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단체 반발에도 건보 적용하는 정부, 이유는?

현재 국책사업으로 비급여인 난임부부 시술비 일부를 지원 중인 가운데, 오는 2017년부터는 이를 급여화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난임부부 시술비 급여화를 둘러싸고 지금처럼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과 건강보험 안에서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뒤섞이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난임시술 급여화는 무엇?

현재 모자보건법에 따라 난임부부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임신·출산의 장애를 제거하기 위해 난임치료 시술비용의 일부를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난임 부부는 의사의 난임진단서가 있으면서, 부인의 연령이 만 44세 이하인 동시에 전국가구 월평균소득 150% 이하로 한정됐다. 시술은 체외수정시술과 인공수정시술만 지원되며, △체외수정시술에서 신선배아이식은 회당 180만원씩 3회, 동결배아이식 회장 60만원씩 3회 △인공수정시술의 경우 50만원씩 최대 3회로 제한된다.

이처럼 국가에서 일정부분 지원했던 사업을 최근 정부에서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달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건강보험 중기 보장성 강화 계획(2014~2018)'을 보고했고, 여기에서는 건강한 임신과 출산환경 조성하기 위해 의료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이 발표됐다. 일환으로 출산시 상급병실 건강보험을 적용, 제왕절개 본인부담 5~10% 경감 등은 물론 오는 2017년부터 난임시술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을 적용할 방침이다.
 

▲ 체외수정시술비 지원 절차(위), 인공수정시술비 지원 절차(아래).

난임시술 지원을 건강보험으로 전환하기 위해 올해부터 모자보건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예산은 약 1000억원 가량으로 추계하고 있다.

지원대상은 국고지원과 마찬가지로, 여성연령 만 44세이하이며 전국가구 월평균소득 150% 이하로 제한했다. 지원금액 및 횟수는 인공수정은 회당 50만원씩 3회, 체외수정은 신선배아의 경우 회장 180만원씩 3회, 동결배아의 경우 회당 60만원씩 3회로 인정키로 했다.

복지부는 "현재 저출산은 우리나라 전체를 뒤흔들만한 큰 문제다. 적어도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가정은 낳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본다"며 "난임치료 시술비 및 시술을 위한 제반 비용을 관리하고, 난임시술 의료기관 평가 실시, 난임시술 표준의학적 가이드라인 제정·고시 등 난임시술 전반에 대한 질관리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자·병원·건보, 누구에게도 도움 안돼"

▲ 최근 무상의료운동본부가 건정심에서 결정한 중기 보장성 정책에 대해 반발 집회를 개최했다.

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의료계 반발은 거세다.

보험료 인상률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돈은 돈대로 쓰지만 난임부부들의 혜택은 더 적어지고, 횟수 제한 및 심사·삭감으로 병원들의 수익도 감소한다는 것.

또한 치료 약물에 대한 비용효과성도 증명되지 않았고, 이러한 약을 급여화한다는 것은 다른 질환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재정소위에 참여했던 무상의료운동본부 김경자 공동위원장은 난임치료의 급여화에 대해 "난임에 대한 제대로된 진단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누가 정확히 난임환자인지도 불분명한 상태인 셈"이라면서 "현재 보장성이 100%도 아니고 60% 남짓이다. 정말 아프다고 증명됐지만 치료비가 없어 병원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인데도, 왜 계속 엉뚱한 부분을 보장성 강화 방안에 넣으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난임에 해당하는 약은 외국 다국적제약사의 단 한가지 제품인데, 이 약품이 제대로 난임을 치료하는지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은 실정"이라며 "약의 비용효과성을 볼때도 전혀 급여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이번 제도는 공단의 건보 흑자를 국민들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제약사에 받치는 것"이라며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더욱 문제는 수백억원의 재정이 투입되더라도, 난임부부의 부담은 오히려 증가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난임부부는 국고에서 200여만원의 비용을 비급여로 지급하고 있는데, 급여로 책정할 경우를 추계하면 약 400만원 중 정부에서 180만원을 지급, 난임부부가 내야할 돈은 220만원으로 더 증가한다"고 말했다.

즉 건강보험료는 투입되지만 난임부부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는 것. 게다가 아직 증명되지 않은 난임부부의 검사 및 시술을 건보 보장성 항목으로 끌어오게 되면, 국민들의 보험료가 잘못된 정책에 낭비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제약사 돈 주기에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 최근 아무런 정책적 논의도 없이 제약사의 편의와 이익을 봐준 약가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것처럼, 난임에 대해서도 거센 반발에 맞서 급여화를 추진하고 말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하며, 정부에서 자주 예를 드는 대만의 경우에도 난임시술에 대한 지원이 없다"며 "정부가 누굴 위한 정책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질 관리 위한 것...가격 '널뛰기'현상도 사라질 것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우려와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보건복지부는 난임치료 급여화 및 지원에 대해 지자체 407억원을 포함해 건강보험 재정을 무려 814억원을 책정을 끊임 없이 주장하고 있으며, 이보다 재정이 더 들더라도 질 관리를 위해 반드시 급여화로 반드시 들어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단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면서 수백만원에 달하는 난임 치료제에 대해 "급여화가 되면 약가협상을 거치게 된다. 얼마가 될지는 일단 협상을 해봐야 알 수 있는데 지레짐작으로 비용효과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해선 안 된다"며 "사실상 약 보다도 검사료가 많이 들기 때문에 약에서는 생각보다 재정이 많이 투입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도 병원마다 들쑥날쑥한 의료 질과 가격을 잡기 위해서 급여화가 절실하다는 입장.

