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적정성평가, 삭감 등으로 질관리할 것"

올해 7월부터 말기 암환자에 대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수가는 5인실 기준으로 16만원 가량이며, 통증치료와 상담부분은 별도 산정된다.

호스피스 의료기관들은 수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수익성 사업을 목적으로 의료기관이 우후죽순 생겨날 것을 우려했다. 정부는 이를 방지하고 의료 질 관리를 위해 삭감, 적정성 평가를 시행키로 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5일 '완화의료 건강보험 급여 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재 죽음을 앞둔 말기암 환자에게 편안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전국 56곳이며, 이익이 나지 않아 주로 정부 지원금이나 민간 후원금 등으로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최근 '고귀한 죽음'이 대두되면서 완화의료에 대한 요구는 급증했으나, 이를 공급하는 시설이 부족하고 공급기관의 질이 낮아 대다수 말기 암 환자가 급성기병상에서 임종을 맞이했다.

이에 정부는 건강보험 급여권으로 들여와 시설, 인력, 의료 질, 수가를 관리키로 결정, 지난 2009년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복지부 주수영 보험급여과 사무관은 "두 차례 시범사업 기간 동안 수가 수준이 원가의 60~70% 정도로 낮은 편이었다. 대부분 호스피스 전문기관이 정부 지원금, 민간 후원금에 의존해 운영됐다"며 "정액제로 이뤄지다보니 통증 관리나 영적 상담도 과소 제공되고, 저가 약제나 치료재료를 사용하는 곳이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이에 올해 7월 시작되는 본 사업부터 시범사업 때보다 2만8259원 오른 16만1539원(5인실 기준)으로 수가가 책정됐고, 통증치료와 정서적 상담 및 지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가산 지급키로 했다.

또한 특수시설 유지비와 요법 치료 등은 비급여로 인정키로 했으며, 간병은 일당 8만원, 간호 1등급은 일당 1만7210원, 전담 사회복지사 1등급은 일당 7019원씩 별도 산정했다. 1인실은 환자감염 등의 문제가 있을 때만 급여로 인정된다.

이렇게 되면 호스피스에서 사실상 비급여가 발생하지 않게 되며, 환자는 하루에 평균적으로 1만5000원부담하면 되고, 간병을 받을 경우에는 1만9000원만 내면 된다.

주 사무관은 "앞으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5월쯤 확정 수가를 발표한 후 7월부터 본사업이 진행된다"며 "이와 별도로 가정형 완화의료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시범사업 및 사업모형 개발 등을 올 하반기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완화의료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 개선과 의료 질 제고를 위해 적정성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며, 평가 결과를 토대로 가감 또는 삭감할 예정이다.

공인식 질병정책과 사무관은 "현재 56곳 중 요건 갖추지 못하는 기관 15곳 정도에 달한다"며 "이곳은 행정권고, 업무정지, 지정취소 등 엄격한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정 요건을 모두 갖췄더라도 질 낮은 곳은 추후 퇴출될 수 있도록 삭감(디스 인센티브)을 실시하고, 적정성 평가 결과를 모두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 세부내역을 모두 공개해 국민들이 양질의 의료기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특히 호스피스 기관 대부분이 대도시에 편중돼 있는 점을 감안해 올해 안으로 취약지와 과잉지를 조사한 후, '지역별 적정 공급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수가 오른 것은 환영하지만, 난립할까 '조마조마'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는 시범사업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수가 올라온 것에 대해 "획기적인 변화다. 여러 병원에서 완화의료를 시행하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높은 수가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수가가 높다보니 유휴병상을 활용해 호스피스를 하려는 곳이 많아질 것이다. 우후죽순으로 생기면 지금의 '요양병원'과 같은 의료 질 문제가 반드시 생길 것"이라며 "그간 철학과 원칙에 입각해 적자를 보면서 운영해왔던 기관들이 수익을 위해 뛰어든 새로운 완화의료 기관의 '규모의 경제'에 밀리게 되는 문제도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많은 기관이 시행하면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입원기간 설정 문제, 병원 이송 문제, 완화의료 종료 후 지역사회로의 복귀 기전 부재 등 예상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의료진들이 의무가 없는 점도 아쉽다. 일반인 사이에서 완화의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완화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이를 상세히 설명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수가는 완화의료가 터를 잡을 수 있는 여러 방안 중 하나에 불과하다. 앞으로 교육, 홍보, 질관리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근거 창출을 위해 추계, 영향분석 등 연구를 실시하고,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으론 지금의 수가도 낮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김대균 보험이사는 "완화의료 기관은 연간 9억원 정도의 적자를 본다. 사명감에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현재 제시한 수가로는 병동형 호스피스가 확대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또한 일당정액제가 시행되면 '과소 진료'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문제로 제기하면서, "기존 참여기관보다 새롭게 시행하는 기관들을 위주로 질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며 "완화의료 평가체계를 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 이사도 의료진에 대한 '의무 부재'에 대해 지적했다. 김 이사는 "급성기병원의 의사들이 적정 시기에 항암치료를 중단시키고 환자를 설득해 호스피스기관으로 전원시킬 수 있도록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며 "상급종합병원에 완화의료 자문팀을 도입하는 등 환자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환경과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 손영래 보험급여과장.

복지부 손영래 보험급여과장은 "수가를 올려도 요양병원처럼 우후죽순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호스피스는 질환 치료가 아닌 편안한 임종이 목적이므로, 공급자 유발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서비스기 때문"이라며 공급자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서비스 향상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면서, "제도 초기단계이므로 환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며 "통증완화, 정서적지지 부분을 일당정액에서 뺀 이유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손 과장은 "일당정액제에서는 의료 질 하락이 가장 우려된다. 때문에 복지부와 심평원은 완화의료의 건보 적용 후 바로 평가를 실시하고, 패널티와 인센티브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이날 발표한 정책안은 확정된 것이 아님을 전하면서, "7월 정식서비스 시행 전까지 여러 쟁점을 더 듣고 전문가 협의를 거쳐 보완한 후, 최종적으로 건정심에 보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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