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NAFLD 국내 발병 5년간 3배 급증…대사증후군과도 밀접

비알코올 지방간질환(NAFLD)은 술 때문에 생긴 알코올 지방간과 달리 다양한 원인에 의해 간에 지방이 축적되면서 발생한 간 손상을 뜻한다. NAFLD의 진단은 '조직검사상 간세포의 5% 이상에서 지방이 침착된 경우'로 알코올 섭취나 지방간을 유발하는 약물 복용이 없는 경우가 해당된다.

문제는 관리가 안 된 NAFLD는 간염에서 간경화로, 종국엔 간암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NAFLD 전체 환자 수는 2008년 6716명에서 2012년 2만 1102명으로 5년간 3배나 급증했다. 또 대한간암학회는 국내 간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던 B형간염은 감소세에 접어들었지만, NAFLD가 원인이 되는 간암 환자는 2배 이상 늘었다고 지적한다.

음주와 상관없이 간에 찾아오는 불청객 NAFLD의 증가에 주목해 진단부터 치료까지 야기되는 문제점들을 살펴봤다.


 

중년남성서 호발…소아·청소년서도 유병률 상승세

NAFLD는 △비알코올 지방간 △비알코올 지방간염(NASH) △비알코올 지방간 연관 간경변증으로 크게 분류된다. 말 그대로 알코올 섭취와 상관없이 발병하는 해당 질환은 잘못된 식습관 및 생활습관과 관련이 큰데 비교적 경제활동이 왕성한 40~50대의 중년 남성에서 흔히 보고된다. 각박한 사회생활 속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운동량이 부쩍 줄면서 비만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년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최근 인스턴트음식 섭취와 운동부족이 잦은 소아, 청소년에서도 NAFLD가 늘고 있는데, 간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의 성호르몬 변화가 지방간 발생과 일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이들 연령대에선 성인과 달리 유전질환으로 분류될 수 있는 대사이상증후군의 표현형 형태로 보고가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연세의대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대한간학회 홍보이사)는 "NAFLD에서 간염 증상 없이 소량의 지방만이 간에 축적된 경우는 대체로 문제되지 않지만 염증과 섬유화를 동반하면 간경변, 간암 등 만성질환으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아져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NAFLD의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국내 역시 전체 간질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NAFLD의 진단과 관리에 있어 정부와 의료계, 일반 대중들에까지 대대적인 인식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무리는 아니다. 특히 이 질환이 비만, 제2형 당뇨병, 고혈압, 고중성지방혈증 등 증상이 중첩되는 대사증후군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 초기부터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학계는 이 질환을 대사증후군의 간 징후(hepatic manifestation)라는 표현을 빌리기도 한다.

간 생검, 진단 확실하지만 합병증 위험·고비용 부담

병태생리가 복잡한 질환의 특성상 진단부터 애로사항이 생긴다. 5% 이상의 지방이 간에 축적된 경우로 진단하지만 간에는 신경세포가 없기 때문에 염증이 생기거나 지방이 축적돼도 별다른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질환 초기부터 지방 축적 비율을 정확히 측정해야 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는 이유다.

현재 병력청취, 혈액검사와 함께 간 초음파 또는 CT 검사에 의존하는데 AST, ALT 등 간 수치를 확인해 지방간염을 진단하는 정도가 보편적인 방법이다.

확실한 진단법으로 고려되는 간 생검은 환자에서 위험부담이 제기된다. 대한간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간조직 생검을 최적기준(gold standard)으로 들었지만 출혈 등의 합병증 발생을 경고하며, 실제 검사비용도 비싼 편이라 실용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안 교수는 "NAFLD를 정확히 진단하고자 모든 지방간질환 환자들에서 간조직 생검을 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최근 간섬유화 스캔 등을 이용해 조직생검 없이도 간단히 간 내 지방량을 측정할 수 있는 옵션도 시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환자 대상 연구 부재…치료제 개발 걸림돌

지방간염 치료제는 간 내 지방을 줄이고 염증을 조절하는 약물과 산화스트레스나 인슐린 저항성을 호전시켜 염증을 치료하는 약제 2가지로 분류된다.

