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국류마티스학회 가이드라인 개정 내용 일부 공개

 

미국류마티스학회(ACR)의 류마티스관절염(RA) 진료 가이드라인이 올봄 발표를 앞둔 가운데 내용 일부가 공개돼 눈길을 끈다.

경구용 항류마티스제인 토파시티닙(tofacitinib)에 관한 근거가 쌓이면서 기존 생물학적제제와 동등한 위치로 승격되는 등 새로운 내용이 대거 업데이트되기 때문.

작년 11월 16일 ACR 2014 연례 학술대회에서 첫선을 보였던 가이드라인의 초안은 주요 권고사항에 있어 전문가 평가(peer review)를 마치지 못한 상태로, 현재 막바지 손질만 남았다.

이날 발표는 올해 ACR 가이드라인 개정작업을 주도한 앨라배마의대 Jasvinder Singh 박사가 맡았다. Singh 박사는 공개에 앞서 "2015년 RA 치료 가이드라인의 특징은 초기부터 적극적인 타깃 치료전략을 강력하게 권고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깃치료는 최근 RA 치료에서 이슈로, 진단 지연을 막고 질병 활성도를 낮추면서 임상적 관해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진단 특이도가 높은 항CCP 항체 선별검사 등이 급여 문제로 원활한 사용이 어려워 선진국과 비교해 진단 지연이 심각한 수준.

그만큼 국내는 관절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합병증 위험이 큰 RA 환자의 분포가 많아 관리가 까다롭다. 이에 개정을 앞둔 ACR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치료반응이 떨어지는 고위험 환자군에서 옵션의 변화를 짚어봤다.

초기부터 타깃치료 시작

새로 공개될 가이드라인은 진단과 치료에서 모든 보건의료전문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항류마티스약제(DMARD)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서 대안으로 DMARD 병용요법과 '종양괴사인자(TNF) 억제제 ± 메토트렉세이트(MTX)', '생물학적제제(non-TNF-inhibitor biologic) ± MTX' 또는 '토파시티닙 + MTX'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DMARD 사용 경험이 없는 환자에서 DMARD 단독요법과 함께 MTX가 1차 치료제로 추천되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일부 공개된 초안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RA 발생이 6개월 미만인 초기의 경우 질병 활성도가 낮고, DMARD 치료경험이 없는 환자에선 DMARD 단독사용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다.

또한 DMARD 단독요법에 실패해 중등도 이상의 질병 활성도를 나타내는 환자는 이전처럼 DMARD 병용요법을 실시하며, TNF 억제제 또는 생물학적제제에 MTX의 추가 여부를 결정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해당 환자에서 RA 상태가 갑작스럽게 악화한다면 단기간 글루코코르티코이드를 고려하는 동시에, 질병 활성도가 중등도 이상으로 높고 RA 발작을 경험한 경우 치료에 따른 혜택 및 위험도를 따져보고 최단기간 최저용량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사용을 추천했다.

이는 DMARD 병용요법이 효과가 없고 질병 활성도가 중등도 이상으로 높게 유지되면 저용량 글루코코르티코이드를 추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즉 이들에서는 저용량 글루코코르티코이드를 추가하거나 단기간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처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한편 TNF 억제제 단독 사용에 실패한 환자는 생물학적제제 ± MTX를 고려하거나 또 다른 기전의 TNF 억제제 ± MTX로 전환해야 하며, 생물학적제제에 실패한 환자는 기타 생물학적제제 ± MTX를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토파시티닙' 2차 치료제로…MTX 실패시 사용

▲ 경구용 항류마티스제 토파시티닙

게다가 개정작업에서 또 한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토파시티닙의 역할이 보다 강화됐다는 점이다.

토파시티닙은 화이자가 개발한 최초 야누스 키나아제 억제제(Janus Kinase inhibitor)로, 염증 사이토카인의 세포 내 신호전달 경로인 JAK를 차단해 항류마티스 효과를 나타낸다. 이 약물은 10년여 만에 등장한 경구용 DMARD로 해당 환자에서 효과와 함께 복약 순응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이와 관련 권고사항을 살펴보면 토파시티닙은 MTX 치료에 실패한 RA 환자에서도 생물학적제제와 동등하게 선택될 수 있도록 변경됐다.

