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대 김청수 교수

중년 남성들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전립선비대증.

우리나라도 고령화사회로 진입과 더불어 서구적인 식습관이 일반화 되면서 전립선비대증 환자수가 2008년 60만 3823명에서 2013년 96만 7143명에 이르는 등 급증하는 추세다.

전립선비대증은 국내 최초 다학제 진료권고안 출시가 임박한 것으로 예고되면서 이에 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약 20년 전까지만 해도 수술요법에 의존하거나 알파차단제 복용을 통해 일시적으로 환자 증상을 개선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전립선비대증의 치료는 90년대 초 5알파환원효소억제제(5ARI)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가 개발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 전립선비대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밝혀짐에 따라 테스토스테론이 5ARI와 결합해 DHT로 변환하는 과정 자체를 억제함으로써 전립선비대증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해진 것. 

울산의대 김청수 교수(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는 기존 알파차단제와 적절히 병용한다면 전립선 크기가 작아져 전립선비대증의 가장 중요하고 심한 증상인 급성요폐 발생과 수술적 치료 빈도를 의미있게 감소시킬 수 있어 '작은 수술' 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1995년 피나스테리드의 국내 도입이 진료 현장에 미치게 된 영향과 더불어 장기복용 시 안전성 및 전립선비대증 치료의 최신 지견에 대해 들어봤다. 

 

▲ 김청수 교수는 "피나스테리드 도입이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Q. 전립선비대증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전립선은 정액을 생성, 분비하는 남성의 생식기관으로서, 보통 35세 이후부터 남성호르몬이 저하되면서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조직이 비대해진다는 특징이 있다.

해부학적 위치상 위로 방광과 맞닿아 있고 안쪽에는 요도가 지나가기 때문에 커질 경우 요도를 막아서 소변을 보기 힘들어지거나 소변줄기가 가늘고 힘이 없어지며, 배뇨 후에도 시원하지 않은 느낌 등 배뇨곤란 또는 배뇨장애를 호소하게 된다. 60대 남성의 60%, 80대의 80%에서 유발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Q. 현재 우리나라의 전립선비대증 유병률이 상당히 높고, 환자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크게 2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전립선암과 마찬가지로 평균수명이 10~15년 정도 증가함에 따라 노령인구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발병률이 높아지고 유병기간이 길어지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전립선비대증의 주요 원인인 남성호르몬이 콜레스테롤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지방이나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음식을 주로 섭취하는 서구적인 식습관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판단된다.

전반적인 식생활을 변화시키기란 쉽지 않겠지만 유제품, 육류와 같은 고지방 식품의 섭취를 줄이고 적당한 운동의 병행을 통해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생활방식이 개인 차원에서 전립선비대증 발생을 늦추거나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과거에는 어느 정도 증상이 있어도 참고 지나가는 환자들이 많았다면,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상생활, 업무에 지장을 주는 비뇨기계 증상에 보다 민감해진 것도 한몫 했다고 본다.

▲ 울산의대 김청수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Q. 전립선비대증 치료법은 어떻게 발전돼 왔는가?

전립선비대증의 치료 역사는 피나스테리드가 도입됐던 1990년대를 기점으로 구분된다.

피나스테리드가 나오기 전 경증 환자의 일차치료제로 사용됐던 알파차단제는 전립선 요도와 방광 목 부분의 근육을 이완시켜 배뇨기능을 호전시키는 기전인데, 이미 커져 있는 전립선의 크기를 줄인다거나 질병의 진행 자체를 막지는 못해 후반기에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있었다. 기전의 특성상 약물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는 게 단점이다.

진행된 단계에서는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게 되는데 수술 후 출혈, 전해질이상, 역사정과 같은 합병증 위험이라는 고질적 한계가 존재한다.

반면 199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5ARI인 피나스테리드는 기존 치료법들이 가진 한계를 극복, 전립선비대증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전립선비대증, 탈모의 원인이 되는 DHT 생성을 억제시킴으로써 기존 알파차단제와는 다르게 전립선 크기 자체를 줄일 수 있다.

두 기전의 약물이 모두 개발됐기 때문에 반드시 수술을 필요로 하는 적응증이 아니라면 두 약물의 병용만으로 전립선비대증 증상을 개선시키고 전립선 부피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면에서 작은 수술이라고도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MTOPS(Medical Therapy of Prostatic Symptom) 연구에 따르면 알파차단제 독사조신과 5ARI인 피나스테리드를 평균 4.5년간 병용하고 추적 관찰한 결과 증상악화뿐 아니라 급성요폐, 수술 위험성을 줄여 근본적인 질병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NEJM 2003;349:2387-98). 


Q. 피나스테리드 출시가 임상현장에 미친 영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환자들은 합병증이나 침습적 시술에 대한 우려로 인해 기왕이면 수술보다는 약물요법을 선호한다.

피나스테리드는 1일 1회 복용만으로 질환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한편, 삶의 질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제 질환이 일정 단계 이상 진행된 중증 환자에서도 5ARI와 알파차단제의 병용요법이 이상적인 치료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방광결석이 있거나 방광기능장애를 동반한 방광게실이 있는 경우, 상부요로 확장으로 인한 신기능부전이 동반된 경우, 약물요법에도 요폐, 요로감염, 혈뇨가 반복되거나 배뇨증상, 배뇨 후 잔뇨량에 호전이 없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통한 임상의의 주도적 판단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2~3년 주기로 전립선 크기를 확인하고 잔뇨량과 요속검사는 1~2년마다 시행하고 있다.


Q. 계속 진행된다는 전립선비대증의 특성상 장기 복용 시 안전성이 매우 중요한데,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없나?

5ARI가 효과를 나타내려면 최소 6개월, 질병 진행까지 막으려면 2년 이상 복용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MTOPS 연구에서 4년 이상 알파차단제와 병용했을 때 유의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반면 일부 고위험군에서 전립선암 발생률을 약 0.2% 소량 증가시켰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 때문에 전립선비대증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종래와 같이 투여 가능하며, 다만 전립선암 예방 목적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지침이 나왔다.

장기복용 시에도 충분히 안전한 것으로 입증된 약물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활용 가능하지만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꼭 필요한 경우 수술요법을 시행하고, 혹시 전립선암이 동반된 경우에는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절히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비뇨기과 전문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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