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시민사회, 국립대병원 수익추구 위험수위...수익중심 경영평가 '탈 공공' 가속화

▲유기홍·정진후·김용익·은수미 의원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무상의료운동본부는 13일 국회에서 국립대병원 경영평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메디칼업저버 고신정

'신규환자-타과 초진시 선택진찰료 100%, 재진 시 선택진찰료의 50% 지급.'

국립대병원의 수익추구가 위험 수위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계획대로 수익을 핵심지표로 삼는 국립대병원 경영평가제도가 도입될 경우, 수익 위주의 진료행태가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국회 유기홍·정진후·김용익·은수미 의원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무상의료운동본부는 13일 국회에서 '병원의 공장화, 공공의료 포기인가'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의 하나로 추진 중인, 국립대병원 경영평가제도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 위한 자리. 국회와 시민사회는 정부의 경영평가 추진 계획이 발표된 이후, 수익성이 평가의 핵심 지표로 포함돼 평가가 본격 진행될 경우 공공병원들이 수익추구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기획재정부가 경영평가 대상기관들에 성과급제 전면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대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의사와 병원 종사자들이 수익 추구에 내몰려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유도하거나, 질 낮은 치료재료를 사용하게 되는 등의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의사 성과급 기준 '공개'..."진료수익 기준 성과급 지급, 진료왜곡 불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박경득 분회장은 이날 서울대병원의 의사 성과급 지급기준을 공개, 주목을 끌었다. ©메디칼업저버 고신정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의사 성과급제'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의 사례였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박경득 분회장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선택진료교수의 경우 당월 선택진료수입액(선택진료수입기여액 포함), 선택진료교수로 지정되지 않은 겸직 교원과 임상교수요원의 경우에는 당월 선택진료수입계산액을 기준으로 다음을 합산한 금액을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병원은 하한 기준액에 ▲신환 및 타과 초진은 선택진찰료의 100% ▲재진은 선택진찰료의 50% ▲공휴일·토요일 및 야간근무에 따른 선택진료수입(선택진찰료 제외)의 30% ▲수술·처치·검사 및 기타 항목의 9.5% (다만 선택진료위원회에서 정한 진료과는 별도 비율 적용 가능)를 합산해 각각의 의사에게 지급할 성과급을 정하고 있다.

외래진료의 경우에도 본인의 당월 선택진료수입액(선택진료수입기여액 포함)에서 20%를 공제한 금액을 지급하되 20%를 공제한 후에도 해당 직급별 기준액을 초과한 경우에는 해당 직급별 기준액을 지급하고 있다.

노조 측은 진료수익만을 기준으로 한 의사성과급 지급으로, 심각한 진료왜곡을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경득 분회장은 "서울대병원에는 낮에 MRI 찍는 입원환자는 없다, 초진환자는 무조건 예약 잡아줘라, 의사 성과급을 했더니 진료수익이 늘었다, 같은 수술도 로봇수술로 하게 되면 성과급을 준다는 법칙들이 통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더 많은 진료수익 확보를 위해 돈이 되는 환자, 돈이 되는 시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 분회장은 "서울대병원이라는 간판 아래 자영업 의사들이 모여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등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국립대병원 최초로 의사 성과급제를 도입한 데 이어, 올해 하반기부터 전 직원 성과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언급한 공공기관 성과급제 전면시행이 명분이 됐다고 했다.

박경득 분회장은 "이 경우 전 직원들이 수익을 위해서만 달려가게 될 것"이라며 "그로 인한 피해는 모두 환자들이 입게 된다"고 걱정했다.

정부 "성과급제 전면도입? 경영평가와 무관...수익중심 평가지표 전면 삭제"

이에 대해 정부는 국회와 시민사회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립대병원 평가지표를 상당부분 수정했으며, 직원 성과급제 추진은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교욱부 창조행정과 류재승 과장은 "국립대병원 경영평가도입 계획발표 이후, 공공병원들이 수익추구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들이 제기됐다"며 "이 같은 의견들을 반영해 평가지표 가운데 의료수익과 환자 수 등 수익성 지표들을 모두 삭제키로 했으며, 복지부가 시행하는 의료기간인증평가 등 기존의 평가결과를 활용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평가지표의 가중치도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수익성 지표 보다는 의료인력 양성과 연구개발 부분에 가중치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앞서 국회와 시민사회, 병원들은 국립대병원들이 교육과 연구에 중심을 둘 수 있도록 지표의 가중치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었다.

류 과장은 "병원에서 우수한 의료인력 양성과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관련 지표의 가점을 높였고, 병원간 줄세우기보다는 우수사례 발굴과 확산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직원 성과급 연동은 이번 공공기관 정상화 조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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