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략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심사 위탁' 계획 밝힌 바 있어

금융위원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실손보험 심사를 위탁하도록 하는 방향을 추진 중인 가운데, 심평원장은 국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해 물의를 빚고 있다.

▲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3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실손보험 심사의 심평원 위탁과 관련한 심평원장의 입장을 물었으나, 손명세 원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앞서 지난 3월 금융위원회는 실손보험사들이 진료비 지출이 커지는 실정을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실손보험의 심평원 심사 위탁이 필요하다고 밝힌바 있다. 또한 환자의 편의를 위해 환자 대신 의료기관에서 진료비를 대신 청구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었다.

문 의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융위가 과잉진료 방지를 위해 실손보험 심사를 심평원에 위탁시키겠다고 언급하고 있다"며 "현재 자동차보험을 심사 위탁 중인데, 이외에 또다른 보험에 대한 심사를 수탁받을 예정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만약 심평원이 심사를 수탁받을 예정이라면, "이는 소비자의 손해를 일으키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의학 발달에 따라가지 못하는 건강보험 급여, 그리고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에 따른 의료비 폭탄을 대비해 실손보험을 드는 것이다. 그런데 사보험을 공보험기관에서 심사한다는 것은 사적인 권한을 공적인 기준으로 제지하겠다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금융위는 실손보험사가 거둬들이는 보험료보다 진료비 지출액이 더 많다는 이유로 심평원 위탁을 주장하는데, 이는 국민들이 과잉진료를 받아서가 아니라 보험사가 보험료 추계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며 "왜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통해 운영되는 기관이 사보험인 실손보험을 규제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 손명세 심평원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이에 대해 손명세 심평원장은 "(심평원 심사 위탁 내용을)신문을 보고 알았으며, 그 후 직원을 시켜 확인해보라고 했다"고 답했다가, 다시 "모르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 단 한 차례도 금융위나 보건복지부와 이에 대해 협의한 바 없다"라고 다시 잡아뗐다.

손 원장의 번복하는 대답에 대해 문 의원은 크게 비판하면서 "심평원장이 심평원에 대한 보도가 나왔는데도 주무부처에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이에 대한 생각도 해보지 않은 것은 엄청난 업무방기"라며 "생각해본적이 없다면 개인적으로 해당 사안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답하라"고 했다.

하지만 손 원장은 "생각할 기회를 달라"며 대답을 회피했고, "보험사와 환자의 입장에 서서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서면으로 답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자 문 의원은 "이미 보험사와 환자 입장은 숙지하고 있다. 심평원장의 개인입장을 묻는데 왜 다른 소리를 하느냐"고 거세게 항의했으며, 이어 "실손보험 당사자는 보험사와 환자인데, 왜 의료기관이 실손보험료를 대신 청구해야 하는지, 또 여기에 제3자인 심평원이 개입해서 심사를 해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의사현장에서 일해왔던 경험을 토대로 보면, 실손보험 환자들은 '과잉진료'가 아닌 건보에서 지원해주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적정진료'를 하고 있다"며 "왜 제 돈을 주고 의료비를 예방하려고 했던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손 원장에게 "종합검토만 하겠다고 하지말고, 제대로 심평원 입장을 정립해서 서면답변을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문 의원은 지난 2일 열린 보건복지부 전체회의에서도 심평원의 실손보험 심사 위탁에 대해 질의한 바 있다.

소비자 권리 침해 뿐 아니라 의료정보 유출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으며, 문 의원은 "금융위가 소비자의 권익증진 차원이라고 포장하며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위탁하는 것일 뿐"이라며 "이 방안이 추진될 경우 민간보험사와 개인의 진료내역을 포함해 급여내역까지 공유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는 머릿 속에 재정절감 밖에 없느냐"라며 "즉각 회의록을 비롯해 모든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심평원장이 '실손 심사 위탁'에 대해 복지부, 금융위와는 물론 내부적으로도 논의된 바 없었으며, 개인적인 견해조차 없다고 한 사실과 달리, 심평원 내부에서 올해 시행을 목표로 구체적인 논의 중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초 비공개로 진행된 심평원 미래전략위원회 회의에서는 '실손보험을 심평원 위탁하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으며, 본지가 확보한 회의 보고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최근 심평원 미래전략위는 전체회의를 통해 지난해 보훈, 의료급여, 자동차보험 등의 진료비 수탁 심사시스템이 안정화됐다고 자평하면서, EMR·EHR등 의료정보 표준화 연구, 비급여 진료비용 송수신 시스템 구축 등 미래의 심사평가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부터 업무 확장을 위해 "건강보험과 민간보험 등을 통합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국민 의료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이라면서 "지난해 구축된 진료정보 교류시스템을 바탕으로 청구오류 사전점검 시스템을 확대하는 동시에, EMR·EHR 등을 상호교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현재 심평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건강보험 내 국민 의료정보를 병원의 환자기록, 사보험의 고객정보 등과 통합적으로 심평원에서 관리하겠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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