이 관계자는 "비슷한 검사와 치료인데도, 병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또한 비급여로 별다른 제지나 심사, 삭감이 없다보니 질 떨어지는 시술을 산모에게 마구잡이로 시행하고 있다"면서 "그냥 내버려두기에는 지나치게 엉망진창"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난임부부 지원사업에 대한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시술비 지원액의 경제적 도움이 97% 이상이며 대부분 '도움' 또는 '매우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난임여성이 시술 후 시술기관 인력과의 상담에 대한 만족도는 50%에 머물렀고, 행정 절차에 대해 매우 불편하다는 응답이 70% 넘어섰다.

특히 보고서에서 시술비 지원에 따른 개선점이나 건의사항으로는 '시술에 따른 검사, 약제비 및 시술 등의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요구도가 가장 높았는데, 체외수정 시술 여성은 3명 중 2명(69.2%)이, 인공수정 여성에서는 63%가 이를 원했다.

뿐만 아니라 시술당 지원액의 증액, 임신확률이 높은 체외수정 시술비 지원에 대한 증액 및 횟수 확대, 시술비 지원절차 간소화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이었다.

또한 대다수 응답자들이 시술기관 전반에 대한 의료 질 관리, 난임예방 및 조기발견을 위한 학교 교육·상담 및 자료 배포 등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보사연 연구진은 이러한 설문 결과를 토대로 "현재 난임과 관련된 지원은 난임진단검사, 배란촉진제, 약물요법, 수술 등 상당히 제한적이다. 비교적 시술과정이 간단하고 개인별 비용발생의 편차가 적은 인공수정 시술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급여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부분 난임부부들이 시술기관에 대한 정보 수집 방법으로 '인터넷 검색'을 주로 활용한다"며 "관계부처에서 나서서 왜곡되거나 검증 없이 웹상에 공개되고 있는 난임시술과 관련된 정보들을 관리하고, 이에 대한 신뢰성과 유익성을 평가해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도 이에 동의하면서, "급여화가 되면 따로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며, 경제적 지원은 그대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전체적인 만족도가 상당히 올라갈 것"이라며 "요양기관마다 심사, 적정성 평가 등 질 관리가 이뤄지면서 불법적인 시술이나 불필요한 시술, 증명되지 않은 시술들이 많이 사라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급여화가 될 경우 보건소나 건보공단의 건강생활 실천프로그램과의 연계할 수 있어 사전에 난임을 방지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건강보험공단 급여보장실 관계자는 "시술지원 건의 과반수 이상이 원인불명의 난임이며, 난임여성의 과반수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의 건강생활 실천 프로그램 참여도를 고려할 때, 다양한 보건소, 건강보험공단 건강프로그램과 연계에 사전에 난임을 잡아내고, 이와 관련한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이미 외국에서도 우리나라 정도의 난임시술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비용효과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경우 43세 이하 여성에게 인공수정 6회, 체외수정 4회에 한해 건강보험에서 100% 지급하고 있으며, 독일 역시 불임수술 경험이 없는 25~40세 이하 기혼여성에게 인공수정 8회, 체외수정 3회에 대해 건강보험에서 절반을 지원 중이다.

영국도 여성 39세 이하 여성에게 체외수정 3회를 NHS를 통해 100% 보장하고 있으며, 호주에서도 39세 이하 여성에게 체외수정 시술 1회당 일정액을 국고에서 보상해주고 있다. 일본의 경우 여성 43세 이하에 한해 체외수정을 연간 15만엔(약 150만원)씩 5년간 국고로 지급하며, 냉동배아 이식은 7.5만엔(약 75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이러한 외국의 사례를 토대로 했을 때 지나치게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수준으로 지원하려는 것"이라며 "외국에서 비용효과성도 없는 분야에 이렇게 많이 지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우리나라는 의학적으로 봤을 때 최고 성공률 정도에만 급여로 지원할 것이며 그 횟수를 초과하면 개인의 돈으로 충당하도록 제도를 설계한 점도 덧붙였다.

이처럼 저출산 등으로 국가발전을 위해 급여화가 꼭 필요하다는 정부 의견과 명확하지 않은 검사와 시술에 대해 보편적인 치료에 쓰여야할 건보료를 투입한다는 지적이 맞물리면서, 앞으로 시행 전까지 2년여간 홍역을 앓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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