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위험 1.73배 높여

지난 4월 1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보낸 한 통의 보도자료는 기자의 눈을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제목은 당뇨병 환자의 아스피린 복용 효과 연구가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는 것인데 내용을 살펴보면 아스피린이 뇌졸중을 높인다는 내용이다.

무려 3만 2000여 명을 조사한 방대한 코호트 연구이다. 그것도 국내 연구. 그동안 무심코 당뇨병 환자에게 심혈관 예방 목적으로 처방되던 아스피린이 뇌졸중 발생을 높였다는 생각을 하면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주연구자인 서울의대 박병주 교수(예방의학교실)를 만났다.

전 국민 데이터베이스 활용 후향적 코호트 연구

지난 2월 초 'Diabetology and Metabolic Syndrome(DOI 10.1186/s13098-015-0002-y)'에 실린 연구는 당뇨병 환자의 아스피린에 대한 득과 실을 알아본 몇 안 되는 국내 연구다.

박 교수는 "2008년 당시 중년이 되면 심혈관 예방을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쓰는 것이 상식화돼 있었는데 과연 이러한 효과가, 당뇨병과 같은 특수 그룹에 속하는 환자에게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 박병주 교수
이를 위해 교수팀은 국가가 보유한 전 국민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후향적 코호트는 코호트 중 관찰적 연구로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큰 비용을 들여 임상연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잘 보정된 코호트연구는 임상연구 다음으로 그 신뢰성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 동안 40세 이상 99세 미만의 당뇨병 환자 439만 1065명을 분석했다. 참고로 정부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최고 5년이다. 바이어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1년간 예비기간을 설정했다.

원인적 위험요인을 밝혀내려면 새로 질병이 발생한 환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덱스 피리어드(index period)를 1년을 두고 이 기간 동안 당뇨병 진단을 이미 받았거나, 뇌졸중 심장병이 있는 환자는 다 제외시켰다.

이를 통해 아스피린 비사용자 24만 4882명과 저용량 아스피린 사용자 1만 6183명을 선별했고, 마지막 보정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성향점수보정(Propecsity score matched cohort)을 거쳐 각 군에 동일한 1만 5849명을 배정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1차 종료점으로 허혈성 뇌졸중을 평가했다. 출혈성이 아닌 허혈성 뇌졸중으로 평가한 배경은 허혈성 뇌졸중의 심각성 때문이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노인층에서 뇌졸중이 많아 보건학적인 측면에서 임팩트를 따지면 허혈성이 더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사망원인 1위가 심장병, 암, 뇌졸중 순인데 우리는 1999년까지만 해도 뇌졸중, 암 순이었다. 출혈성 뇌졸중은 개발도상국에서는 많지만 선진국에서는 많지 않고 비만, 동맥경화, 고지혈증이 늘어나면서 허혈성 뇌졸중이 늘어난 탓도 반영됐다.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 시 뇌졸중 발생률 ↑

연구 결과는 다소 놀라웠다. 저용량 아스피린(75~162mg)을 복용한 경우 비복용군보다 허혈성 뇌졸중 발생률이 1.73배 높았던 것이다. 연령에 따른 위험도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40~69세의 경우 1.81배였으며, 70~99세의 1.72배로 모두 전체 결과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특히 고혈압 또는 고지혈증이 있어서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군도 일관성 있게 나타났다. 또한 1년 이상 관찰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민감도 분석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당뇨병을 동반한 사람들에서 아스피린이 뇌졸중을 높인다고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원인적 배경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써는 이득이냐 위험이냐의 증거만 제시한 단계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왜 뇌졸중 위험을 올리는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측면으로 보고 있다. 모두 일관적으로 높아지는 것을 보면, 우선 아스피린의 혈전 용해효과가 당뇨병이 있는 경우 혈소판에 미치는 영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아스피린 저항성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것. 다만 모두 추정일 뿐이며 이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흥미로운 점은 뇌졸중의 1차 위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환자도 뇌졸중을 높이는 것으로 나왔고, 다른 하위군과 비교해 특별히 더 높지 않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스타틴을 쓰는 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매우 흥미롭다"고 표현했다.

"연구 신뢰성 의심할 여지 없어"

다소 파격적인 결과는 연구의 신뢰성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신뢰성에 대한 의심은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박 교수는 "리뷰 연구자 중에서도 청구자료에 쓰인 진단명을 못 믿는 사람도 있었다"며 "그래서 양성 예측도가 낮지 않다는 것을 하나하나 입증했고, 이런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국가보험체계에 세밀한 데이터가 있어서 이를 활용하면 보정도 가능한 대규모 코호트가 나올 수 있는데 최근에는 유력 저널도 이러한 데이터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피인용지수가 높은 저널에 실리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한계는 있다. 랩(LAB) 데이터가 아직 다소 약하다는 평가다. 따라서 당뇨병 단계별과 같은 매우 세부적인 분석은 아직 불가능하다.

임상 적용, 남겨진 문제는?

문제는 임상 적용이다. 이번 코호트 연구 결과만 보면 당뇨병 환자는 당장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투여하지 말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적어도 당뇨병 환자만큼은 아스피린 투여를 제고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은 맞지만 고위험군은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임상의사가 환자의 개개인별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처방 변경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글루코사민의 골다공증 예방효과가 없다고 판명 났음에도 여전히 판매가 이뤄졌고 최근에서야 그 인식이 확산된 점을 대표적 사례로 꼽으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많은 국민이 아스피린을 심장병약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를 선별적으로 복용해야 한다고 알리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신경과·심장내과 등 관련 학회에서 먼저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대국민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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