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기와는 다른 '공중보건학적' 접근 필요..."실패한 정책 '반면교사' 삼아야"

소아청소년기 비만으로 연간 2조원에 달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 가운데, 효과적인 관리 방안을 짜기 위해선 성인비만과 다른 접근이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무엇보다도 조기에 혈액검사를 통해 위험인자를 찾아내고,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공중보건학적 차원에서 국가 직접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개최한 '소아청소년 비만 관리 대책마련을 위한 건강보장 정책토론회'에서 소아청소년과와 가정의학과 등의 관련 전문가들이 이 같은 해결방안을 제안했다.

성상철 이사장은 "우리나라 5-17세 아동청소년 비만율이 25%로 OECD 국가 12위에 달하며, 다른 나라에 비해 가파른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상당한 문제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료비 등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드는데, 전세계적으로 2500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쟁, 테러, 담배에 맞먹는 수준"이라며 "앞으로 공단에서는 능동적인 대책 마련을 할 것이고, 비만관리대책위원회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근거중심의 해결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소아비만, 성인처럼 단순한 접근 "안 돼"

서울의대 문진수 교수.

우선 서울의대 소아청소년과 문진수 교수는 "우리나라 소아 비만 비율이 외국처럼 상당히 높아졌다"며 "소외계층이나 저소득층일수록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많은 정책이나 제도 시행에도 비율이 줄지 않는 점이며,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은 최소 2조원 이상으로 추계되고 있다.

더욱 문제는 소아비만 80%는 성인기로 이어지면서 사회경제적 부담이 지속, 증가되는 것이고, 소아부터 시작된 성인비만의 경우 심각한 만성질환과 사망률 증가를 일으키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소아비만에서는 낙인과 정서적인 문제에서 성인에 비해 심각하게 나타난다며, 주의를 요했다.

문 교수는 "소아비만에서 지방간, 고혈압, 복부비만,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은 물론, 관절질환이 생겨 운동에 제한이 오면서 살이 더 찌개되는 악순환도 발생하게 된다"면서 "이 시기에는 친구관계나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가 성인보다 더 심각하게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태아, 영유아기 때부터 이에 대한 예방책을 내놔야 하고, 가족과 학교 중심의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약물보다는 적극적인 인지 및 행동수정요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접근은 개별적으로 시행하기보다는 건보공단과 같은 중요한 헬스케어공급자가 이를 체계화해서 접근해야 하며, 공단에서 속히 단계적 접근 방식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단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최영은 교수 역시 "소아청소년비만은 성인비만 정서적인 문제, 영양 및 성장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수년간 비만클리닉 운영하면서 소아비만과 관련한 치료법과 접근방법에 대해 안타까웠던 소회를 전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청소년기 특성상 학업위주의 환경이 주가 돼 비만 청소년들이 내원해 진료받기 어렵다"며 "국가 인식이 바뀌고, 실생활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쉽게 접근할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단순히 질병적인 접근만으로는 절대 문제를 해결한 수 없다"며 "소아비만은 만성질환은 물론 심뇌혈관 질환, 사망률 증가 등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므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 손 놓고 있던 적은 없지만, "효과 미미"

동국의대 일산병원 오상우 교수는 "많은 전문가들과 정책가들이 대책을 마련하라고 하지만,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많은 정책과 제도가 시행된 바 있다"면서 "정책과 제도의 목적은 좋았지만, 예산 부족이나 강제화 미비로 인해 실효성이 뒷받침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실제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비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가정의 관심 부족'과 '영양 불균형', '패스트푸드' 등에서 기인한 것을 바탕으로, 관련 정책과 제도가 많이 나온 바 있다.
 

 

예를 들어 어린이 기호식품 신호등 표시제, 건강과일 바구니 사업, 고열량저영양식 퇴출, 연령별 TV시청 시간대에 광고규제 등이다.

오 교수는 "어린이 기호식품 신호등 표시제는 일단 지나치게 영양을 단순화시켜서 성장기 필수적 영양에 대한 고려가 없는 점이 정책의 한계가 됐다"며 "과일바구니 사업이나 건강매점 사업 등은 모두 근거중심의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이었으나 예산문제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좋은 제도에 대한 예산 마련과 패스트푸드 및 탄산음료 규제를 위해 '비만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제기 중인데, 오 교수는 이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오 교수는 "웬만큼 높게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면 먹을 사람들은 모두 사 먹는다"며 "실제 헝가리에서도 일명 감자칩세를 부과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바 있다"고 전했다.

또한 "덴마크에서는 이러한 경향을 반영해 초콜릿과 아이스크림 등의 일부 제품에 비만세를 대폭 올릴 예정인데, 이에 대한 큰 국민적 반발이 예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오 교수는 "정책이나 제도를 많이 만들어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하면서도 효과적인 정책을 만들고, 그 후 이를 잘 이어가는 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교'검진 중요..."혈액검사 결과에 따른 관리 프로그램 마련해야"

서울의대 문진수 교수는 "비만이 실제 질병으로 이어지느냐의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것이 혈액검사인데, 실제 우리나라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학교 건강검진에서 비만 학생을 대상으로 혈액검사를 실시해 당뇨병, 간기능이상, 이상지질혈증 등을 쉽게 파악한 바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는 이러한 혈액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운동교육이나 영양교육 등을 진행하고, 심각한 수준의 경우에는 병원에 내원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산병원 최영은 교수.

공단 일산병원 최영은 교수도 "20세 이전에 질병을 발견해 치료하면 성인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회복 가능성도 크다"면서, "학교에서의 검진과 검진 결과에 따른 사후관리가 중요함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이를 잘 시행하지도, 시행결과를 잘 이용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은 후, "혈액검사 결과를 토대로 유소견자에 대한 별도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들을 위한 맞춤형 사후 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유소아에 대한 국가검진을 활용해 비만소견 유아에 대한 관리를 실시, 청소년기 비만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공단에서는 담배에 이어 '비만'을 잡겠다는 취지 하에, 지난해 11월 비만관리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킨 바 있다.

위원회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과 해결방안을 수렴하고, 별도의 연구를 실시해 실현 가능한 정책과 제도, 관리방안을 마련,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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