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고위험군 대상 폐암검진에 LDCT 연1회 보험적용

미국에서 폐암 고위험군에 대한 저선량 흉부 CT(LDCT)를 급여화하기로 최종 결정됐다.

고비용, 위양성률에 대한 논란을 무릅쓰고 정체된 폐암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

2013년 미국예방서비스태스크포스(USPSTF)가 30갑년 이상의 흡연자 또는 금연 후 15년이 경과되지 않은 55~88세 고위험군에게 1년마다 LDCT를 이용한 폐암 검진을 권고한 바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부터는 국내에서도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의 조기 발견율을 높이기 위해 LDC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대한폐암학회는 담뱃값 인상에 따른 세수를 활용해 LDCT 국가검진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도 높게 제기했다.

담뱃세 인상 이후 다양한 금연정책들이 시도되는 가운데 미국의 상황 변화와 더불어 국내 상황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메디케어, 폐암 고위험군에 연 1회 LDCT 급여 적용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는 지난 5일 폐암 조기검진을 위한 LDCT에 보험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현재 흡연 중이거나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으면서 최근 15년 이내에 금연한 55~70세의 메디케어 가입자들은 연 1회 LDCT 시행 시 급여혜택을 받게 된다. 내과전문의 또는 자격을 갖춘 의사에 의해 요구조건을 충족한다는 소견서를 받으면 보험적용이 가능하다.

비영리단체인 폐암연합회(LCA)는 약 400만명의 메디케어 가입자가 선별검사의 자격기준을 충족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메디케어가 폐암 선별검사를 급여영역에 포함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순히 LDCT 비용을 지원할 뿐 아니라 초진 시 폐암검진 관련 상담 외에 폐암 선별검사의 이득과 위해, 추적검사, 과진단 및 위양성률, 총 방사선 피폭량 등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들은 뒤 '환자 참여에 의한 의사결정(shared decision-making)'과정에도 보험이 적용되도록 함으로써 포괄적인 폐암 스크리닝이 이뤄지도록 했다.  

또한 LDCT의 질 관리를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영상의학전문의들과 검사 시행기관에 대한 자격요건 및 수집돼야 하는 데이터를 상세히 명시했다. 제시된 선정기준과 요구사항들은 미국 국가폐암검진연구(NLST) 프로토콜 및 USPSTF 권고안 외 여러 유관 학회들의 가이드라인과 일치한다.

예를 들면 미국영상의학회(ACR) 기준에 따라 평생의학교육(CME)에 참여한 영상의학과 전문의로서 적절한 CT 영상획득방법과 영상 품질, 판독방법 등 대한 교육을 받고 최근 3년간 최소 300건 이상의 흉부 CT 촬영감독 및 판독 경력을 갖춘 판독의가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 미국 NLST 연구에서 폐암 고위험군 5만 3000여 명에게 연 1회 LDCT를 시행한 결과 흉부 방사선검사 대비 폐암 사망률이 20% 감소했다(NEJM 2011;365:395-409).

랜드마크연구인 NLST에 따르면(NEJM 2011;365:395-409), 현재 및 과거 흡연자 5만 3000여 명을 대상으로 LDCT를 1년 간격 총 3회 시행한 후 평균 6.5년(중앙값) 동안 추적 관찰했을 때 흉부 방사선검사 대비 폐암 사망률이 20%(95% CI, 6.8-26.7; P=0.004), 전체 사망률이 6.7% 감소됐다(95% CI, 1.2-13.6; P=0.02).

CMS에서 의료수석 겸 혁신·품질부서 차장을 맡고 있는 Patrick Conway 박사는 성명서를 통해 "폐암 선별검사가 처음으로 메디케어의 지원을 받게 됐다"면서 "폐암이 미국 암발생률 3위를 차지하고, 주요 암 사망원인이라는 점에서 예방의 혜택을 중요하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미국폐건강협회(ALA) Harold P. Wimmer 회장은 "이번 급여 결정으로 인해 미국인들의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인 폐암 생존율을 증가시키고, 많은 생명을 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비용·위양성률 문제" vs  "조기진단 생존 혜택"