현재 가장 많이 연구된 약물은 고용량 비타민E(800IU/일)와 피오글리타존(30mg/일)이다. 비타민E와 관련 2013년 간학회 NAFLD 진료가이드라인에서는 '고용량 비타민E는 조직검사로 확인된 지방간염 간조직을 개선하고 증상을 호전시켜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지만 장기간 투여 시 안전성에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피오글리타존이 조직검사로 확인된 NAFLD 환자에서 혈청 ALT 수치의 호전과 함께 간 내 지방의 침착 및 염증소견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관찰됐지만 적절한 투여기간과 치료용량, 장기간 치료 시 부작용은 아직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외 메트포르민, UDCA 등의 연구가 진행됐지만 치료 효과에서는 아직 미지수다.

안 교수는 "해당 간질환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타깃 치료제 연구가 부족해 추가적인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NAFLD 치료제 시장 매년 16% 이상 증가할 것"

▲ 비음주자에서도 지방간 발생이 문제되고 있다.

신약은 계속 개발되고 있다. 국제적인 약물시장의 규모와 전망을 조사하는 2011년 Global Data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NAFLD 치료제 시장은 유병률 증가와 함께 매년 평균 15.9%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작년 미국간학회(AASLD)에 발표된 연구 초록 및 PubMed, ClinicalTrials 등에 공개된 새로운 타깃 치료제들을 살펴보면, 고지질혈증과 인슐린 저항성을 가진 NASH 환자들에서 말기 간섬유화로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전략에 초점이 모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약물은 △FXR(Farnesoid X receptor) 작용제 단독 또는 다케다의 TGR5(G-protein coupled receptor 5) 작용제와의 병용요법 △지방산-담즙산 혼합물인 아람콜(aramchol) △항산화제인 S-아데노실메티오닌(S-adenosylmethionine) △항섬유화제제 심투주맙(simtuzumab)과 항LOX(Lysyl Oxidase) 단일클론항체 △PPAR 알파/델타 작용제(GFT505)△케모카인(Chemokine) 수용체 2/5 작용제인 세니크리비록(cenicriviroc) 등 6개가 진행 중에 있다.

더불어 개발이 가장 빠른 인터셉트의 오베티콜릭산(obeticholic acid)이 중간임상 결과 NAFLD의 진행을 억제하고 간 손상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3상 임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선별검사 위한 가이드라인 부재…정책 지원도 절실

효과를 증명한 치료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NAFLD의 발병을 막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체중이나 비만과 관련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체중조절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으로 꼽힌다. 즉, 식사와 운동요법을 병행해 체중을 감량하면 간에 축적된 지방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는 것. 해당 환자에서 체중의 10% 이상을 감량하면 지방간이 의미 있게 호전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의료기관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비만 예방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한데, 학계는 소아기에 발병한 NAFLD는 성인보다 합병증이 심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국가사업으로서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순천향의대 소화기내과 김영석 교수(대한간학회 보험이사)는 "학교검진 등에서 체계적인 개선도 필요하지만 비만한 소아와 청소년에서 NAFLD에 대한 선별검사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지방간질환 환자 대상의 생활습관 교육에 의료수가가 인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치료의 기본이 생활습관의 교정에서 시작되는 게 그 이유다. 김 교수는 "아직 NAFLD 환자를 대상으로 식습관 및 운동 관련 교육을 시행해도 적절한 의료수가를 청구할 수 없다"며 "전문 영양사와 협력해 교육 및 상담이 이뤄지면 향후 당뇨병과 고혈압, 고지혈증 등 중증 만성질환의 발생을 낮추고 지방간 치료에 투입되는 약제부담을 줄여 보험재정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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