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란의대 Fabio Pace 교수

▲ 최근 방한해 '난치성 GERD 환자에서 최적의 PPI 치료전략'을 발표한 이탈리아 밀란의대 소화기내과 Fabio Pace 교수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신 PPI 치료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국내 위식도역류질환(GERD)이 만성화 양상을 보이며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은 비단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치료제 사용에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GERD 환자에서 프로톤펌프억제제(PPI)를 우선적으로 처방하지만 아직 PPI의 투여방법과 용량, 유지기간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명확한 합의가 없다는 것.

또 PPI 장기간 투약이 필요한 상황에서 부작용과 관련해 어떤 약물이 가장 안전한지도 논의가 돼야 하는 부분이다. 최근 방한해 '난치성 GERD 환자에서 최적의 PPI 치료전략'을 발표한 이탈리아 밀란의대 소화기내과 Fabio Pace 교수를 만나 최신 PPI 치료전략을 물었다.

- 실제 난치성 GERD 환자의 진단과 관련, 의료진마다 다소 차이가 존재하는 이유는?

GERD 가운데 PPI 표준용량을 투약했음에도 효과가 없는 이른바 난치성 GERD 환자는 진료실에서 상당히 흔하게 마주한다. 그러나 질환의 진단에 대한 정의 자체가 명확치 않아 의료진마다 다소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일단 'PPI 표준용량을 8주간 투약했음에도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경우'로 정의하는 게 의사들에게 널리 수용되고 있지만, 투약기간이 4주 혹은 8주냐에 이견이 분분하다. 개인적으로 4주간 PPI 표준용량 투약에도 반응이 없는 GERD 환자를 난치성으로 분류하고 있다.

- PPI가 1차 치료제로 사용되지만 환자의 만족감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PPI 4주 혹은 8주 치료에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약물 저항성을 보이는 환자가 일부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비교적 낮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 같은 문제는 여러 요인에 기인한다.

우선 환자마다 복약 순응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최소 30일 동안 PPI를 매일 복약해야 하는데 실제 이를 순순히 따르는 환자는 많지 않다.

이어 진단의 문제도 제기된다. 진단이 확실치 않은 경우가 많다. 보통 GERD는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비미란성 역류질환(NERD)이나 역류성 식도염(ERD) 환자의 일부에서는 위장관 점막 산도를 모니터링한 결과 산접촉 시간이 정상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진단 시 NERD를 다양한 질환에 포함시키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 경우 결국 PPI를 투약해도 환자의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것이다. 이에 전체 PPI를 한 데 묶어 유효성과 부작용을 평가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기 때문에 PPI를 개별단위로 구분해 각각의 약물효과를 따져봐야 한다.

- 평생 증상 조절에 중점을 두는 만큼 장기적인 PPI 사용은 필수. 과연 안전한가?

▲ 본지와 인터뷰 중인 Fabio Pace 교수
GERD는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치료를 통해 완치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NERD 환자는 치료 중단 후 6개월 이내에 75% 정도가 재발하며 ERD 환자는 이보다 높은 90%로 보고되고 있다. 즉, 해당 질환에서, 장기적인 치료전략은 떼어놓을 수 없다. 때문에 PPI 장기간 투약을 두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끊이질 않았던 게 사실이다.

지난 2006년 JAMA에 게재된 'PPI가 골대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이슈화되면서 이후에도 관련 연구들이 쏟아져 결국 미국식품의약국(FDA)은 PPI의 장기복용과 관련해 경고문구를 삽입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다양한 메타분석 연구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부정적인 아웃컴이 PPI 계열 자체가 가진 본질적인 효과인지 그 인과성을 찾을 수 없었다. 만일 이것이 PPI 계열 약제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효과라고 해도 관찰된 패턴이 기이하고 일관성이 없는 것이다.

장기간 복용한 환자들보다 1년 정도 단기 복용한 환자에서 이상반응이 더욱 두드졌으며, 고용량 투여 환자보다 저용량 투여군에서 문제가 많이 나타났다는 점은 연관성을 이해하기 힘들다. 더욱이 위산 과다분비를 특징으로 하는 졸링거 엘리슨 증후군(Zollinger Ellison Syndrome)과 같은 고용량 PPI 투약 환자군에서도 이러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PPI 계열 약제 전체를 싸잡아 골절 위험과 관련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일부 연구는 유암종(carcinoid tumor)의 유발 위험성을 평가했지만 보고된 증례가 극소수에 불과해 현재 이 가능성은 배제됐다.

- PPI는 개인차가 큰 약물이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고려한 최적의 PPI 처방전략은?

그동안 PPI 간 직접비교(head to head) 임상들이 다양하게 진행됐지만, 확실한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환자를 모집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제한된 임상 데이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약물을 선택하는 것은 GERD 치료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관건이 된다. 장기간 투약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약물 상호작용이 낮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처방 경험을 미뤄보면 안전성 측면에서는 기존 PPI와 다른 기전을 가진 라베프라졸이 단연코 최적화된 안전성 프로파일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기타 PPI와 달리 라베프라졸은 CYP 2C19 유전적 다형성에 개입을 받지 않는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어 다른 약제와 약물 상호작용에 대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지금, 여러 개의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환자가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약물 상호작용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분명 눈에 띄는 장점이다. 또 라베프라졸과 에소메프라졸이 효능에서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약효 발현이 빠른 속효성 측면에서는 라베프라졸이 이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 난치성 GERD 환자에서도 동일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물론이다. 라베프라졸은 속효성, 유효성, 안전성, 기타 약물과의 상호작용 모두를 고려했을 때 다양한 이점을 가진 약물로 꼽을 수 있다. 때문에 난치성 환자를 포함해 일반 GERD 환자에서도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라베프라졸은 4주 또는 8주의 표준용량 PPI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은 난치성 GERD 환자에서 하루 2회(bid) 투약으로 충분한 효과가 확인됐다. 더불어 grade C나 D로 분류되는 상당히 중증인 GERD 환자들에서 라베프라졸 10mg 또는 20mg 모두 치료효과가 기대되는데, 이는 다른 PPI에서는 입증되지 않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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