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극 ‘유도소년’
5월 3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미생’이었던 우리의 청년 시절
연극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는 작품들이 있다.

작은 작품이지만 2시간 남짓 관객을 울고 웃기는 좋은 작품들이 많다. 작년 창작 초연임에도 전 회차 매진사례를 기록한 소위 대박 작품 ‘유도소년’이 그중 한 작품.

경찬은 한때 도대표와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했던 고등학교 유도선수였다. 하지만 슬럼프가 오면서 점점 운동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경찬은 이제 유도로 대학조차 가기 힘들게 된 상황에서 신입생 후배들 때문에 엉뚱한 일에 휘말리게 되고, 학교에서 특명을 받아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 참가한다. 전국대회에 참가한 경찬은 반드시 메달을 따야 하는 상황에서 첫사랑 화영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화영과 미묘한 관계에 있는 복싱국가대표 민욱의 등장으로 생각과 다르 게 일이 커진다.

이 모든 좌충우돌의 소용돌이 속에서 경찬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한 마지막 대결을 치르게 된다. 1997년을 배경으로 서울로 상경한 고등학교 유도선수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이 작품은 우리네 미생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연속되는 해프닝이 2시간 내내 빠르게 펼쳐지면서 끊임없이 폭소를 자아내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우리 이야기라는 점이다. 이런 스타일은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이하 '간다’)의 전매특허이기도 한데,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쉽고 또 재밌게 풀어내는 화법을 가진다. 이 화법이 일상의 소소한 씬들을 잘 잡아내면서 연극이라는 다소 제한적인 장치에서도 드라마를 극대화한다. 그 점이 사실 가장 큰  매력이다.

훈련으로 다져진 생생한 경기 장면
주인공이 유도선수인 덕분에 극 곳곳에 유도와 복싱 등이 펼쳐진다. 실제 주·조연들이 유도훈련을 프로에 버금가게 오랜 기간 받는데, 배우들의 유도와 복싱, 그리고 배드민턴을 가까운 무대에서 보는 것이 무척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남자 관객들은 마치 스포츠 공연을 본 듯한 느낌을 받고, 여자 관객들은 다소 생소하지만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유도장면과 배우들의 열연에 감탄하게 된다. 일부 초연 배우들이 이 작품을 꺼릴 정도로 각각의 훈련과 경기장면이 굉장히 실감난다.

공연기간은 물론 공연 전부터 배우들의 사고가 적지 않다. 부상투혼의 열정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남자 관객들이 전무한 소극장에서 중년남자 관객까지 흡수하는 비법도 여기에 있다. 실제 연극을 본 관객들의 뒤풀이 장소엔 객기 어린 청년시절의 무용담도 넘친다.

90년대 아날로그 감성 물씬
듣는 재미도 굉장히 크다. 첫사랑이 있어 음악적 장치도 많은 편인데 90년대 후반을 대표하는 캔디(HOT), 뿌요뿌요(UP), 폼생폼사(젝스키스) 등 삽입곡들은 최근 ‘토토가’ 신드롬이나 ‘응답하라’ 신드롬과 많이 겹쳐진다. 스토리에서 오는 박진감은 노래들을 만나 관객을 매료시킨다. 특히 섬세한 연출가로 인정받는 이재준의 장기는 소소한 장면에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필자도 초연을 보면서 마치 지난번 ‘무한도전 토토가’를 본 것처럼 아날로그 감성에 젖어 유머가 가득한 씬에서 먹먹해진 특별한 경험을 했었다.

흥행 주역들 전원 재출연
이번 공연에는 초연 당시 완벽한 팀워크를 선보였던 배우 전원이 다시 참여한다. 여기에 소위 대학로 블루칩인 박해수, 임철수가 새롭게 합류해 더욱더 탄탄한 작품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특히 초연에서 정말 딱 떨어지는 연기를 선보인 홍우진과 연극 프랑켄슈타인으로 최고의 배우 반열에 올라선 박해수의 연기가 주목할 만하다. 경찬역만큼 중요한 요셉역에는 실제처럼 연기하는 오의식 씨와 대학로에서 애교 전담을 맡은 임철수 씨가 합류해 같지만 다른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프로필에서도 느껴지듯이 대부분 30대를 훌쩍 넘긴 자타공인 노안 배우들이 고등학생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 나름의 무리수지만 그 때문에 여러 포인트가 더 재밌기도 하다. 극단 간다의 작품인 만큼 배우들 모두가 극단출신으로 배우들의 팀워크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작품의 끝에서 영화처럼 후일담을 보여주는 장치는 이 작품의 특별한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피 끓는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을 다룬 연극 ‘유도소년’은 5월 3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아주 작은 공연장이기에 어떤 자리도 관람에 무리는 없지만 이 연극의 매력을 100% 느끼기 위해서는 앞줄을 추천한다. 또한 극단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여러 가지 할인도 많이 제공되니 봄의 문턱에서 옛 친구와 함께 좋은 연극 작품 하나 감상하고 추억에 젖어보면 어떨까? (공연문의 02-744-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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