추적 조사를 위한 프로토콜 개발 △인터넷·게임·스마트폰 중독 임상집단의 장기추적을 통한 자연 경과와 영향요인을 규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총 연구 대상군은 교육청, 학교, 교사 학부모와 MOU를 체결해 3000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동학대 예방사업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

여기에 더해 아동 성폭력 피해자의 정신건강 보호 및 관리를 위한 장기추적 코호트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시행되는 최초의 장기 추적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국내에서 시행돼 온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모든 연구가 횡단적 연구이고 이마저도 극히 소수였기 때문이다.

대상군은 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에 내원하는 아동 및 보호자 가운데 만 19세 미만의 소아 및 청소년으로 아동 성폭력에 피해를 입은 경우나  연구 대상 아동과 보호자가 모두 서면으로 동의한 이들로 구성됐다. 단 연구 참여에 아동 또는 부모가 동의하지 않았거나, 양쪽 부모 모두가 가해자일 경우는 연구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상자들은 총 5년간 3~6개월 간격으로 내원해 정신과 전문의 면담, 심리검사, 자기보고검사를 받게 된다.
이번 연구를 통해 성폭력 피해자를 예측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파악해 성폭력 예방정책을 수립할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연세의대 이슬비 연구원(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학교실)은 "성폭력 피해와 관련된 정신병리 외에 아동 학대와 방임 등 가족 내 병리와 관련성도 규명할 수 있기에 아동 학대 사업에 대한 기초 자료를 제공할 것이며 가족 내 폭력과 아동 학대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외 전문가들과 교류 활성화해 연구 한계 극복  

 

전문가들은 국내 첫 대규모 연구인 만큼 성과 도출을 위한 전략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연구진들은 국제 학술대회 개최를 비롯한 논문 게재를 목표를 두고 국외 전문가들과의 활발환 교류를 통해 자문을 받는 형식으로 연구 한계점을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실례로 조현병 코호트 연구팀은 호주 멜버른 대학 오리진 청년 건강센터(Orygen Youth Health Centre) Paul amminger 박사팀과 초발 조현병 환자에서 염증마커와 임상변이의 관계에 대해 공동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임상연구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인체자원은행 센터 9곳과 협력 중에 있으며, 초발 조현병 환자의 추적관찰 표준 프로토콜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생체자원의 구축을 통해 새로운 연구과제에 활용되거나 기존 과제와도 연계가 가능할 것이라는게 정영철 교수의 부연 설명이다.

연구방법에 있어서도 전문성, 체계성, 다양성을 구축해 좀더 세밀한 결과를 이끌어내겠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터넷 중독 코호트 연구는 환아 및 부모와 함께 면담이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점은 대상자 대부분이 솔직한 답변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터넷 중독 연구팀은 각 대상군마다 개별 면담을 실시해 결과의 내용을 좀더 세밀하게 담을 계획이다.

이헌정 교수는 "코호트 연구에 있어서 웨어러블 기기 등을 이용한 수면 및 활동 리듬 변화와 기분 변화를 추적하는 등의 연구방법도 함께 도입해 정신건강질환 연구 데이터의 다양성 및 정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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