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영역 '토종' 코호트 연구 나온다
정신과 영역 '토종' 코호트 연구 나온다
  • 박미라 기자
  • 승인 2015.04.21 0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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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사업 꽃 피우려면 기초연구로 터 닦아야"

국내 신경정신과 전문가들이 대국민 정신건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부와 손을 잡고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초기 조현병부터 기분장애, 인터넷 중독, 성폭력 등 4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질환의 발생기전부터 재활까지 아우르는 국내 역학연구의 기반을 새로 닦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정책적인 변화도 일조한다. 중증 정신건강질환자에만 국한됐던 '정신보건법'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증진법'으로 개정되면서 사업도 확대될 조짐.

지금까지 정신건강사업을 뒷받침해줄 기초 연구들이 전무한 상황이라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사업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라도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하나로 지목된 정신과 영역 코호트 연구의 추진 배경과 세부 계획을 살펴보고, 정신과 분야 전문가들에게 장기추적연구에서 기대하고 있는 성과에 대해 물었다.

 

조현병 사회경제적 비용 3조원 훌쩍

 

조현병은 암 중에서 사회경제적 비용이 가장 큰 간암보다 더 높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한조현병학회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05년 한해 조현병 치료에 국가 전체 의료비의 1.6%를 지출하고 있다. 이 중 직접 의료비용이 4286억원이고, 노동력 상실 등의 간접비용을 포함하면 사회적으로 3조 2510억원이 쓰인다.

하지만 현재까지 단일기관의 소규모 후향적 연구만 있어, 다기관 대규모 전향적 연구를 위한 국가적 연구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되는 조현병 장기 추적연구는 중증 정신건강질환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등의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기분장애 유병률 오름세…추적조사 시급

기분장애 코호트 연구 역시 시급한 실정이다. 대한민국 성인에서 기분장애 발병 위험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최근 보고서가 이를 대변해준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4월 4일 '정신 건강의 날'을 맞아 '국민정신건강과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 36%가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더 암울하다. 전체 대상자 중 3분의 1 정도가 우울, 불안, 분노와 같은 정서적 문제를 경험했는데, 그 중 28%는 우울증, 21%는 불안장애를 동반하고 있었던 것.

이처럼 기분장애 유병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기분장애는 질병 초기단계부터 환자의 추적조사가 시급한 질환 이다. 하지만 재발률, 삽화 기간, 공존질환 등을 포함해 연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연구는 국내 우울증 환자자료를 토대로 한 CRESCEND(Clinical Research Center for Depression in korea, 2011) 연구뿐이다.

고려의대 이헌정 교수(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기분장애는 원인 및 병태생리가 매우 다앙할 뿐더러 질병초기에 단극성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의 구별이 어려워 추적 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게임 중독 전향적 연구 부재

 

조현병과 기분장애 등을 포함한 정신건강질환만큼 대한민국에서 유병률이 점차 늘고 있는 질환이 있다. 바로 중독질환인데, 그 중에서도 '인터넷·게임 중독'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인터넷 중독 유병률은 2013년 기준 8.6%로 대만, 홍콩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률, 인터넷·스마트폰 이용률이 최고 수준인 사회현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인터넷 중독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질환을 정의하고 개념화하려는 움직임이 발빠르게 공식화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터넷·게임중독을 세계질병 표준분류체계 11판에 반영시키자는 문제를 지속해서 거론하고 있을 정도다.

을지의대 방수영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현재까지 많은 연구가 인터넷 중독의 특성과 여러 요소와 상관관계를 단면적으로 확인했지만, 인터넷·게임 중독의 위험 및 보호요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인터넷·게임 중독 된 후 얼마나 지속되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되는지 등 질환의 자연 경과와 임상경과에 대한 전향적 연구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피해 예방정책 절실

인터넷 중독만큼 아동 성폭력 관련 문제 역시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2009년 세브란스병원에서 위탁 경영하고 있는 서울해바라기 아동센터가 지난 5년간 치료받은 성폭력 피해 아동 49명의 치료효과 및 삶의 질에 대한 예비 추적 연구를 했다.

그 결과 피해 아동은 건강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고, 정신건강 탄력성 영역에서 가족들의 참여가 저조해, 사회문제 해결이나 학업 성취 면에서 좀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국외 선행연구들을 통해 성폭력피해를 입은 아동의 80%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보인다고 알려지면서, 아동 성폭력이 장기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됐다.

전문가들도 아동 성폭력의 영향을 정확히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예방하는 것은 물론 정교한 정책적·실천적 방법을 찾기 위한 장기 추적 연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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