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바뀔까?…M&A·이사진 교체 촉각

 

상장제약사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3월달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올해 주총은 3월 20일에 30여개 제약사가 밀집해 '주총데이'를 예고하고 있다. 다른 제약사들은 이르면 13일, 늦으면 27일 경을 주총 날짜로 잡았다. 아직 공시하지 않은 제약사도 이 시기에 주총을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제약사는 주총을 통해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등 의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특히 이번 주총 시즌에는 3월 20일 예정된 일동제약 주총에 업계의 관심이 몰려있다. 최근 적대적 M&A 행보 의혹을 받고 있는 2대주주인 녹십자가 이사 2명에 대한 선임을 추진하기 때문.

아울러 임기가 만료된 CEO의 재선임이나 교체 여부도 관심거리다. 일부 업체는 사업영역 확대 등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동제약-녹십자 적대적 M&A 논란, 최대 이슈로

일동제약에 대한 녹십자의 적대적 M&A 의혹은 올해에도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주식을 추가 매수해 2대 주주에 오른 녹십자는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을 무산시킨 바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일동제약의 이사선임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최근 녹십자는 사외이사로 허재회 녹십자 전 대표이사 사장(송암메디칼 고문), 감사로 김찬섭 녹십자셀 사외이사(성신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선임을 원한다고 제안했다.

일동제약은 서창록 휴먼아시아대표(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및 이상윤 전 SK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담당 상무를 사외이사 및 감사로 내세우며 맞섰다.

이사 선임이 가결되려면 참석 주주의 과반석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녹십자의 지분율(29.36%)은 일동제약의 지분율(32.52%)과 3.16%밖에 차이 나지 않기 때문에 접전이 예상된다. 일동제약 지분 약 10%를 보유한 미국 피델리티그룹의 투자펀드 'FID LOW PRICED STOCK FUND'의 선택도 변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동제약 노동조합도 적대적 M&A 배척에 가세하고 있다. 최근 일동제약 노조는 녹십자에 투자한 국민연금공단 등에서 규탄 집회를 갖고, 최근 녹십자의 행보는 순수한 2대 주주로서의 권리행사가 아니라 적대적 M&A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는 녹십자의 의도대로 이사 선임안이 통과되면 본격적인 경영 개입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번 주총의 이사선임 결과가 향후 일동제약의 미래를 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매출 신장 위한 사업 다각화·재정비 추진

주총에서는 경영 안정화와 매출 신장 등을 위한 사업계획도 논의된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0일 주총에 바이오시밀러사업부문(가칭 디엠비) 분할 안건을 상정한 상태다.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바이오시밀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육성 의지를 표명한 것. 분할 기일은 4월 1일로 예정됐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측은 공시를 통해 "현재 바이오 의약품시장은 기존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료, 환자 및 시장으로부터의 요구, 각국 정부 규제정책의 변화 등을 반영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향후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바이오시밀러 중심으로 급격히 확대,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엔브렐과 휴미라, 유방암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매진해 왔다.

단 이 같은 분할계획이 이뤄지려면 주주들의 분할계획서 승인을 거쳐야 한다. 오는 주총에서 출석주식의 3분의 2, 찬성한 주식 수가 전체 주식의 3분의 1이 돼야 분할이 가능하다.

지난해 드림파마 인수를 완료한 알보젠의 자회사 근화제약도 본격적인 조직, 사업 재정비에 들어간다. 근화제약은 이사에 케빈 마이클베인 알보젠 재무담당 최고 책임자를 재선임하고, 알보젠 아시아태평양지역 총책임자인 르나 요세프얀손 등을 신규 선임해 알보젠 관련 인사로 조직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 아르니하르다르손 알보젠 럭스홀딩스 법률고문 이사회 이사도 감사로 재선임된다.

아울러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비영위 사업목적 사항은 제외하며, 유사 목적사업은 통합하는 등 전체적인 사업을 재정비 한다.

사업 목적에는 향정신성 의약품 수출입 및 제조 판매업, 의약품 제조시설 및 기구 임대업, 약국, 기타 관련 제품 환경 보전처리 용역업, 약초 재배업 등이 포함된다. 의약품 소분업과 화장품, 의약부외품 제조, 외식사업, 자동차 및 부품 판매, 정비업은 사업목적에서 삭제할 계획이다. 사업목적은 의약품 등, 동물약품, 식품첨가물, 기타정밀화학제품의 제조, 창고업 및 운수업 등으로 변경된다.

근화제약 관계자는 "드림파마와 인수합병이 완료되고 3월부터 본격적인 부서 통폐합 작업에 들어갔다. 사무실도 새로 구성하고 인테리어도 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일부 사업은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을 도입하는 등 사업재정비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녹십자홀딩스는 사업 목적에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을 추가한다. 회사 관계자는 "기흥 역세권 개발과 관련해 공장부지를 갖고 있어 관련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녹십자홀딩스가 토지를 보유 중인 기흥 역세권은 용인시 구갈동 일대를 환지방식(개발을 위해 수용된 땅의 토지주에 보상금 대신 개발구역 내 조성된 땅을 주는 방법)으로 개발하는 사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용인시는 이 토지를 대형 상업시설과 주거지역이 들어선 복합도시로 조성할 방침이다. 녹십자홀딩스는 포스코건설과 기흥역세권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사업 다각화를 위해 JW홀딩스는 사업목적에 의료기기 판매업과 산업 플랜트 설비, 산업용 기계장비 및 관련 물품의 판매, 유통, 중개업을 더했으며, 삼일제약은 식품, 식품첨가물, 건강기능식품 제조 판매업 및 공산품 판매업을 추가했다.

CEO  재선임·교체 여부도 주목

임기 만료된 대표이사의 재선임 여부도 다수 다뤄진다. 특히 올해 임기 만료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는 유한양행 김윤섭 사장의 후임이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후임으로는 현재 경영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정희 부사장이 내정됐다.

광동제약은 최성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모과균 부사장이 이사회를 통해 신임 사장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또 대웅제약 이종욱 사장, 일동제약 이정치 회장, 종근당홀딩스 김정우 부회장, 한독 김철준 사장, 영진약품 류병환 사장, 신일제약 정미근 사장, 삼천당제약 박전교 대표가 재선임 될 전망이다.

이 밖에 대웅 윤영환 회장, 녹십자 허일섭 회장, 삼진제약 최승주·조의환 회장, 환인제약 이광식 회장, 유나이티드제약 강덕영 사장, 신일제약 홍성소 회장 등 회사 오너의 재선임이 예정됐다.

아울러 한미약품 임종윤 사장, JW중외제약 이경하 부회장, 안국약품 어진 사장, 동국제약 권기범 부회장, 삼아제약 허준 회장, 삼일제약 허강 회장, 부광약품 김상훈 사장, 고려제약 박상훈 사장, 대한약품 이윤우 회장, 조아제약 조성환 사장 등도 주총의 승인을 거쳐 재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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