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2015, 2개 연구 공개…무작위대조연구(RCT)가 확실한 결론낼 듯

▲ 테스토스테론 치료와 심장 합병증 연관성 논란이 점화됐다.

남성에서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testosterone-replacement therapy)이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그동안 제기됐던 논란을 정면 반박했다.

올해로 64회차를 맞는 미국심장학회(ACC)의 2015년 연례학술대회가 14일부터 16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된 가운데, 이번 연구는 Scientific Session에 소개됐다.

학회기간 공개된 2개 연구결과가 중요한 것은 어떠한 제약사의 바이어스(bias)도 없이 오로지 테스토스테론 자체의 심혈관 부작용을 평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미국 오로라헬스케어 심혈관노화통합연구센터 Zuber Ali 박사팀이 주도한 첫 번째 연구는 테스토스테론 치료 유무에 따른 심혈관 사건의 발생에는 차이가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수치상으로도 심근경색, 뇌졸중, 사망 등 심혈관 사건이 발생한 비율이 대조군 6.7%에 비해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시행받은 환자군에서는 5.5%로 낮았다.

연구를 살펴보면 미국 15개 병원 및 150개의 1차 의료원에서 저용량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처방받은 총 7245명 남성이 등록됐다.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은 54세, 평균 추적관찰 기간은 1.78년으로 이들에 300ng/dL 미만의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이 실시됐다.

환자 대부분에서는 심혈관 위험인자가 보고됐는데 이상지질혈증 41%, 고혈압 34%였지만, 3년째 다변량분석(multivariate analysis) 결과 대조군 대비 테스토스테론 치료군에서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또는 사망 등의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받은 12만 2889명의 데이터가 담긴 29개 연구를 메타분석한 두 번째 연구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세인트폴지역병원의 Pawan Patel 박사팀의 연구에서도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은 심혈관 사건의 증가와 관련이 없었던 것.

Patel 박사는 "연구결과 테스토스테론이 함유된 젤, 주사용제, 경구제 등을 투약했음에도 심장발작, 뇌졸중, 돌연 심장사(sudden cardiac death), 심부전 등의 심혈관 사건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FDA 테스토스테론 무분별 사용…심장사건 및 뇌졸중 발생 경고

 

대표적인 순환기학회에 테스토스테론의 심혈관 위험성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이 연이어 발표된 이유는 뭘까.

최근 이 같은 이슈에 학계와 보건당국의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임에는 분명하다. 지난 3일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사용이 승인된 테스토스테론 제품 라벨에 심장발작과 뇌졸중 발생 위험을 경고하는 안내문구를 추가토록 제조사에 명령했다.

FDA 자문위원회가 이번 시행조치에 근거로 든 데이터를 살펴보면 일리는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관련 논문을 분석한 결과 테스토스테론을 투약한 환자에서는 이상 심장사건과 뇌졸중 발생이 증가한다는 근거가 포착됐고, 일부에서는 사망에까지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미국보훈처(Veterans Affairs)에 등록된 환자들을 관찰 분석한 결과 관상동맥 조영술과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시행받은 이들은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에 비해 사망, 심근경색 또는 허혈성 뇌졸중의 발생이 29% 증가했다. 이외 기타 연구에서도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받은 남성들은 투약시작 3개월 후 심근경색 발생 위험은 36%까지 올라갔다.

특히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지원 아래 실시된 TOM(Testosterone in Older Men with Mobility Limitations)연구 결과 65세 이상에서 심근경색의 발생위험은 테스토스테론 치료 90일을 기점으로 2배 이상 높았다.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받는 해당 환자군에서 심근경색과 고혈압 등 심혈관 사건의 위험이 증가된 것은 물론, 결국 연구는 심혈관 위험때문에 중단됐다고 알려졌다.

이렇게 테스토스테론 자체의 심혈관 부작용이 거론되지만 문제는 또 있다.

현재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은 고환이나 뇌하수체의 기능장애 혹은 성선기능저하증(hypogonadism) 때문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성들에게 사용토록 승인이 된 상황이지만, 노화 이외에 기타 다른 이유에서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성에서 증상경감 목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 2013년 테스토스테론 제품의 매출이 20억 달러(약 2조 2678억 원 상당)를 넘어섰다는 통계가 이를 대변한다.

이러한 무분별한 사용에 앞서 치료에 따른 안전성 근거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FDA 측의 입장이다.

심혈관 부작용 결론 '시기상조', 추후 무작위대조연구(RCT)만이 '답'

이번 ACC 2015에서 연구를 발표한 Patel 교수는 "최근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보다 많은 남성들이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받고 있다"며 "아직 테스토스테론의 심혈관 부작용을 확실히 매듭짓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즉 FDA가 제시한 심혈관 사건의 위험도가 너무 과대평가됐다는 주장이다.

이어 그는 "비록 이번 연구가 전향적으로 실시된 장기간 무작위대조 연구는 아니지만, 테스토스테론의 심혈관 이상반응에 섣부른 결론을 내기 이르다는 사실만큼은 던져주고 있다"며 "추후 장기간 대규모 무작위대조연구만이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과 심혈관 사건 발생의 연관성에 확실한 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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