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리병·고셔병·헌터증후군 등 리소좀축적질환 각축전 예고

최근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환자수가 적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을 받았던 희귀성의약품들이 차세대 유망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특히 고셔병, 파브리병, 헌터증후군 등으로 대표되는 리소좀축적질환(LSD) 치료제의 약진이 주목할 만하다.

90년대 중반 고셔병에서 처음 도입됐던 효소대치요법(ERT)이 LSD의 다양한 질환군으로 저변을 넓혀가는 양상인데, 효소치료제 간 경쟁구도는 물론이고, 국내 기술로 상용화된 제품이나 경구용 약물까지도 새롭게 등장했다.


파브리병 국내 '삼파전' 예고

가장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종목은 파브리병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2년 국내에 첫 선을 보였던 젠자임의 파브라자임(성분명 아갈시다제 베타)은 10년 넘게 파브리병 치료제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해 왔지만, SK케미칼이 오는 7월 레프라갈(성분명 아갈시다제 알파)의 국내 출시를 확정함에 따라 경쟁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작년 5월에는 이수앱지스가 국산 1호 파브리병 치료제 파바갈(성분명 아갈시다제 베타)을 론칭하면서 삼자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가장 큰 비교 포인트는 허가용량.

파브리자임은 1mg/kg 용량을 4시간에 걸쳐, 레프라갈은 0.2mg/kg 용량을 40분 동안 투여하게 된다. 유럽의약국(EMA)과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모두 승인된 약물은 파브리자임이 유일한데, 레프라갈은 2001년 유럽에서만 허가를 받았다.

▲ 울산의대 유한욱 교수

아직까지는 파브리자임이 상대적으로 고용량인 데다 M6P(Mannose 6-Phosphate), sialylation을 더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신장, 심장으로의 도달에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주효하다. 2013년 대한유전성대사질환학회의 '리소좀축적질환의 진단과 치료지침'에 따르면 신장기능의 유지, 호전과 통증완화에 대한 임상적 효과가 파브리자임에서 더 인정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두 약제를 직접비교한 반응은 조심스럽다.

울산의대 유한욱 교수(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내분비대사과)는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대조연구가 진행된 적이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면서 "고용량과 환자 편의성이라는 각각의 장점을 고려해 선택적으로 투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셔병 '먹는 약'도 등장

1991년 인간 태반에서 추출한 세레다제(성분명 알글루다제) 개발로 LSD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고셔병은 가까운 시일 내에 경구용 약물로도 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젠자임의 세레델가(성분명 엘리글루스타트)가 그 주인공으로 작년 8월 FDA 승인에 이어 올해 초에는 유럽위원회(EC)로부터 1형 고셔병 성인 환자에 대한 적응증을 획득했다. 국내 도입시기는 2017년으로 예상되는데, 글루코실세라마이드라는 전구물질의 축적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효소치료제와는 기전 자체가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용화된 고셔병 치료제는 1994년 유전자재조합술로 개발된 젠자임의 세레자임(성분명 이미글루세라제)과 2013년 허가된 이수앱지스의 바이오시밀러 애브서틴 2가지다.

샤이어의 비프리브(성분명 벨라글루세라제 알파)와 화이자의 엘레리소(성분명 탈리글루세라제 알파)가 2010년과 2012년에 각각 FDA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국내 론칭 전이다. 

유효성이나 안전성 측면에서는 기존 치료제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경구용 약물이 도입되면 환자 편의성 면에서 탁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

유 교수는 "효소치료제가 2주에 1번 꼴로 통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에 경구용 약물이 환자순응도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골 관련 증상도 빠른 것으로 알려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외에도 헌터증후군에서는 성균관의대 진동규 교수(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주도로 녹십자가 개발한 헌터라제(성분명 이두설파제베타)가 2013년 출시되면서 젠자임의 엘라프라제(성분명 이두설파제)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황금알 낳는 거위" 제약계 눈독

업계 관계자들은 이렇듯 희귀성의약품이 인기를 얻는 주요 비결로 고비용과 정부 지원정책 강화를 꼽는다.

▲ 성균관의대 진동규 교수

올해 초 아이엠투자증권이 발표했던 '글로벌제약시장의 최신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희귀성의약품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하면서 "FDA를 비롯한 각국 허가기관이 신속승인을 통한 임상기간 단축과 세제혜택, 비용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해주고 있어 안정적인 고수익이 보장된다"고 분석했다.

약품개발 열기가 확산됨에 따라 환자들에게 적용 가능한 치료 옵션이 넓어지는 데 대해서는 임상의사들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진 교수는 "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더불어 약제간 경쟁구도가 형성되면서 구성요소나 투여경로가 다양해지는 등 약물이 진화하고 있다"며 "조화로운 경쟁을 통해 생명공학기술이 더욱 발전하고, 환자들에게 더욱 좋은 제품이 제공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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