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에 참여시키고 적절한 보상으로 동기 부여

로버트 레버링이 개발한 신뢰경영지수(Trust Index)를 바탕으로 일하기 좋은 기업(Great Workplace, GWP)이 선정된다. 2014년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대기업에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비씨카드, 기아자동차 등이 선정됐다. 그런데 중소기업 중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배달음식 앱 서비스를 개발한 '배달의 민족'이 1위를 차지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배달의 민족이 사람들이 선망하는 기업으로 꼽힌 이유는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하는 회사 분위기 덕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일하기 좋은 기업은 3가지 영역 5가지 분야로 나눠 기업을 선정하는데, 3가지 영역에는 직원을 중심으로 경영진과의 관계, 자기 일과의 관계, 다른 동료와의 관계가 속한다. 5가지 분야는 경영진과의 관계에서 믿음, 존중, 공정성, 자부심, 동료애로 구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병원의 원장이라면 존중과 관련된 내용을 숙지해 두는 것이 도움된다고 제안한다. 
존중의 첫 번째 항목은 자기계발 지원이다. 월급을 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자신을 스스로 계발하고 성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직원들을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지 않고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직원 개인생활에 대한 보살핌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모범사례로 뽑혀
일하기 좋은 병원 중에서는 서울아산병원을 꼽을 수 있다. 병원 조직문화를 전담하는 팀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직원들의 애로 사항을 듣기 위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VOE(직원의 소리)도 가동하고 있다. 또 '열린 원장실'을 운영, 사내의 다양한 의견들이 취합돼 원장에게 보고되고, 사안별로 피드백 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직원들의 정서적인 부분을 신경 쓰는 '마음지기 프로그램'과 휴식이 필요할 때 휴가를 주는 힐링 휴가제도, 직원 안전에 관한 위해 요소가 발생했을 때 직원안전매니저가 출동해 직원을 보호할 수 있게 'Employee Safety Manager(근로자 안전관리)' 제도 등이 운영되고 있다.
 
로버트 레버링이 말하는 일하기 좋은 기업의 개념은 매일 매일을 전쟁처럼 지내는 소규모 개원가에서는 딴 나라 얘기일 수 있다. 빅5에 속하는 서울아산병원처럼 운영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몇 명 안 되는 직원에 대해 자기계발 기회를 주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킨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병원 마케팅 회사인 SCD 김학철 대표는 인원이 많지 않은 개원가에서 내부직원 관리는 매우 중요하지만 대부분 원장이 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김 대표는 "개원한 지 1~3년 정도 된 원장들은 내부 직원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알지 못해 어리둥절하고, 3년 이상 병원을 운영해 본 원장들은 '나갈 사람은 어쩔 수 없다'라는 체념 섞인 좌절감으로 내부 직원 관리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실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부직원 관리 방법이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교육기회·휴가 활동 등 자기계발 지원
 
교육을 받을 기회와 휴가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울 강서구의 최모 원장은 환자 응대나 관리, 서비스 등 실력이 뛰어난 직원에게 금전적인 보상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교육과 휴가를 인센티브로 제공하고 있다. 최 원장은 "돈으로 지급하는 것만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병원 내 약속한 한도 내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또 "포상을 해야 하는데 교육을 받을만한 정도가 아닐 때는 하루 정도 휴가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도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내부 갈등의 중요한 요인은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의 인간관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 부분의 문제를 해소하면 직원 만족도 또한 상승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개원가에서의 아침 미팅 방식을 변경해 보라고 제안한다.
 
일방적으로 원장이 지시하는 방법을 벗어나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고, 원장은 직원들의 얘기를 충분히 경청하는 것이다. 직원들과 의사소통 통로를 열어 두라는 것이다.
인터넷 카페·소셜네트워크서 소통 강화
 
실제 몇몇 개원가에서 내부 직원과 의사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카페를 개설하거나 밴드 등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
 
미에로여성의원은 온라인 카페를 개설해 직원들을 참여시키고 카페에서 대화와 공지, 교육을 하고 있다. 또 중간관리지에게 카페 출석한 횟수와 교육 내용, 환자 상담과 전략 상품판매 등에 관한 성적을 매기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미에로여성의원 김형문 원장은 "카페나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할 때 일방적 지시를 내리는 도구로 사용하면 안 된다"며 "제도가 정착되면 직원들끼리 토론하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또 "만일 퇴사하는 직원이 생길 때는 반드시 정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확인을 해야 하고, 이때 퇴사하는 직원에게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감성적 접근도 한 방법

몇몇 원장이 직원 생일에 맞춰 직원의 가족에게 케이크 등을 보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A 컨설턴트는 "개원가에서 원장들은 간호조무사 등 직원에게 야박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많다. 만일 그런 원장이 생일에 케이크나 카드를 가족에게 보내는 것은 직원들에겐 감동적인 이벤트가 될 수 있다"며 "직원과 소통을 위해 큰 비용이 필요한 도구가 아니므로 유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 원장은 생각이 다르다고 했다. 직원은 그 사람의 능력을 월급이란 형태로 지급하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에 맘에 드는 직원의 감정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약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원장은 "편지와 선물을 직원의 부모에게 보내 감동을 주는 감성 마케팅은 직원과는 철저히 선이 그어져야 한다"며 "삼성이나 애플도 그런 행동은 잘 하지 않는다. 그건 허상이다. 그런 마케팅을 해도 급여나 복지가 좋지 않으면 1초의 망설임 없이 나간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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