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부담 덜었지만 병원 내부 갈등 키워”

 
편집국 이슈 토론
선택진료제도 축소 8개월 빛과 그림자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에 따라, 대표적 비급여로 꼽혔던 병원 선택진료제도가 지난해 8월부터 상당 부분 축소됐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 병원계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고 있을까? 현장을 직접 뛰는 기자들이 모여 선택진료제도 축소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 개선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수가 가산방식, 내과에 불리…내·외과 온도차 이후 개편에서 진료과 간 격차 더 심해질 것”


▶ 박상준(사회): 지금까지 선택진료제도의 변화를 간단히 살펴보자.
 
▶고신정: 선택진료제도는 환자가 필요하면 보다 전문적인 의사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지급하고 진료를 받는 제도로, 1967년 국립의료기관 의료진의 저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도입된 뒤 상당수 대형병원으로 확대 시행돼 왔다.
하지만 이를 두고 지속적으로 갑론을박이 있었다. 환자들은 선택진료제도가 확대되면서 사실상 모든 환자가 선택진료를 강요받고 있다며 제도의 폐지를 요구했지만, 병원들은 선택진료가 사실상 저수가 보전책으로 기능하고 있는 만큼 불가능한 일이라고 맞섰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이른바 3대 비급여 개선작업이 본격화됐고, 그 첫 단계로 정부는 지난해 8월 선택진료 축소를 골자로 하는 제도 개선안을 시행한 바 있다. 더불어 선택진료 축소에 따른 병원들의 손실 보전을 위해 1600여 개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 인상과 입원 중 협진 진찰료 산정횟수 확대 등의 제도개선이 함께 이뤄졌다. 정부는 내후년까지 선택진료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 서민지: 부연하자면 2014년 기준으로 선택진료비 금액이 평균 35% 감소하고, 현행 진료항목별 20~100% 가산되던 것이 15~50%만 가산되도록 조정된 것이다.
선택의사 비율도 진료과목별 현행 80%에서 65% 수준으로 축소되는데, 선택의사는 1만 400여 명에서 약 8000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 박상준: 정리하면, 환자들이 원치 않는 선택진료를 받던 일이 감소하는 등 환자들 입장에서는 이득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서민지: 환자단체나 시민단체에서는 상당한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한 폐암 환자는 본래 7~8일 입원 시 내야 하는 비용이 600만원 정도였지만 이번에 선택진료비가 축소되면서 420만원 낮은 180만 정도 지출하게 됐다. 즉 환자의 비용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할 수 있다.
 
▶ 김지섭: 시민단체는 불필요한 선택진료제도를 통해 환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전개하고 있다.
선택진료제도가 환자의 의사 선택권을 위해 운영된다기보다 병원의 수익을 목적으로 하므로 굳이 선택진료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입장이다. 얼마 전 선택진료제도를 주제로 열린 의료계 토론회에서는 선택진료비 축소가 의료계 경영악화로 이어진다고 성토했는데, 이는  수가 보전 등을 약속했던 정부가 의료계와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환자 입장에서는 선택진료 부담이 얼마나 줄어드는지가 중요하며, 정부가 이를 유지 혹은 발전시켜줘야 할 것이다.
 
▶ 박상준: 반면 선택진료제도 개정안에 대한 병원의 입장은 어떠한가?
 
