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쟁규약 더 엄격…CP 지키면 문제 없다

 

최근 제약업계는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이 화두다. 제약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공정경쟁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을 가동하고, 제약협회는 이사회를 통해 리베이트 의심기업에 대한 무기명 투표까지 하는 등 강수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내년 9월 시행될 것으로 예정된 '김영란법'도 제약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의약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과 김영란법이 어떤 차이를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이 법이 제약업계에 어떤 파급을 불러올지 전망해봤다.

"김영란법, 찻잔 속 태풍 그칠 것"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부패인식지수(CPI)가 100점 만점에 55점으로 청렴도와 거리가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법은 '공직자 부패방지'에 역점을 두는데 적용대상인 공직자에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및 (사립)학교법인의 임직원'이 포함되면서 학교법인의 교수들이 적용됐다. 즉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은 물론 국·공립 병원 및 사립대학 병원 소속 의사가 포함된 것.

이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제도 취지가 선출직인 공무원을 대상으로 만든 것인데 확대하다 보니 대학병원 교수가 포함됐다며, 법안 자체가 포퓰리즘(Populism)에 기반한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제약업계는 대학병원급 판촉에 있어 관련 사항이 있는지 검토에 들어갔다. 특히 법이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대관업무에도 차질이 생길지 따져보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공정경쟁규약을 자체적으로 준수하고 있어 김영란법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공정경쟁규약이 금지행위에 있어 김영란법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각 사의 CP를 준수하면 문제가 없을 거라는 논리다.

공정경쟁규약, 일체 금품류 금지

공정경쟁규약과 김영란법은 적용대상, 금지행위 등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

▲ 공정경쟁규약과 김영란법 비교

공정경쟁규약은 의약품 제조 또는 수입해 판매하는 사업자가 보건의료전문가(의사, 치과의사, 약사 등) 및 요양기관(의료기관, 약국, 보건소 등) 등에게 사회 통념상 정상적 상관례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체의 금품류 제공을 금지한다.

김영란법은 주는 자에 자연인 또는 법인 모두를 포함하며, 받는 자는 공직자 및 그 배우자를 포함해 국·공립 병원 및 사립대학 병원 소속 의사가 공정경쟁규약과 중복적용 대상이 된다. 단 대학 부속병원 교수 외 개원의 등은 김영란법에서 제외된다.

정상적 상관례의 범위를 넘어 일체의 금품류를 금지하는 공정경쟁규약과 달리, 김영란법은 직무와 관련 여부 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수수를 금지하며,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이하 금품 수수행위를 금지한다. 금액적인 조건에서도 공정경쟁규약이 더 까다롭다고 업계가 주장하는 근거다.

이와 관련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미 리베이트 투아웃제와 CP 등이 시작되면서 더 이상의 금품제공은 금지된 상황이었다. 여기에 김영란법이 추가된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율촌 이석준 미국변호사도 "공정경쟁규약은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규약에서 허용되지 않은 금품류 수수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김영란법보다 규제가 더 엄격하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위반 시 처벌은 중첩 적용

우려의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김영란법에서 정의하는 금품은 금전 등 일체의 재산상 이익뿐만 아니라 식사·골프 등 접대·향응 또는 교통·숙박 등 편의 제공, 채무면제 등 경제적 이익을 가리킨다. 숙박권, 회원권, 입장권 등도 모두 금품에 포함된다.

외부 강의 등에 관한 사례금 등 9가지 예외항목이 있지만 강연 등의 대가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구체적 가액 범위는 향후 정할 예정)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업무와 관련이 있어도 교수 초청 강의의 액수, 식사제공 등이 지금보다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공직자를 상대로 대관업무를 주로 하는 부서에서는 매번 비용을 더치페이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우려한다.

또 공정경쟁규약에 따른 형사처벌, 행정처분에 김영란법에 대한 형사처벌도 중첩될 수 있다.

현재 공정경쟁규약은 수수자와 제공자에게 각각 의료법위반과 약사법위반을 적용해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을, 면허정지, 면허취소 등과 업무정지, 허가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제공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처벌기준에 따른 금품을 직접 수수하거나 배우자가 수수한 사실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 등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분토록 한다.

이 변호사는 "국공립병원 및 사립대병원 소속 의사는 공정경쟁규약과 김영란법이 중첩적으로 적용된다"며, "공정경쟁규약에 위반되는 행위는 김영란법 위반죄가 동시에 성립돼 더 중한 징역형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P 강화·정립에 영향 미칠 것"

제약협회 관계자는 "아직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이고 개정의 여지가 많아 확답할 수는 없지만 각 제약사에는 CP를 강화하고 정립하는 차원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김영란법이 공직에 한정된 것이기 때문에 공정경쟁규약과 영향 차이를 비교하기 어려우며, 아직 세부적인 사항이 정해지지 않아 이후 법이 확립되면 이를 토대로 규약을 검토하는 등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김영란법은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위헌소지 등 논란이 있어 내년 9월 시행 전까지 일부 보완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대한변호사협회는 김영란법 일부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