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보란테' 국내 시장 안착 성공할까

동화약품이 지난달 20일 자체 개발 신약 자보란테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승인 받았다.

자보란테는 자보플록사신을 주성분으로 하는 퀴놀론계 항생제로, 동화약품은 올해 하반기 제품 출시 후 시장의 판도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보란테 승인을 기점으로 국내 퀴놀론계 항생제 시장의 동향과 전망을 짚어봤다.

국내 시장 다국적사·제네릭이 대부분

유비스트에 따르면 전체 항생제 시장은 지난해 약 5611억원 수준이며, 이 중 퀴놀론계 항생제는 1200억원대로 추산된다. 매년 약 6% 이상 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수입 약물이나 제네릭이 자리 잡은 실정이다.

 

퀴놀론계 항생제는 박테리아 감염을 치료하는 항생제로 미생물을 변형시켜 만든 기타 항생제와 달리 순수 화학물질로 구성됐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독성이 적고 항균 범위가 넓어 호흡기와 비뇨기, 소화기 등 다양한 감염치료에 사용된다.

이 중 국산 신약은 자보란테까지 세 품목으로, 2001년 JW중외제약 큐록신(주성분 발로플록사신)을, 뒤이어 2002년 LG생명과학이 팩티브(주성분 제미플록사신)를 허가받은 바 있다.

큐록신은 2013년 25억 7000만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26억 1300만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팩티브는 2013년 LG생명과학이 일동제약에 판매 독점권을 넘기는 마케팅 협약을 체결하고 처방액이 2012년 20억원 수준에서 2013년 21억원, 지난해 28억원으로 점차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

다이이찌산쿄의 제품을 위탁판촉하는 제일약품의 크라비트(주성분 레보플록사신)와 타리비드(주성분 오플록사신)는 지난해 각각 56억원,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크라비트는 퀴놀론계 항생제 시장을 주도하는 품목이지만 2012년 87억원 수준에서 2013년 62억원으로 감소했다. 바이엘 아벨록스(주성분 목시플록사신) 또한 2013년 43억원에서 지난해 31억원으로 줄었고, 씨프로바이(주성분 시프로플록사신)도 2012년 22억원 수준에서 2013년 18억원, 지난해 17억원으로 감소세에 있다.

아울러 목시플록사신은 지난해 한미약품 모록사신, CJ헬스케어 모벨록신, 비씨월드제약 퀴녹스, 대화제약 목시플로, JW중외신약 옵티목스 등이 제네릭으로 출시됐지만 매출액은 미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 일동제약의 시프로플록사신 제네릭 싸이신과 레보플록사신 제네릭 레보팩신은 각각 약 60억원, 50억원 수준의 매출액을 거두며 선방하기도 했다.

배현주 한양의대 교수(한양대병원 감염내과)는 "퀴놀론계 항생제는 세대별로도 차이가 있고, 각각 강점도 다르다. 따라서 선택할 때 해당 약제가 어떤 균에 타깃을 해서 만들었는지를 보게 된다"며 "약의 흡수력이나 조직 분포력, 임상 데이터 등을 근거로 약을 사용하는 것"이라며 선택 기준을 설명했다.

퀴놀론계 항생제는 1세대(날리딕스산, 시녹사신), 2세대(노르플록사신, 시프로플록사신, 로메플록사신, 오플록사신 등), 3세대(레보플록사신, 스파르플록사신, 토슈플록사신 등), 4세대(트로바플록사신, 가티플록사신, 제미플록사신 등) 등으로 분류된다. 2세대에 비해 3세대는 폐렴알균을 비롯한 그람양성균과 일부 혐기균에 약효가 강하고, 4세대는 그람양성균과 혐기균 효과가 더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큐록신은 3세대, 팩티브와 자보란테는 4세대에 해당된다.

배 교수는 "국산 신약도 상당히 좋은 약들인데 바이엘 등의 기존 제품이 임상시험 데이터가 훨씬 많고 적응증 확대 등 측면에서 유리하다. In vitro 데이터만 갖고는 안 되고, 미국 가이드에서 제시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국산약이 소외되는 부분은 있다"고 부연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같은 퀴놀론계 항생제라고 해도 쓸 수 있는 영역이나 강점, 적응증에 차이가 있어 케이스마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 매출로 우위를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며 "일반적으로 점유된 약을 먼저 쓰기도 하고, 내성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해외로 눈 돌린 국산 항생제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자 국내 개발 퀴놀론계 항생제는 주사제 추가 발매 등 제형 확대는 물론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하는 모양새다. 팩티브 판매를 담당하는 일동제약은 지난해 2월 주사제를 론칭하고, 주사제형에서 경구제형으로 이어지는 순차요법의 장점을 강조했다.

또 LG생명과학은 국내 신약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한 팩티브의 해외 수출 확대를 위해 국내 판권을 일동제약에 일임하고 미국·러시아·터키·중국 등 시장 진출에 힘을 쏟았다. 또 미국을 비롯한 50여개국의 제약사에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큐록신도 해외 수출 성과를 거뒀다. JW홀딩스는 지난 2013년 중국의 천진그린파인제약과 큐록신 완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염색약인 창포액과 더불어 1080만 달러 규모에 달한다.

JW홀딩스는 중국 식약청(SFDA)에 제품 등록을 마친 후 2016년부터 5년 동안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며, 천진그린파인제약은 주요 대형병원 등 중국 전역에 걸쳐 확보하고 있는 판매 네트워크를 통해 큐록신 마케팅을 실시할 계획이다.

동화약품 신약, 국내외 공략 준비

한편 동화약품도 국내 시장 진입은 물론, 미국·유럽 등 글로벌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자보란테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제약산업 컨설팅 지원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지역사회획득성폐렴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계획(IND)에 대해 미국FDA의 허가를 획득했다. 허가받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세균성급성악화(ABE-COPD)뿐만 아니라 요로감염증에 대한 적응증 확대도 도모할 전략이다.

동화약품은 제품 효능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회사 측에 따르면 자보란테는 비임상 약효 평가에서 호흡기질환 관련균(폐구균, 헤모필루스균, 모락셀라균 등)에 우수한 항균력을 보일 뿐만 아니라 내성균주에 대해서도 높은 효능을 보였다.

동화약품은 국내 주요 35개 기관에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ABE-COPD 환자 345명을 대상으로 자보란테의 5일 치료의 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했다. 특히 환자가 보고하는 ABE-COPD 호전 지표에서는 기존 치료제 7일 요법에 비해 신속한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복지부가 인증하는 '2014년 제3차 보건신기술'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 번째로 출시되는 퀴놀론계 항생제 신약이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자보란테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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