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반우려반 금연상담, 뚜껑 열렸다...상급종병은 '무관심'으로 환자 '불편'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전국 1만5000여곳의 요양기관에서 일제히 금연상담이 시작됐다.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건강보험공단의 준비 부족으로 시스템 오류 등으로 혼란을 빚고 있다고 울상이지만, 관계부서는 '그런 일이 없다'며 답변을 회피하는 상태. 상급종합병원은 공단은 물론 병원관계자들도 무관심으로 일관해 환자들이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상태를 설명하는 모습.(위 기사와 관계 없음)

지난 25일 기준으로 건보공단 금연치료 기관으로 등록된 전국 1만5300여곳의 병의원이 금연상담을 시행했다. 지원사업 시작 첫날 전국 2950명의 흡연자들이 요양기관을 방문해 금연상담을 신청했다.

개원가에서는 금연상담이 1차의료 활성화에 도움될 것으로 보고, 8000곳이 넘는 곳에서 금연치료기관 신청을 마쳤다.

금연상담의 경우 이중청구를 할 수 있으므로, 환자가 병의원을 방문했을 때 금연상담 외에도 만성질환 등에 대한 진료를 동시에 받게 되면서 수익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환자 등록 프로그램을 시작 전날까지도 열어 볼 수 없고, 상담에 대한 가이드라인(지침)조차 만들어지지 않아 개원가들이 만반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

개시 전날 A내과의원 원장은 "미리 청구 프로그램을 시연해볼 기회가 없었다. 첫 환자를 받을 때 허둥지둥될까 두렵다"며 "공단이 의사들을 교육할 열의가 없는 점도 상당히 아쉽다"고 지적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개원가도 약국도 방문환자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단 일부 개원가에서는 시스템 오류로 인해 긴 대기시간이 이어졌다. 처음 방문한 환자의 경우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저장'이 되지 않아 계속 대기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공단에서 '1~2분이면 작성이 가능하다는' 문진표로, '저장'만 할줄 알면 되기 때문에 시연 프로그램조차 만들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또한 금연치료제를 처방하는 과정에서도 처방프로그램의 오류가 잇따라 발생했다. 기다리다 지친 환자들은 상담을 포기하고 보건소를 가거나 다음에 다시오겠다며 의원을 나서기 일쑤였다.

긴 대기시간을 참았던 환자라도 약국에서 처방 내역 전산 시스템 오류로 약을 받아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개원가는 그나마 '양반'? 상급종합병원은 담당의 1명 빼곤 "시행기관인지도 몰라" 

그나마 개원가에서는 관심을 가지고 자체적으로 준비해왔던터라 시스템 오류를 제외하고는 의사와 환자의 라포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더 문제가 된 곳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등이었다.

금연상담을 하는 담당 교수(전문의) 1명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기관이 금연치료기관인지도 인지하지 못했다. 공단에서도, 병원에서도 모두 준비하지 않은터라 환자들이 헛발질을 해야 했다.

실제 다른 상병으로 외래를 보러왔다가 금연상담을 요청한 한 환자는 '퇴짜'를 맞았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B씨는 오랜 기간 흡연을 한터라 동네 보건소에서 종종 금연 프로그램을 이용해왔다. B씨는 "지난해 지속적으로 보건소에 갔지만 결국 끊지 못했다"며 "올해부터는 병원에서도 금연상담이 시작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길래 마침 대학병원에 온 날이 시작일이어서(25일) 치료를 받아보려고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동네 의원에서는 내과, 외과 관계 없이 상담을 보며 다른 질환 치료 후 상담이 바로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진료를 마치자 마자 의사선생님께 금연상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날아오는 대답은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고 말했다. 이유인즉슨 내분비내과 교수인 C씨가 "금연상담이 뭐냐"라고 반문했기 때문.

환자의 설명을 듣고 C교수는 간호사들에게 해당 환자가 금연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다른 과를 안내하라고 지시했으나, 간호사들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 환자는 병원 곳곳을 돌며 문의한 끝에 금연치료기관으로 등록한 해당 대학병원 중 호흡기내과 D교수만이 금연 상담을 하는 것을 알고 진료예약을 잡으려 했으나, D교수는 당일 '휴진'이었다.

환자는 "교수든 간호사든 조무사든 안내원이든 그 어떤 병원 직원도 금연상담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환자에게 되묻기 일쑤였다. 공단 홈페이지에 금연상담 기관으로만 적혀 있었을 뿐 어느 과에 어느 교수가 맡는지 명시되지 않았다"며 "병원과 공단의 준비 부족으로 환자만 헛발질을 하게 됐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공단 "매뉴얼만 숙지했다면 문제 없다"...시행 후 오류에 대해서도 "그런 일 없다" 일관

▲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공단은 지난 26일 오후 11시부터 홈페이지 서버 점검에 들어갔다. 그러나 금연상담에 있어서는 전산오류가 없었음을 거듭 밝혔다.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며, 시행 후 오류는 의원의 시스템상 문제라고 일축했다.

우선 공단 급여보장실 관계자는 '시스템 오류'는 공단의 잘못이 아님을 강조했다.

금연상담 지원사업 담당자인 이 관계자는 "공단으로부터 받은 오류 민원이 없고, 25일 당일 공단 전산 서버에 이상이 없었다"며 "공급자 측 시스템 문제를 모두 공단으로 떠넘기니 황당하다"고 일축했다.

청구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한 기관은 공단 잘못이 아닌, 병의원의 인터넷 환경이 청구프로그램과 맞지 않은 상태라고 부연했다.

또한 준비부족이란 지적에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면서, "요양기관에 배포한 안내서에 상담 매뉴얼이 상세히 나와 있다. 이는 홈페이지에도 게시해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다"며 "매뉴얼을 보고 충분히 쉽게 따라할 수 있는데 무엇이 준비 부족이란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난 며칠 간 병의원들로부터 '준비가 부족하다' '미리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게 해달라' 등 수없이 많은 전화를 받았는데, 이는 공고한 자료에 모두 있는 내용이었다"며 "반송된 자료가 없는 것으로 봤을 때 모두 리플렛을 살펴봤을텐데 지나치게 의사의 책임을 공단으로 떠넘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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