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내 항생제 사용 많아 집단 발병 우려, 원내감염 줄일 구체적 방안 미비

최근 대표적인 원내 감염균인 클로스트리듐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 C.difficile)이 유발하는 장질환의 사망 사고가 급증하면서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항생제의 빈번한 사용이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지난 10여 년 간 사망자 수는 4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매년 1만 4000명이 사망하는 것.

문제가 되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장염(CDI)은 항생제 투약 후 환자의 장관에서 정상 세균총(normal flora)이 변하면서, C.difficile이 증식하게 돼 결국 분비된 독소가 일으키는 항생제 관련 설사병(antibiotic associated diarrhea, AAD)의 일종이다.항생제 사용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집단 발병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면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질환이기도 하다. 지난 3월 미국질병관리예방센터(CDC)가 대대적으로 'CDI 증가 주의보'를 발령한 것과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 항생제 과도한 사용, CDI 유발

CDC는 2013년 말 항생제 내성 세균의 심각성을 담은 보고서 한 편을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내성 세균의 위협수준을 시급(urgent), 심각(serious), 주의요망(concerning) 3단계로 분류하고, 가장 위협적인 내성 세균 3종을 선포했다.

이들은 전 세계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즉각적인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는데, 생명에 치명적인 설사를 유발하는 C.difficile 감염도 여기에 포함됐다.

C.difficile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존재하는 정상세균이지만 다양한 종류의 독소를 생성하는 특정 균주가 문제가 된다. 특히 이 세균에서 분비되는 장독소(toxin A)와 세포독소(toxin B) 등 2가지 외독소(exotoxin)가 설사와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루오로퀴놀론·클린다마이신 '주의보'

그렇다면 정상 상재균임에도 CDI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

CDI는 항생제 투약을 받는 입원 환자나 면역력이 낮은 소아 및 노인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플루오로퀴놀론, 클린다마이신, 카바페넴, 세팔로스포린, 페니실린 등과 같은 항생제를 투약받는 환자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 궤양 및 위산 역류 등에 널리 사용되는 프로톤펌프억제제(PPI), H2수용체 작용제(H2RA)를 복용한 사람에서도 CDI 감염률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어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이를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항생제들을 복용하고 설사를 한다고 해서 모두 CDI로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의심은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에는 독소(toxin) 생성배양법, 분변배양법, real time PCR 등 분자진단기법이 필요하지만 일정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CDI가 의심되면 일단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개 증상이 가벼운 환자에서는 항생제를 중단하면 2~3일 내 증세가 호전되고, 항생제 투약을 중단하기에 증상이 심한 경우는 1차 치료제로 경구용 메트로니다졸을 사용하고 2차 치료제로 반코마이신을 사용한다. 최후에는 메트로니다졸 정맥주사제를 사용하며 최근에는 피닥소마이신을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는 전반적으로 CDI가 적절히 치료되지만 중증 CDI는 재발이 빈번하게 보고된다. 더욱이 이들에서는 권고된 1, 2차 치료를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예후가 좋지 않은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ancomycin-resistant Enterococcus, VRE)에 노출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따른다. VRE는 현재 우리나라가 관리하는 의료 관련 감염병 6종에 포함된다.

때문에 CDI 예방에는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을 우선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특히 플루오로퀴놀론과 클린다마이신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예방백신 3상임상 순항…상용화 눈앞

아직 CDI 예방백신은 없다. 그러나 예방백신이 상용화되는 시대도 머지 않아 보인다. 관련 백신의 후기임상연구가 완료 단계에 접어든 것. 개발사는 사노피 아벤티스와 화이자로 CDI 예방백신 연구실적만 놓고 보면 사노피가 한발 앞선 상황이다.

화이자의 예방백신(실험 약물명 PF-06425090)은 CDI 예방 목적 및 치명적 설사와 C.difficile 균으로 인한 위막성대장염(pseudomembranous colitis)의 치료제로 FDA의 신속심사 계획 아래 개발이 한창이다.

또 사노피는 작년 제114회 미국미생물협회(ASM) 연례학술대회에서 성공적인 2상임상 결과를 공개하며 주목받았다. 특히 1차 종료점을 만족시키는 한편 C.difficile 균의 A와 B 독소에 대한 면역반응을 증강시키는 결과를 냈다. 2013년 8월 시작된 3상임상은 면역증강제가 첨가된 고용량 예방백신의 투약 효과를 평가하며 전 세계 17개국 200여 개 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도 참여한 상황.

CDI 예방백신 임상시험에 참여 중인 가천의대 박윤수 교수(길병원 감염내과)는 "국내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보다 CDI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3상임상 연구는 내년 8월께까지 연구가 계속될 예정이며, 눈에 띄는 안전성 문제는 아직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서 2011년 한해 1만 4000명 사망…66% 원내 감염

NEJM 2월 2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미국질병예방관리본부(CDC) Fernanda C. Lessa 박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1년 약 3만 명에 달하는 CDI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DOI: 10.1056/NEJMoa1408913).

10개 지역 총 1만 5461명이 CDI로 확인됐는데 이 중 65.8%는 원내 감염이었으며 24.2%가 입원기간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내 CDI 발병 예상치는 45만 3000명으로 특히 여성, 백인, 65세 이상에서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CDI가 처음으로 재발한 환자는 8만 3000명, 사망자 수는 2만 9300명이었다. 북미펄스장겔전기영동법 유형 1(NAP1)에서는 원내감염(30.7%)이 지역 사회 관련 감염(18.8%)보다 높게 보고됐다(P<0.001). 연구팀은 "C.difficile은 2011년 한해 50만 명에 이르는 감염자와 약 2만 9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2008년에도 동저널에 CDI의 발생 빈도가 꾸준히 증가하고 증상이 심각해진다는 보고가 있었다. 응급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미국의 병원에서 CDI 감염자는 10만 명당 84명으로 최근 10년 동안 3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사망자 수도 급격히 늘어 매년 1만 4000여 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00년부터 2007년 사이에 사망률이 4배나 증가한 결과다.

검사 양성 시료 23% 진단 놓쳐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 줄이고 내성 변화 추이 모니터링 필요

CDI가 과소진단 되고 있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C.difficile 감염 검사법이 통일되지 않고 다양하다는 점이 감염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분석이다.

Lancet Infect Dis 2014;14:1208-19에 게재된 논문은 유럽 20개국 482곳의 병원에서 설문지 기반 연구를 시행한 것으로, C.difficile의 지역별, 국가별 감염 및 진단율을 비교했다. 결과는 불과 40% 병원만이 유럽가이드라인에 정의된 최상의 C.difficile 검사법을 사용한다고 보고했으며, 진료 시 CDI를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사 양성인 641개 시료 중 148개(23%)가 진단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는 하루 74건의 진단을 놓친 셈인데, 연구진은 감염을 예방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C.difficile에 대한 검사법을 표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원내감염이 많은 CDI의 특징은 암 및 각종 수술, 감염증 환자가 모여드는 병원이 슈퍼박테리아 감염의 온상이라는 데 기인한다. 여기서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이 이를 부채질한다는 얘기.

이번 CDC가 경고한 CDI 증가 주의보에도 우리나라는 원내감염을 줄이는 구체적 대응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박 교수는 "항생제 내성의 변화 추이를 신중히 모니터링하고 항생제 사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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