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CA 변이 환자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 시행 여부에 '혼란'

헐리우드스타 안젤리나졸리가 최근 암예방을 위해 난소난관절제술을 시행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료계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적잖은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BRCA1 변이 유전자를 가진 졸리는 2년 전에도 같은 목적에서 양측유방절제술을 받았다.

당시 이 같은 자신의 결정을 뉴욕타임즈 기고문을 통해 알렸는데, BRCA 유전자검사에 대한 문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른바 '안젤리나졸리 효과'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미국의 한 클리닉은 안젤리나졸리의 발표 이후 6개월 만에 검사 시행건수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했다는 후문이다. 

의료계는 BRCA 유전자 돌연변이나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 여성에서 예방적 수술이 암발생 위험도를 감소시키는 것은 맞지만, 치료의 득실을 따져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유전자검사 남용에 대한 우려도 함께 거론되는 상황. 

이번 사건을 계기로 BRCA 유전자검사 및 예방적 유방절제술 및 난소난관절제술의 효용성과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짚어봤다.

난소난관절제술, "유전자·가족력 고려한 최선의 결정" 

안젤리나졸리는 뉴욕타임즈 3월 24일자(현지시각)에 "지난주 양측 난소와 나팔관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실었다.

▲ 뉴욕타임즈 3월 24일자에 게재된 안젤리나졸리의 기고문

기고문에서는 자신이 유방암과 난소암 위험도를 각각 87%와 59% 높인다고 알려져 있는 BRCA1 돌연변이 보인자(carrier)인 데다 친모, 외조모, 이모에 이르기까지 친인척들을 암으로 잃었다고 소개했다.

때문에 정기적으로 혈액검사 결과를 모니터링해오던 중 '난소암 종양표지자인 CA-125 수치는 정상인 반면 염증지표가 상승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고, 의사로부터 '초기암의 징후일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그 외 신체검진이나 초음파검사, PET/CT 결과에는 이상이 없었고, 종양검사 또한 음성 소견을 보였다고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 안젤리나졸리

졸리는 "진작부터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을 계획하고 있었고, 주치의와 호르몬대체요법 등에 관해 논의하는 등 정서적, 육체적으로 상당 기간 준비해 왔다"면서도 "여성을 강제 폐경으로 몰아넣는다는 측면에서 그 여파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수개월 정도 적응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BRCA 검사 결과 양성 소견을 나타났다고 해서 반드시 예방적 절제술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도 당부했다.

수술이 유일한 치료 옵션은 아니며, BRCA 변이 유전자를 소지한 상당수 여성들이 잦은 추적검사와 함께 경구용 피임약을 복용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

졸리는 "BRCA1 유전자 돌연변이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전적인 원인은 아니다. 내 경우 가까운 가족들 중 3명의 여성이 암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여러 명의 의사들과 논의 끝에 수술이 최선이라는 데 합의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치의로부터 가족들에게 암이 발생했던 시기보다 10년 정도 이른 나이에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나의 어머니는 49세 때 난소암 진단을 받았고, 현재 나는 39살"이라는 게 수술을 결심하게 된 최종 이유다.


"유전자검사, 나도 받아야만 할까?" 
BRCA 1, 2 변이환자서 유방암·난소암 예측률↑

이번 사건은 단순히 유명 배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암 조기발견 및 예방을 위한 유전자검사가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최근 메타분석에 따르면 BRCA1 유전자 변이를 가진 여성에서 70세까지 유방암이 발생할 누적위험도가 57%, 난소암은 40%였고, BRCA2 유전자 변이가 있을 경우 위험도가 각각 49%와 18%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산발성 유방암 환자의 BRCA1, 2 돌연변이 발생빈도가 각각 1% 정도로, 서구에 비해 낮다고 알려져 있지만, 전문가들은 일단 변이가 발견될 경우 유방암과 난소암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지므로 집중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연구 세부과제
한국유방암학회가 2013년 말 발표했던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연구(KOHBRA)'에 따르면, 6년 동안 전국 36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유방암 환자 30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환자들 중 가족성유방암이 약 20%, 유전성 유방암이 5∼10%를 차지했다.

