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광고매체 역할하는 ‘컨슈미디어 마케팅’ 부각... 병원에서는 소통·공감 전략 활용 가능

신문과 방송에 나오는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던 시대를 벗어나 소비자 스스로 미디어가 되는 경향이 빨라지고 있다. 이른바 컨슈미디어 마케팅(Consumedia Marketing)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컨슈미디어는 소비자(consumer)와 매체(media)를 결합한 신조어로 기존의 광고만으로는 똑똑해진 소비자를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들이 자발적으로 광고매체가 되도록 하는 전략이다. 컨슈미디어는 소비자와 광고의 결합, 또는 소비자 일상과 광고의 결합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컨슈미디어 마케팅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코카콜라는 소비자가 직접 나만의 코카콜라 광고를 만드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또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진행한 '브릴리언트 인터렉티브 아트'도 컨슈미디어 마케팅의 일종이다.

▲ 소비자와 미디어를 결한합 컨슈미디어 전략이 홍보 마케팅에서 부각되고 있다.

옥외 광고판에 사는 미스터 브릴리언트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시시각각 다양한 화면을 보여주고 방문객과 감정적 소통을 시도하는 방식이다. 방문객이 광고판 앞에서 여러 가지 포즈와 표정을 지으면 촬영된 얼굴을 미스터 브릴리언트가 다양한 주제의 이미지로 꾸며 자신의 캔버스에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완성해 제시한다. 시민이 광고의 주인공이 되는 셈이다.

대한항공이 방영한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TV 광고도 인상적이다. 소비자가 직접 순위를 선정해 제작된 이 광고는 각종 유명 광고제 상을 휩쓸었고, 대한항공의 유럽 노선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자' 역할을 했다.

체험 프로그램으로 자발적 참여 유도

광고나 홍보의 큰 흐름이 바뀌면서 병원도 과거의 홍보나 광고 방법에서 벗어나 소비자 중심의 컨슈미디어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월 열린 '병원의 홍보 매체별 PR 전략과 성공사례' 세미나에서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신현희 연구원은 컨슈미디어 마케팅을 하려면 광고가 아닌 콘텐츠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보고 듣고 사용하고 싶을 만한 이야기를 광고에 담아내야 하며 제품과 브랜드를 사용할 소비자의 관점에서 일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을 매혹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 연구원은 "밀어내기(push)가 아니라 끌어당기기(pull) 형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마케터의 인위적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메시지의 객관성은 멀어지고, 소비자들은 수동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관심을 끌어내려면 즉각적인 소비자 반응에 대한 조급함부터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소비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고객의 참여, 스토리 만들기, 소통이나 공감 등의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컨슈미디어 주요 전략은 체험(참여), 스토리 만들기, 소통(공감, 위로) 등이다. 고객이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짤 때는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해야 하고, 경험을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단순하게 만들어야 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익의 입장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고객이 참여하는 이벤트를 기획할 때 주의점이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자신이 없을 때 이 방법을 썼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어 자신감이 있을 때만 사용해야 한다.

똑같은 광고나 홍보더라도 이야기가 들어가면 특별해진다. 전문가들은 그런 점에서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특별하다고 얘기한다. 스토리를 만들어 마케팅을 할 때는 공감대를 형성한 후 사연을 소개해야 하고 진정성을 잘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환자와의 공감대를 찾아라

참여나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의료계에 적용하기 아직 한계가 있지만 소통이나 공감 마케팅은 병원에 응용 가능할 듯하다. 존슨앤존슨의 유아용품 브랜드인 존슨즈 베이비는 임산부가 태아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하는 초음파검사결과를 수치화해 7가지 데이터로 뽑고, 이 데이터를 멜로디로 재가공해 '하르바스 아넬리'라는 클래식 작곡가와 함께 아이의 탄생을 환영하는 ‘환영 교향곡(Welcome Symphony)’으로 만들어 선물했다. 그 고객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QR코드를 활용한 헌혈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2012년 칸 광고제에서 미디어 부분 동상을 받은 캠페인으로 브라질의 산타 카사병원에서 QR코드를 이용한 헌혈자들과 혈액을 받을 수혈자들을 연결해주는 캠페인이다.

헌혈의 집에서 헌혈한 후 바늘을 꽂았던 곳에 QR코드가 붙은 밴드를 붙인다. 이후 헌혈한 사람이 QR코드에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수혈자 가족들이 전하는 감사 메시지가 나오는 것이다. 이 캠페인으로 헌혈자가 한주에 800명 이상 동참했고, 이 영상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공유돼 그 결과 21만 8000명의 공유와 헌혈자 증가폭이 3개월 만에 23% 증가했다.

지난해 오픈한 '질병체험 이야기' 사이트는 서울대 인문대와 의사 및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지난 2009년부터 4년에 걸쳐 당뇨병, 유방암, 위암, 우울증, 호스피스 환자 200여 명의 질병체험 자료를 모아 일반인들이 공유하게끔 하자는 취지로 개설됐다.

영국은 치료와 질병, 임상정보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는 디펙스(DIPEx)를 창립하고 질병체험 내러티브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추진해 왔다. 디펙스의 영국 질병체험이야기 사이트(healthtalkonline.org)에서는 2000명의 환자체험(60개 질병)이 동영상과 오디오 등으로 제공된다. 우리나라도 디펙스 회원국으로 영국, 독일에 이어 세 번째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신 연구원은 "다양한 질병을 체험한 환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공신력 있는 질병 관련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구축했다"며 "의학적 정보뿐만 아니라 질병에 고통과 지지, 삶에 대한 성찰과 마무리 등의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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