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연구·신약개발·맞춤치료·스마트케어 등 전문가들의 기대 '팽배'

지난해 후끈 달아올랐던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대한 열기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공공기관 뿐 아니라 대형병원, 제약사 등에서 다시금 부는 빅데이터 열풍이 앞으로 보건의료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6일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주제로 열린 한국-영국 미래 의료 포럼에서 보건의료 관련 전문가, 연구자들이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을 통해 질병을 미리 예측하고, 개별환자에 맞는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맞춤치료, 스마트케어가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초과학 데이터와의 연계 필요

최근 치료기술의 발달로 암, 에이즈, 만성질환에 따른 사망기여도는 점차 줄어들고 있으나, 치매에 대한 의료비 지출, 사망 기여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실정이다.

또한 치매의 경우 다른 질환에 비해 간병인 문제 등 인력에 대한 사용이 많으며, 환자 보호자의 정서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하는 특징이 있다.
 

▲ 기초과학과 임상을 융합한 치료법으로, 정상이 아닌 뉴런에 대해 표적치료를 하는 원리 모형도.

브리스톨의대 케이 조(Kei Cho) 뇌과학중개연구장은 "치매에 대한 근본적인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 그리고 치매로 인한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유전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치매에 대한 원인을 분석해 질병을 예측, 조기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기초과학 분야와의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며, 임상에서의 데이터와 공유해 질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각 환자마다 잘 맞는 치료법이 다르다. 빅데이터를 통해 뇌에 존재하는 뉴런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분석해 어떤 단계, 상황, 환자에 어떤 약제가 맞는지를 예측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케이 조 교수는 "환자의 연령군별 특성에 따른 데이터를 수집해 풀(Pool)을 만들고, 치매환자의 특징, 정상인 행동분석 등 빅데이터를 융합하면 보다 나은 해결책과 예측을 도출해 스마트케어가 실현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약 개발 수월해질 것

환자 조기 발견과 치료 뿐 아니라 최적화된 신약을 개발하는 데도 '빅데이터'가 상당히 유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아스트라제네카 통계부 책임자인 아슐라 헤라스(Athula Herath) 박사는 "제약사의 목표는 가장 효과적인 약 개발해서 시장에 출시한 후 이익을 얻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샘플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적절한 치료제가 없는 분야일수록 표본샘플링 과정이 중요하며, 국가·병원 등의 임상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속성을 분석하는 것이 치료제의 바탕이 된다고 언급했다.

아슐라 헤라스 박사는 "그간 환자들에 대한 질병분석, 치료약에 따른 결과 등을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하면, 다른 환자들의 결과도 미리 예측해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빅데이터 자료에 개별환자의 특징을 대입해보면서 각 치료제로부터 가장 많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군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적합한 치료제 개발부터 정밀한 환자 층화작업까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평원, '개인 맞춤형' 자료에 집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원격'으로 연구자에게 심평원 자료를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연구자들이 공익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원하는 건보공단 자료를 제공해주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윤석준 기획이사는 "14억건의 청구, 국민의 의료이용 빈도 및 특징, 투약받은 내역 등 다양한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있다"며 "거리상의 문제도 극복한 상태이므로, 이제는 연구자가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연구를 바로 시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빅데이터 접근성이 문제가 아니라 자료들을 통해 어떤 근거를 마련하는지가 중요해졌다"며 "의료서비스와 질이 매우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심평원도 이에 발맞춰 스마트폰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대국민 맞춤형 서비스에 몰두하고 있다"며 "이번에 심평원에서 병원정보, 비급여정보, 진료비확인을 바로 할 수 있는 앱을 선보였는데, 앞으로도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환자 니즈파악, 원인 분석 가능해져

▲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안.

삼성서울병원에서도 빅데이터를 이용해 환자의 니즈(요구)와 질병의 원인 등을 파악하고 있다.

소화기내과 손희정 교수도 그중 한명이며, 대장내시경 검진기록을 통해 이미지, 텍스트 등의 자료를 표준화시키고, 원인별로 환자군을 나누는 작업을 시행 중이다.

손 교수는 "수술자료와 처방전 등 결과자료에 대한 분석 뿐 아니라 흡연, 음주, 아스피린 복용 등 원인에 대해서도 이를 나누고 있다"면서 "빅데이터를 분석, 이용해 환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기 쉽고, 원인에 따른 질병발생 정도를 예측할 수 있어 용이하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병원들에서도 이러한 빅데이터의 조작적 정의를 통한 구조화, 표준화를 시행하고, 이를 나중에 공유해서 분석한다면 더욱 자료의 의미와 신뢰도가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 공공기관들이 빅데이터를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언급했으며, 이와 더불어 전문인력 양성, 연구개발 지원 등을 통해 근거중심의 정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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