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현요양병원 김주형 원장, "쉽게 돈 벌 생각으로 접근해선 안 돼"

많은 외과의사가 수익을 위해 메스를 버리고 '요양병원' 개원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요양병원은 레드오션(Red Ocean)상태로 규모의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심사·평가·인증 기준도 점점 까다로워지는 실정이다.

외과의사로 14년을 일하다 요양병원을 개원한지 1년된 한빛현요양병원 김주형 원장은 "주변에서 요양병원을 차리면 무조건 돈을 많이 버는줄 안다. 하지만 무턱대고 요양병원을 개원하거나 봉직의로 취직하게 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국 요양기관은 1339곳이며, 병상수는 20만개를 넘어선지 오래다.

우후죽순 생기는 요양병원에 대한 관리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적정성평가를,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는 인증평가를 시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기관마다 격차가 크고 시설과 인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허다하다. 수익 역시 빈익빈부익부로, 지역이나 병상 수, 환자군에 따라 편차가 심한 편이다.

김 원장은 "처음에는 '개원만하면 환자가 찬다' '진료에 대한 부담이 급성기보다 적다' '안정적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지만, 막상 지난해 개원을 하면서 준비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환자들에게 요양병원은 냄새나고, 낙후된 시설에다가 치료를 할 수 없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이미지를 깰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본인만 할 수 있는 특장점을 살려 다양한 기준과 제도를 설렵한 후 개원해야 한다"고 했다.

part1. 유리한 방향으로 컨셉잡기

▲ 요양병원 모습(위 기사와 관계 없음)

개원 전 요양병원 컨셉을 정할 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특화된 분야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며, 최근 재활, 노인요양, 암 등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선호되고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전문과목의 특성을 살려서 다른 요양병원이 할 수 없는, 외과의사만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요양병원 입원환자 수가는 일당정액제이지만, 폐렴치료, 패혈증치료, 중환자실 입원기간, 외과적 수술에 따른 치료기간 등은 행위별로 청구할 수 있다"며 "외과의사로서 외과수술 부분이 유리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위내시경을 하면서 PEG를 하거나, 말기암환자의 복수를 제거하는 시술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반면 중환자실 입원, 폐렴, 폐혈증 등은 피하면 좋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행위별 청구가 가능하다고 해서 중환자 공간 확보하는 것은 어리석다. 기준과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울 뿐 아니라 중환자입원이 많은 기관은 심평원 실사 대상이 되기 때문"이라며 "폐렴, 폐혈증 치료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part 2. 복잡한 기준과 요건 잘 따져보기

컨셉을 정했다면, 법과 제도에 대해 '빠삭'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요양병원 수가제도와 일반 원칙은 물론, 환자분류군, 의무기록에 반드시 기재돼야 하는 내역, 입원료 심사기준 등을 반드시 숙지할 것을 권고했다.

요양병원은 요양시설과 달리 의사, 한의사 등만 개설 가능하며, 노인성환자, 만성질환자, 주로 장기입원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

시설 기준은 일반병원과 비슷하며, 침대이동 가능한 공간 확보, 바닥턱 제거, 병상·변기·욕조 등 주변에 응급호출시스템 설치, 안전손잡이 마련 등을 이행해야 한다.

입원료는 일당정액으로 묶여 있으며, 따로 청구할 수 있는 부분은 식대와 전문재활치료, 전문의약품(치매치료제, 루게릭병), CT, MRI, 혈액투석, 간호등급 필수인력가산 등으로 한정돼 있다. 환자분류는 A1~A7까지 나눠지며 최고도, 고도, 중도, 문제행동군, 인지저하군, 의료경도, 신체기능저하군 등이다.

김 원장은 "수가가 어떻게 책정됐는지를 확인해야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전문재활치료나 혈액투석 등은 수입에 도움이 되므로 시행하는 것이 좋고, CT나 MRI는 찍으면 거의 삭감되므로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2013년 10월 의료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요양병원에 대한 제지가 강해졌고, 개정된 규칙에 따르면 침대가 드나들 수 있는 대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하고, 복도의 폭은 1.5m 이상을 유지하면서 미끄러지지 않는 재질로 만들도록 규정했다.

쉽게 개원하기 위해 예전 병원을 매입하는 예비 병원장들이 많은데, 2013년 이전에 지어진 곳이라면 리모델링 비용 상당부분이 투입될 뿐 아니라 아예 개보수 자체가 어려워 재건축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예전부터 요양병원을 했던 곳이라고 해서 그대로 인수하면 오히려 새롭게 건물을 올리는 것보다 더 돈이 많이 들 수 있다. 또 모텔, 찜질방, 예식장 등을 개조해 사용하기도 했는데, 앞으로는 이 같은 곳을 리모델링해도 개설허가가 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잘 따져봐야 개설 허가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part 3. 인력, 당직도 잘 따져야 손해 안 본다

보통 요양병원들은 인력 가산을 많이 받기 위해 인건비를 과도하게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김 원장은 "투자 대비 수익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며 "본인의 병원 컨셉과 규모, 환자군 비율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필요한 인력만 뽑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적정성 평가가 상대평가이므로, 무턱대고 인력을 충원하면 오히려 인건비가 더 커져 가산을 받더라도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 실제 2012년도 적정성평가 결과 서울은 81곳 요양병원 중 1등급은 6곳에 불과했다.

▲ 지난해 장성요양병원 화재 후 전경.

김 원장은 "자신의 병원 규모를 파악해 1등급 가산을 받는 것이 더 나은지, 아니면 등급 낮게 맡더라도 인력 줄이는 게 나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인력기준을 평가할 때 환자당 의사 수, 간호사 및 조무사 수는 물론 약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여부도 본다. 특히 간호인력의 이직율에 대해서도 평가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당직에 대한 관리도 소홀해선 안 된다고 했다. 지난해 장성요양병원 화재 사건 후 '당직의료인' 수는 입원환자 200명까지는 의사1명, 간호사 2명을 둬야 하며, 환자 200명 이상부터 의사 1명, 간호사 2명씩 추가로 배정토록 변경됐다.

part 4. 봉직의·당직의 취업도 '방심은 금물'

원장으로서 개업이 아닌 봉직의나 당직의로 취업을 할 때도 주의할 점은 많다는 입장. 무엇보다도 취직하는 곳이 '사무장병원'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봉직의나 당직의로 비의료인이 개설한 요양병원에 고용됐을 때 위험성이 많다. 사무장병원인지 몰랐을 때는 의료법상 문제되지 않지만, 알고 나서도 해당 기관에 취직하면 그 모든 책임은 의료인이 져야 하고, 그간 번 돈을 모두 환수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의사는 원장이 사무장병원인지 인지하기 쉽지 않고, 속아서 고용됐더라도 추후 책임은 고용된 의사가 져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법인은 아무나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사장 등 직접적인 구성원이 의사가 맞는지, 또한 법인 개설자가 이사장과 어떤 관계인지를 파악해야 하며, 월급 명세서나 계약서 등 증거가 될 수 있는 모든 서류를 상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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