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협회는 결국 불참...의료계·병원계 "대체인력 논의돼야"

주당 40시간, 전공의 동의시 최대 62시간을 근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공의 특별법'에 대해 국회와 정부, 의료계, 시민단체 등이 필요성을 인정했으나, 뾰족한 대안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체인력, 4년차 국시 준비, 병원운영 가능성 등이 추가로 논의돼야 하며 무엇보다도 수가 정상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과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전공의 특별법' 입법 공청회가 개최됐다.

이날은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내놓은 특별법 법안을 토대로 필요성과 실현가능성 등에 대해 논의했으며, 의견을 수렴해 김용익 의원이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쳐 발의할 예정이다.

법안 주요 키워드는 '주당 40시간' ''수련심의위원회' '당직 50%가산 지급'

대전협에서 제안한 전공의의 수련 및 근로기준에 관한 특별법안(가칭)에 따르면, 전공의는 전공의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과 수련환경을 보장할 수 있도록 대표 단체를 설립할 수 있으며, 복지부 장관은 전공의수련환경평가기구를 신설, 운영해야 한다.

평가기구는 매년 전공의 수련 환경평가를 실시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수련환경 개선에 반영토록 했다.

▲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또한 수련기관의 지정기준, 전공의의 정원, 전공의의 수련과정 및 기타 전공의 제도에 관한 주요사항 심의를 위한 장관 소속의 '전공의수련환경심의위원회'를 둘 것을 명시했다. 위원회는 복지부 공무원, 고용노동부 공무원, 전공의 단체의 추천을 받은 자, 의사회 추천자, 의료기관단체 추천자 등을 포함해 10인 이내로 구성토록 했다.

특별법에서는 전공의의 수련시간은 일주일에 40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며, 전공의의 동의 하에서만 24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1회 최대 연속 수련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3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으며, 평균 1일(24시간) 이상의 유급휴일을 지급토록 규정했다.

특히 오후 10시에서 오전 6시까지의 야간수련과 휴일수련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토록 규정했고, 임신중인 여성 전공의의 경우 출산전후휴가를 90일 이상 배정할 것을 명시했다.

만약 병원 측에서 전공의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불리한 조치를 취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고, 야간 및 휴일 수련에 관한 부분을 어기면 징역 3년 이하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도록 했다.

대전협 송명제 회장은 "과로시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시망질환으로 인한 사망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 2010년 S병원 흉부외과 전문의가 주120시간씩 근무를 서다가 우울증으로 자살한 바 있다"면서 "전공의 3~4년차가 120시간 근무 후 심정지나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되는 전공의 자살과 과로사 등이 이어지자 보건복지부에서 이에 대한 개선안을 내놨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면서 "전공의의 피로 누적은 전공의 개인 뿐 아니라 환자 안전사고, 의료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도나 시스템,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면서 "이제는 동료를 잃지 않고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즉 전공의 특별법으로 전공의와 국민을 모두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목소리로 '특별법' 지지...비현실적인 부분 개선, 대책 마련 '필요'

의료계와 시민단체, 정부, 국회 모두 이에 대해 찬성하는 분위기였으나, 근무시간 조정, 정부 재정 지원, 대체인력 규정 등에 대해서는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고 견지했다.

병원협회 측에서는 이번 공청회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특별법 발의에 대한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이날 참석한 병원장, 대학병원 내 수련과장 등의 의견을 토대로 하면, 수련 비용에 대해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며 수련시간 조정 보다는 '월급 상향'조정 등이 더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전공의 특별법 입법을 위해 의료계, 시민단체, 국회, 정부 등이 공청회를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대한의사협회 임인석 학술이사는 "지난해부터 수련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하는 등 8가지 수련환경 개선 조치가 이뤄졌으나, 현장에서는 근무여건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전공의의 추가근무, 과로 등은 의료 질 저하, 환자안전 위협으로 이어지며, 전공의들이 양질의 수련을 받지 못한다면 향후 의료수준이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특별법 마련에 대해 찬성했다.

다만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당 40시간만 가능하다는 법안은 피교육자 측면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동떨어져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임 학술이사는 "추후 전공의 적정 수련시간 기준을 논의하고, 도출돼야 한다"면서 "전공의들의 인권이 지켜지고, 대체인력 고용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의협 강청희 상근부회장 역시 "의사협회에서 전공의 문제에 대해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부끄러운 마음 뿐"이라며 "단순히 한 직역의 이익을 위한 법안이 아닌, 국민건강을 목표로 뒀음을 감안해서 법안을 반드시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련비용 부담에 있어서 국가, 지자체에서 부분적으로 지원하는 점에 대해서도 동시에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공의 처우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은 그간 의료계와 정부, 국회가 관심이 부족했던 탓"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호스피탈리스트 등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고, 독립적인 평가기구를 설립해야 한다. 또한 정책 및 경제적 지원도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패널로 참석한 분당 제생병원장은 "특별법 제정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모든 전공의에게 공평한 적용을 위해서는 4년차 전공의들도 국시 준비로 빠지지 말고 2월말까지 근무를 정상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정부에서는 전공의의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대체인력에 대한 보완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주대병원 박준성 교육수련부장은 "특별법이 시행되는 동시에 전공의의 월급을 높여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급여가 높아지는 부분을 모두 병원에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자원 강화차원에서라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공동대표는 다른 이유에서 전공의 특별법을 환영했다. 김 대표는 "국민 입장에서 대학병원까지 오는 이유는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 교수의 진료를 받기 위한 것이다. 전공의와 전문의의 업무가 구분되면 자연스럽게 전공의의 업무 강도가 낮아지게 될 것"이라며 "특별법 제정을 통해 이러한 부분이 명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정부는 공공재인 의료서비스 대부분을 민간에 방기하고 있으며, 전공의 교육도 마찬가지"라면서 "정부는 전공의 교육부분에 대한 재정을 병원에 지원해 의료 공공성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해 언급했다.

◇복지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위해 손놓고 있던 적 없다" 반박

▲ 보건복지부 임을기 의료자원정책과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임을기 과장은 "왜 이러한 법안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공감한다"면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간 정부가 아예 손을 놓았던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임 과장은 "지난해부터 수련환경 개선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병원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보니 체감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로는 지켜질 수 없고, 앞으로 병원과 정부, 전공의 모두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해명했다.

추가 인력에 대한 대안 마련과 관련해서는 "추가 인력 논의 전에 먼저 전공의의 지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전공의가 충분한 수련을 받고 있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이를 조사, 규정지은 후 대체 인력, 추가 인력에 대한 논의도 이어가겠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비용 지원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임 과장은 "막연히 줄어드는 시간만큼을 비용으로 지원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국가 예산으로 할지, 건보재정으로 해야 할지부터 시작해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임 과장은 "큰 맥락에서 볼 때 특별법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조항마다 한계점이나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청회를 토대로 빠른 시일내에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쳐 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인 김용익 의원은 "전공의 특별법은 전공의 뿐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며 "전공의들의 임금부터 현실화돼야 하고, 병원들이 이를 정상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적정 수가를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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