▶ 안경진: 같은 병원 내에서도 진료과별로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선택진료 축소로 인한 손실보전 대안으로서 1600여 개 항목에 대해 13~50%의 수가 인상을 단행했는데, 그에 따라 손실 정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크게는 내과 계열에서 대체로 수입이 감소하고 외과 계열에서 늘어난 양상인데, 이는 대한갑상선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공개된 데이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갑상선 관련 수술은 다빈도 수술로 분류돼 모두 수가의 50%가 인상된 상황이다. 세브란스병원이 제시한 '선택진료제도 개편 전후 진료비 비교' 자료에 따르면 진료비 총액과 급여 본인 부담액은 다소 증가했지만, 상대적으로 비급여 총액, 선택진료비가 더 줄면서 환자부담총액은 낮아지게 됐다.
나머지 병원들은 아직 제도 변화 후 1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마땅히 내놓을 만한 데이터가 없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 박미라: 대학병원 대부분은 선택진료비 비중이 높다.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마련된 고도수술 처치 기능검사 같은 의료행위 수가는 높아졌지만 외래 검사 영상 등의 행위로 인한 수익이 많아야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병원들은 선택진료비가 축소되면 진료비 감소는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급종합병원보다 종합병원의 손실이 더 크다는 의견도 있는데, 일부 병원에서는 어느 정도 이익이 감소했다는 말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 박상준: 수익감소와 관련해 병원들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는 상태다. 5500억원 손실 등의 데이터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 고신정: 세브란스병원이 선택진료비 축소에 따른 정부 보상이 진행된 이후 내과계와 외과계 간 수입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발표했다. 제시한 자료를 보면 외과계와 피부·비뇨기과계는 선택진료제도 시행에 따른 보상을 받으면서 각각 7.3%, 19.9% 수입이 증가했다. 반면 내과계와 안과·이비인후과계,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계는 각각 15.6%, 11.8%, 8.8%씩 수입이 감소했다.
선택진료제도 개선 방안은 8월부터 단계적 축소를 추진하되, 건강보험 재정 투입으로 병원급 손실분을 100% 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실제 보전율은 그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 안경진: 앞으로 2, 3차 개편이 더 진행될 경우 진료과 간 격차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특히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재활의학과 등 일부 진료과는 선택진료 의사 비율을 애초 계획대로 65%, 33%까지 줄이면 선택진료를 유지할 수 없는 병원도 생기게 된다는 게 문제다.
 
▶ 박미라: 정부가 선택진료 의사는 병원별 80%에서 올해 진료과목별 3분의 2 내년엔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선택의사는 약 24% 줄고 선택진료비는 총 2200~2500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서민지: 건강보험공단이 직영하는 보험자병원인 일산병원은 상급병실료는 따로 받지 않았지만, 선택진료비는 받아왔다. 큰 손해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수익이 다소 감소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국립중앙병원도 3대 비급여 개편 이후 진료비 수익의 30% 정도 감소했다는 결과가 있다. 정부에서 고난이도 외과 수술에 대한 수가를 가산해주고 있는데, 국립중앙의료원은 이 같은 환자가 거의 없다 보니 수익 보전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박상준: 선택진료비 축소로 인해 내과계 외과계의 수입 불균형과 빅 5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근거는 무엇인가?
 
▶ 임세형: 그동안 적자로 운영해온 지방 국립대병원 경영난 심각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립대병원들은 인건비 규모가 크고, 병원 수익사업이 적어 선택진료비를 폐지할 경우 순수익 감소로 이어져 결국 국가 부담액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광명성애병원은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대안 등을 마련해 놓고 선택진료 축소에 대한 수익 보전 비율을 맞췄음에도 수입 감소는 여전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 원종혁: 현재 대한병원협회 등에서 공개한 선택진료비 축소에 따른 손실을 간단명료하게 수치로 비교하는 데는 분명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다.
과도한 재정적인 부담은 시스템 문제에서 도출될 수 있다는 얘긴데, 경도 고혈압 환자가 혈압약 처방을 위해 개인병원이 아닌 대학병원을 방문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미국은 일단 1차 의료기관에서 처방과 관리교육을 받지만, 국내는 의료정보가 범람하면서 무조건 개인병원보다는 대학병원에서 수준 높은 진료를 받겠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비효율적인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 박상준: 이쯤에서 선택진료제도 개정안에 대한 정부 판단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 손종관: 정부는 선택진료제도 1차 개편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는 점을 인정하고 수가 보전으로 인해 새로운 투자를 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눈치다.
선택진료제 관련 의료진 감축은 그대로 추진하되 진료과별 축소에 대한 문제점 등은 충분한 토의와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진료과별 감축에 대해서는 병원별 전환을 향후 고려해보고 현재 1차 개편 이후 어느 정도 수가 인상 효과가 있는지 최종 분석을 마친 후에 병·의협과 논의한 후 모두에게 손해가 없는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