또한 기존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서 치료 옵션으로 다양하게 이름을 올렸다.

먼저 TNF 억제제의 사용에도 이렇다 할 반응이 없는 환자에서는 차선책으로 생물학적제제 ± MTX나 토파시티닙 ± MTX의 사용으로 전환하며, TNF 억제제와 생물학적제제에 실패한 환자는 다른 생물학적제제 ± MTX 또는 토파시티닙 ± MTX를 권고했다.

나아가 수차례 생물학적제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도 토파시티닙 ± MTX 치료를 받거나 사용 경험이 없는 TNF 억제제 ± MTX를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듯 토파시티닙이 다양한 옵션으로 떠오른 데에는 지난 대규모 2, 3상 임상결과가 근거가 됐다.

토파시티닙의 대표적인 ORAL Step 연구를 보면 1종 이상의 TNF 억제제에 효과가 없는 중등도 및 중증의 RA 환자 399명에서 토파시티닙 + MTX 병용요법군은 치료 3개월 시점에서 ACR20(미국류마티스학회 RA 평가지표)이 41.7%로 위약군(24.4%)보다 높았다.

더불어 완치에 해당되는 임상적 관해 도달률은 병용군 6.7%, 위약군은 1.7%로 확인됐다. 항류마티스 치료제 사용에서 늘 지적되는 감염증과 악성 종양의 발생도 기존 생물학적제제를 처방받는 환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됐다.

감염증·악성암·피부암 등…치료옵션 세분화
중증 감염 치료옵션 다양화, 아바타셉트 강력 추천

다른 질환이 함께 동반된 고위험 RA 환자에서 치료 옵션을 명확히 했다는 점도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눈여겨볼 사항이다.

비흑색종 피부암 병력이 있는 환자들은 TNF 억제제보다 DMARD 병용요법 혹은 생물학적제제의 사용을 추천했지만, 흑색종이 동반된 환자에서는 TNF 억제제가 토파시티닙보다 먼저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림프구 증식성 질환(LPD)이 동반된 RA 환자에서도 치료옵션을 확실히 했다. 이들에서 DMARD 병용요법을 TNF 억제제보다 강력하게 권고하는 한편 리툭시맙을 최우선으로 아바타셉트, 토실리주맙과 같은 특정 생물학적제제도 추천하고 있다.

그러나 고형암의 경우 암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근거가 마련되면서 전과 달리 관련 항목이 삭제됐다.

문제가 되는 간염을 비롯한 감염증이 동반된 환자에서도 옵션에는 구체적인 순서가 매겨졌다. 일단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는 활동형 B형 또는 C형간염 환자에서는 DMARD, TNF 억제제, 생물학적제제 또는 토파시티닙 등이 다양하게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중증 감염증 과거력을 가졌던 환자는 전문가 합의를 통해 TNF 억제제보다 DMARD 병용요법이나 아바타셉트를 강력히 추천했다. 하지만 리툭시맙 또는 토실리주맙의 사용에 대해서는 전문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충남의대 류마티스내과 심승철 교수

RA의 임상적 관해 도달과 유지치료에 대한 부분도 명시될 예정이다. 해당 환자의 임상적 관해와 MTX 유지치료에서는 의료진의 임상적 경험에 따라 감량치료 및 치료제의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됐다.

대한류마티스학회 홍보이사인 충남의대 심승철 교수(충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는 "기존에는 TNF 억제제 치료에 실패했을 때 토파시티닙으로 넘어가도록 논의가 진행됐지만,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에 따라 1차 치료제인 MTX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서도 기타 생물학적제제와 동등하게 선택될 수 있는 치료 옵션으로 등극했다"며 이러한 변화는 국내에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제 국내에서도 토파시티닙은 MTX 치료에 실패한 RA 환자에서 바로 처방할 수 있도록 2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해 론칭하게 된 것이다.

심 교수는 "이번 가이드라인은 전과 달리 중증 감염 환자에서 아바타셉트를 우선 권고하는 한편 악성종양, 흑색종, 림프구 증식성 질환 동반 환자에서도 최적의 옵션을 명시했다"면서 "이러한 흐름은 국내 류마티스 가이드라인 개정과 진료 현장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