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임상적 근거 기반 평가…트립탄 계열 7개 유효·안전성 입증

급성 편두통 치료제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약물로 트립탄(triptans) 계열, 엘고타민(ergotamine), NSAIDs, 일부 오피오이드 약물이 꼽혔다.

미국두통학회(AHS)가 2000년 성인의 급성 편두통 치료 가이드라인을 손본 이후, 처음으로 치료제 평가 부분을 업데이트한 결과다. 이 결과는 Headache 1월 20일자에 게재됐다(Headache 2015;55:3-20).

이번에 공개된 AHS의 치료제 업데이트를 살펴보면, 지난 2008년과 2012년 미국신경학회(AAN)와 함께 공동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것과는 의미 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이전 개정작업이 근거를 기반해 전문가 합의(consensus) 및 견해에 의존한 반면, 이번 업데이트는 온전히 치료제의 임상적 근거에 입각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약물 자체의 효능과 안전성에 초점을 맞춰 체계적 문헌고찰을 실시한 첫 결과물로 순도 100%의 약물 근거기반 업데이트라는 평이다.

하지만 일부 제한점도 존재한다. 평가과정에서 약물의 효과에 너무 비중을 두다 보니 이상반응과 피해사례를 다양하게 아우를 수 없었던 것.

그렇다고 약물의 안전성을 무시하지는 않았다. 일부 오피오이드 약물의 경우 유효성만 놓고 보면 레벨 A 또는 B에 포함시킬 수 있지만 이상반응 또는 중독 가능성이 제기돼 1차 치료제로 추천하지 않았다.

더불어 급성 편두통 발작 치료에서 특정 약물의 처방은 부작용 및 잠재적인 이상반응, 특정 환자 금기 가능성, 약물 간 상호작용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명시했다.


권고·비권고 분류 기준은 '유효성'

▲ 미국두통학회, 편두통 치료 업데이트

이번 치료제 평가 업데이트는 기본적으로 지난 2000년 AAN 근거기반 분석연구가 토대가 됐는데, 약제의 임상적인 유효성 측면이 강조되다 보니 치료제 분류 모양새가 이전과는 상이하다.

큰 틀은 레벨 A, B, C, U 등 4단계의 권고분류와 2단계의 비권고분류(negative)로 구성됐다.

레벨 A에 포함된 치료제는 임상시험 결과 유효성이 확실히 입증된 약물들로 레벨 B와 C보다 효과 면에서 치료에 큰 이득을 가진다.

레벨 B는 유효성이 어느 정도 입증된 경우, 레벨 C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 정도가 제시된다.

또한 비권고분류는 효과가 전혀 없거나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하는데, 레벨 B, C의 치료제는 편두통 예방 및 치료 목적으로는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여기서 AAN과 AHS 2012년 가이드라인은 비권고분류를 A, B, C 3개로 나누었지만 이번 업데이트는 레벨 B, C 2개로 간소화했다.

권고분류와 마찬가지로 레벨 B는 급성 편두통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사실을, 레벨 C는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서마트립탄·디클로페낙 레벨 A 추가

눈에 띄는 부분은 트립탄 계열 약물이 레벨 A에 이름을 올리며 유효성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입증한 것인데, 이는 중등도 이상의 급성 편두통 환자에서 1차 치료제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단적인 예.

레벨 A로 이름을 올린 트립탄 계열 약물은 알모트립탄, 엘레트립탄, 프로바트립탄, 나라트립탄, 리자트립탄, 서마트립탄, 졸미트립탄 7개다. 국내에서는 프로바트립탄을 비롯 졸미트립탄, 알모트립탄, 서마트립탄, 리자트립탄 5개 약물이 주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트립탄 계열 약물은 2012년 당시 프로바트립탄 단기사용에 한해서만 레벨 A로 지정, 이외 트립탄 약물은 레벨 B에 포함돼 지금과는 차이를 보였다.

게다가 지난번 가이드라인 개정 당시 임상연구를 통해 유효성을 인정받은 약제들 대부분이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등극한 것은 눈여겨 볼 만하다. 이렇듯 레벨 A에 추가된 약물들에는 서마트립탄(sumatriptan)을 포함 트립탄 계열 약물과 경구용 디클로페낙(diclofenac) 등이 위치했다.

또한 뷰톨파놀(butorphanol) 코분무액(nasal spray)과 같은 일부 치료제들은 최근 무작위 비교연구 결과를 반영해 레벨 A로 업그레이드 됐다. 현재 치료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효과가 떨어지는 메타돈(methadone) 주사제는 레벨 C로 하향 조정됐다.

디클로페낙과 같이 비스테로이드성소염진통제(NSAID)인 아스피린과 이부프로펜, 나프록센도 중등도 미만의 편두통 치료에 효과를 인정받아 같은 레벨 A에 올랐다.

반면 동일한 NSAID 계열 약물임에도 플러비프로펜, 케토프로펜, 케토롤락 정주(IV) 및 근주(IM)는 레벨 B로, 페나존은 레벨 C, 셀레콕시브는 근거 레벨 U, 케토롤락과 트로메타민은 비권고분류 C에 해당돼 사용에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효과에 있어 근거가 불충분하고 연구마다 상반된 결과가 나와 논쟁의 여지가 있는 약물들은 레벨 U로 분류된다. 지난 가이드라인에서 레벨 U에 포함됐던 아스피린의 경우가 그렇다. 대부분의 두통 치료에 아스피린을 떠올리지만 실제 아스피린은 편두통 예방 효과에 있어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나 AAN과 AHS는 '미확인(U)' 등급을 매겼던 것.

그러나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아스피린의 임상효과를 인정해 아스피린 500mg 단독요법과 아세트아미노펜 500mg, 아스피린 500mg, 카페인 130mg 병용요법이 레벨 A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

트립탄 계열 이미 1차 처방 권고 중… 파급력 '미미'

이와 관련 대한두통학회 학술이사인 한림의대 조수진 교수(동탄성심병원 신경과)는 이번 업데이트가 약제 근거기반 평가라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레벨 A로 상향조정된 전체 트립탄 계열 약물과 관련, 조 교수는 "출시된 7개 트립탄(국내 도입 5개) 계열 약물들의 효과를 인정했다고 풀이되지만, 이미 기존 연구결과들을 수용해 중등도 이상의 편두통 환자이거나 장애 정도가 높은 환자에서는 트립탄 계열 약물을 1차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는 만큼 최근 처방 패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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