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민간보험사 업무 의료기관·심평원에 떠넘기는 꼴"...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정부가 실손의료보험 심사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도록 하는 '실손보험 심사청구 개선방안'을 또 다시 만지작 거리는 모양새다.

의료계는 국민건강정보 유출 우려가 큰데다, 민간보험사의 편의를 위해 일선 의료기관과 준정부기관에 행정업무를 떠넘기는 꼴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9일 A언론은 '병원이 보험회사에 환자 실손보험금 청구한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금융당국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이르면 내년부터 환자가 보험회사에 실손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고 병원이 청구하는 방안이 추진되며, 이를 위해 국회와 관련부처, 업계 등과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안정화 방안'의 연장선.

금융위는 같은 날 해명자료를 내어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시 소비자 편익이 증대되는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으나, 위 보도내용은 전혀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지만, 의료계는 "자동차보험 심사 위탁과 마찬가지 패턴"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의협 관계자는 "해당 내용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에서 어떠한 협조나 의견요청도 없는 상태"라며 "자동차보험 심사위탁때와 마찬가지로, 언론을 통해 군불떼기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2012년 문병두 의원이 공개한 금융위 내부문건. 실손보험 의료비 심사를 심평원에 위탁하며, 보험정보원을 통해 보험정보를 집중·활용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금융위가 실손보험 심사위탁을 언급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과 2012년에도 유사한 작업을 추진하다, 각계의 반대로 무산된 것.

특히 2012년에는 '실손보험 비급여 의료비로 인한 보험금 누수를 방지하고, 불합리한 보험료 인상을 억제해야 한다는 목표로 실손보험에 대한 심사도 심평원으로 위탁하며, 보험산업 발전을 위해 공 기관에서 공·사보험 관련 정보를 한데 모으고, 그 활용체계를 정립해야 하자'는 내용의 금융위 내부문서가 공개돼 의료민영화 논란으로 이어진 바 있다.

의료계는 실손보험 심사위탁은 민간보험사의 업무를 의료기관과 심평원에 떠넘기는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12년과 마찬가지로 국민건강정보의 민간보험사 유출 가능성 또한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서인석 의협 보험이사는 "민간보험사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의료계와 국민을 희생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 이사는 "실손보험은 민간보험사와 국민의 사적계약에 의한 것이며, 의료기관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민간보험사의 편의를 위해 최선의 진료를 위해 일해야 할 의료기관이, 환자의 보험가입여부와 그 내용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복잡한 행정업무를 대신하는 일이 정말 타당한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심평원에 심사업무를 맡긴다는 것 또한 준정부기관에 민간보험사 알바를 시키겠다는 꼴"이라고 비판하고 "실손보험 심사·청구방식을 정부안대로 바꿀 경우, 국민건강정보가 민간보험사에 유출될 우려가 크며, 민간보험의 유무에 따라 환자를 구분, 차별하는 등 말도 안 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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