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골섬유화증 환자에 사용하는 자카비정(룩소리티닙)이 급여권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에 따라 환자들의 부담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오는 3월 1일부터 룩소리티닙 단독요법을 급여 적용하는 내용으로 '암환자에게 처방·투여하는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을 개정 공고했다.

자카비가 급여로 들어오면서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표적항암제를 포함한 항암요법은 70개가 됐다.

 

골수섬유화증은 골수조직의 섬유가 과잉발육돼 피를 만드는 기능이 낮아져 적혈구와 백혈구의 수와 작용에 이상이 생기는 혈액암의 일종이다.

국내 환자는 600명 정도로 희귀한 질환이며, 환자 4명 중 1명은 10년 안에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행돼 3개월 만에 사망에 이른다.

특히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은 배가 만삭처럼 부풀어오르는 비장비대증이 가장 큰 고통이며, 만성빈혈 및 극도의 피로감, 급격한 체중감소, 야간발한 등 전신에 걸친 통증이 있다.

치료법은 골수이식이 대표적이나 환자가 젊어야 가능하다. 골수섬유증은 대부분 50대 이상의 고령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법이 있지만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이식수술을 받아도 1~2년 이내에 재발하는 환자가 상당수다.

수혈을 받는 방법도 있으나 이는 증상을 완화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단순히 상황에 맞춰 증상을 완화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수혈을 받아야 하는데, 수혈을 계속 받으면 몸에 철이 쌓이고 이는 골수·간·신장 등 장기를 병들게 하기 때문.

비장을 줄이는 치료법도 한계가 있다. 항암제는 비장 뿐 아니라 골수도 줄이는데, 치료를 받다가 약한 골수 기능이 더 약해지면서 위험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 정상세포를 건들이지 않는 표적항암제인 자카비가 지난 2013년 처음 한국에도 들어왔고, 골수기능을 회복시키면서 동시에 골수섬유증 증상을 완화시켜 환자 생존기간을 늘려주는 약제다.

또한 골수에서 정상적으로 혈액을 만들어내 주기적으로 수혈을 하지 않아도 되며, 무엇보다도 커졌던 비장이 줄어들면서 일상생활이 편안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자카비는 골수섬유증 환자의 97%에서 비장비대를 감소시켰고 현존하는 최적의 치료(BAT)와 비교해 생존기간을 연장시켰다는 결과가 있다.

하지만 600여명의 환자 중 10명도 되지 않는 소수의 환자만이 자카비로 치료를 받고 있다. 그 이유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약값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

그간 자카비는 비급여 의약품으로 1주기당 593만5740원에 달하는 약제비를 모두 환자가 부담했다. 표적치료제 개발시 고도의 바이오기술이 집약돼 있어 약가가 매우 높은 편이다.

게다가 특허권 등을 활용한 제약사의 독점적 시장 구조로 인해 복제약 개발이 어려워 환자들의 비용부담이 큰 실정이다.

이제 내달 1일부터 자카비가 급여로 들어오면서 환자본인부담은 1주기당 16만8300원으로 대폭 줄어들게 됐다.

심평원 담당자는 "일반 항암제에 비해 독성이 작고 비장 비대 완화에 효과적이므로 환자들의 편의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며 "약 450명의 환자가 혜택을 받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표적치료제는 향상된 임상적 효과를 가진 반면 비용부담도 월등히 큰 점을 고려해 "앞으로 전문학회 및 관련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각종 교과서, 가이드라인, 학술 논문 등 근거자료를 충분히 수집한 후 심도 있는 평가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환자들 또한 자카비(룩소리티닙)의 보험급여 적용에 대해 높은 기대를 보이고 있다.

골수섬유증환우회 관계자는 "자카비는 골수섬유증환자에게 유일한 희망이다. 그럼에도 돈이 없어 치료를 못받는 상태에 놓인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앞으로 수백명의 환자들이 도움을 받게될 것"이라고 했다.

신약 급여를 기다리면서 7명이 넘는 환자들이 사망한 것을 밝히면서, "환우회에서 파악하지 못한 환자까지 고려했을 때 이번 보험급여 적용은 '생명줄'로 표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우회는 지난 2년여간 자카비 보험급여를 위해 지속적으로 정부에 건의 제안을 하고, 성명서를 배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실제 환우회는 급여 고배를 3차례 마신 후 성명을 통해 "소외된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계속해서 생을 포기하도록 방관하는 정부의 조치와 이에 대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제약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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