연구는 한국인 여성이 70세까지 생존한다고 가정했을 때 BRCA 변이 보인자 10명 중 최대 7명이 유방암에, 최대 2명이 난소암에 걸릴 수 있다고 보고했다.

한국유방암학회는 △본인이 유방암 혹은 난소암으로 진단되고 친척 중 유방암 혹은 난소암이 있는 경우 △유방암, 난소암이 동시 발병한 경우 △40세 이전에 진단된 유방암 △양측성 유방암 △유방암을 포함한 다장기암 △남성 유방암 △상피성 난소암 환자를 검사대상으로 권고한다. 이 경우 의료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5~10만원 선의 개인부담금으로 검사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BRCA 돌연변이 밝혀졌다면...선택은?"
수술적 치료, 예방효과 탁월하지만 '신중 또 신중해야'

앞서 안젤리나졸리의 기고문에서도 언급됐듯 BRCA 변이 유전자가 확인됐다고 유방절제술과 난소난관절제술만이 답은 아니다.

한국유방암학회는 유방암과 난소암을 예방 또는 조기진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유방촬영, MRI, 경질초음파, 혈액검사와 같은 적극적인 감시(active surveillance)와 타목시펜, 피임약 등의 복용을 제시했다.

물론 위험도 감소율에 있어 수술이 가장 탁월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2009년 발표됐던 10개 연구의 메타분석에서는 BRCA1, 2 돌연변이 보인자에서 난소난관절제술이 유방암 위험도를 51%, 난소암 또는 난관암 위험도를 79%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J Natl Cancer Inst 2009;101:80-87).

주저자인 Timothy R. Rebbeck 교수(펜실베니아의과대학)는 "이번 연구는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의 암 위험도 감소효과를 정량화 한 가장 권위있는 리뷰 결과"라며, "수술의 예방효과는 이미 충분하다. 더 이상 논란거리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예방적 유방절제술 역시 겨드랑이나 쇄골 위, 복벽의 상부, 피부 등에 발생한 일부 환자들을 제외하고 유방암 위험을 9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입증된 상태다.

다만 전문의 상담을 통해 수술로 얻게 되는 혜택과 위해를 충분히 고려한 뒤 결정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뜻을 같이 한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김재훈 부인종양위원장(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은 "미국 등에서는 출산을 마친 30대 후반~40대 여성들 가운데 예방적 목적으로 난소난관절제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BRCA 1, 2 돌연변이 비율이 낮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는 일부 고위험군에서 검사를 고려해보는 수준"이라며, "예방적 수술이 일반적이진 않고, 배란 횟수를 줄이기 위해 경구용 피임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덧붙였다.

▲ 박정열 울산의대 교수
울산의대 박정열 교수(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는 "난소암의 조기진단이 어렵고 사망률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BRCA 변이 환자들에게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이 추천되지만, 가족성 유방암과 난소암 위험도가 낮은 일반 여성이 수술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박 교수는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을 결정하기 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로 △향후 출산 계획 △폐경 증상을 조절하기 위한 치료나 호르몬대체요법 △가족 중 난소암이 발병한 최소 연령 등을 꼽았다.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출산을 완료한 여성이라면 대개 35~40세 사이가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만일 환자가 난소난관절제술을 원하지 않는 경우라면, 30세 혹은 가족 중 난소암이 진단된 최소 연령보다 5~10년 정도 일찍부터 골반 초음파검사와 CA-125 검사를 6개월마다 시행할 것과 경구용 피임약 복용 등이 권고된다.

박 교수는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은 대개 복강경으로 시행되며, 합병증 발생률이 매우 낮고, 위험도가 높지 않은 수술"이라며 "수술 후에는 폐경 증상 조절을 위한 치료와 함께 자연폐경이 되는 연령까지 호르몬대체요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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