물론 미국에서 LDCT의 급여화가 결정되기까지 과정이 절대 순탄치만은 않았다. LDCT의 검진 유용성은 NLST를 통해 충분히 검증됐더라도 비용 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

지난해 4월 메디케어근거개발·보험적용자문위원회(MEDCAC)는 폐암 고위험군에게 매년 LDCT를 이용한 폐암 선별검사를 메디케어 재정으로 지원하는 데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의료진, 환자옹호단체 및 전문협회들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샀다. 당시 무려 40개가 넘는 전문의학회가 노인에 대한 LDCT 보험적용을 허용할 것을 CMS 측에 촉구했고, 정계에서는 상원, 하원 의원들과 함께 폐암 스크리닝에 대한 금액의 상환을 요구하는 설전에 가담하기도 했다.

시애틀 프레드허친슨암연구센터의 Joshua A. Roth 박사는 2014년도 미국임상암학회(ASCO) 연례학술대회에서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어 프로그램에 LDCT를 추가하면 5년 동안 약 5만4900건 이상의 폐암을 조기진단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비용은 93억달러(약 10조2000억원)로 메디케어 가입자 1인당 매달 3달러의 보험료가 오르게 된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Roth 박사는 "비용 문제를 떠나 생명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LDCT 시행건수가 1120만건을 초과하게 되면 조기진단율이 현재 15%에서 33%로 오르는 반면, 원격전이 단계에서 발견되는 비율은 57%에서 40%까지 감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검진권고" vs. "국가검진 도입"

폐암의 조기검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높다. 특히 LDCT를 국가검진으로 시행할지 여부가 뜨겁게 논의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난해 미국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검진기술의 발달과 표적항암제 개발로 인해 날로 생존율이 증가되는 다른 암과는 달리 폐암은 10여 년째 암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2년 기준 폐암 발생 건수는 2만 2000여 건에 이르렀고, 최소 1만 5000여 건은 흡연성 폐암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국립암센터와 국가암검진권고안위원회(총괄위원장 이원철·가톨릭의대 교수)는 국가암검진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5대암의 검진 권고안을 개정하면서 이례적으로 폐암과 갑상선암을 추가해 폐암 정복의 의지를 적극 피력하기도 했다.

폐암검진권고안 제정위원회(위원장 성숙환·가톨릭의대 교수)는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는 55~74세의 고위험군에게 LDCT를 이용한 폐암 선별검사를 매년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초안)을 발표했다. 흉부 X선검사, 객담세포진검사 및 현재까지 개발된 혈청종양표지자를 이용한 선별검사는 유효성에 대한 근거가 낮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당시만 해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권고안을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으로 실행하기에는 여건상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CT 장비와 판독 인력, 검사 수가 등 비용적인 부분을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인데, 높은 위양성률이나 질관리에 관한 지적도 지속적으로 나왔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1월 1일부터 담뱃값 인상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금연사업과 연계한다면 LDCT 폐암 검진을 국가 차원에서 시행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폐암학회 "담뱃세 인상분, 폐암검진에 활용"

▲ 대한폐암학회 류정선 홍보이사

대한폐암학회(이사장 조문준)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담배 한 갑에 부과되는 세금이 1550원에서 3318원으로 대폭 늘게 되면서 그에 따른 세수가 2조7800억원에 이른다. 그중 2%만 지원한다고 해도 폐암 발병 위험이 큰 국민의 70%가 LDCT 폐암 검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 류정선 홍보이사(인하대병원 호흡기내과)는 "폐암 발병 위험이 큰 국민이 남성 150만명, 여성 5만명을 포함해 총 155만명 정도로 추정된다"며, "검진 대상자의 70%인 108만명이 참여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1080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고, 적용범위를 좁혀 금연성공자 및 저소득층만 지원할 경우에는 연간 400억원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당장 국가 재정으로 100%를 부담하기 어렵다면 고위험군 중 저소득층이나 금연에 성공한 흡연자에 대해 우선 추진하고, 순차적으로 검진 대상을 확대하는 절충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금연율을 높이는 동시에 검진비용도 절감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류 이사는 "직업, 가족력 등 추가적인 위험인자를 고려해 위험도를 계층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금연사업과 연계된 LDCT 폐암 검진은 실패한 금연정책과 폐암 생존율 개선에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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