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추징금, 리베이트 세금 부과, 상품권 조사 등 이어져

정부의 세무조사 추징금, 법원의 리베이트 세금 부과 판결, 상품권 조사로 인한 세금 등 연일 터지는 '세금폭탄'에 제약업계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세수 확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지나친 감이 있다고 목소리를 낸다. 또 리베이트 등은 기업이 자정 활동을 통해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자업자득성 세금 추징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세금으로 피로감이 고조되는 제약업계, 해법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추징금 많으면 수백억대 "국세청이 제일 무섭다"

매년 제약업계에는 세무조사가 주요 이슈로 떠오른다. 3~4년마다 진행되는 정기 세무조사는 물론, 리베이트를 감시하는 돌발적인 비정기 세무조사도 수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비정기 세무조사는 고발이 들어오거나 진정, 투서, 조세 누락 혐의 등에 따라 진행된다.

 

지난해에는 대웅제약이 세무조사에 따른 법인세 추징금 약 124억원을 부과 받았고, 명인제약도 과징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안국약품도 법인세 과소 신고 사실이 확인돼 약 57억원의 추징금을 지불했다.

추징금으로 인한 손실은 고스란히 회사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주주에게도 민감한 사항이며, 이에 따른 회사 측의 부담이 적지 않다.

대체로 추징금은 판매 관리비에서 어느 정도를 적법한 영업비용으로 인정받는지 여부 등에 따라 결정되는데, 조사 내용에 따라 약 5년에 걸쳐 누적된 판매 관리비에 대해 부과되기도 하기 때문에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이르기도 한다.

복지부, 공단, 검찰보다 국세청이 더 무섭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제약사 입장에서는 폭탄으로 다가오는 셈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각종 규제에 따른 영업 환경 위축으로 매출 및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세무조사에 따른 법인세 납부는 업계에 큰 부담"이라며 "제약사는 영업비의 비중이 높아 판매 관리비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비용은 기준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에는 세무조사를 했다는 소식만 퍼져도 리베이트와 연결짓는 부분이 있다"면서 "설령 추징금이 나오지 않더라도 회사 입장에서는 난감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지난 해 8월 법원이 제약사의 리베이트에 대한 세금 부과는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한국오츠카제약이 시장조사 용역에 쓴 비용을 접대비로 보고 법인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비용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이 아니라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법인세법상 인정되는 법인의 사업 관련 손실 또는 비용으로 볼 수 없다"며 "이에 대한 과세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국세청의 상품권 리베이트 조사도 제약업계에 세금 폭탄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국세청은 제약사 다수를 상대로 지난 4년간 상품권의 사용 내역을 소명하라며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상품권을 언제,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지급했는지 구체적인 자료 제시를 요구한 것. 제약사가 이를 상세히 밝히지 못할 경우 대표자 인정 상여로 소득세 최고세율 38%를 적용해 상품권 구매 금액에 따른 추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 대상 제약사가 상품권을 활용해 리베이트를 제공했더라도 해당 병의원 등 사용처를 밝힐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세금 납부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세청의 조사 결과 리베이트로 판정되면 투아웃제에 의해 해당 의약품의 보험 급여 정지 가능성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상품권을 많이 사용하는 업체의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세금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며 "어느 병원, 어느 의사에게 상품권이 지급됐는지 밝힐 제약사는 어디에도 없다. 또 리베이트가 아니고 인센티브 등으로 직원들에게 상품권을 지급했더라도 이에 대한 내역을 소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고액의 세금고지로 제약사의 리베이트 관행을 차단한 공무원에게 성과금을 지급하는 등 독려하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의 '2014 예산성과금 사례집'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세무주사보, 세무서기, 국세청 세무주사 총 3명은 각각 200만원의 예산성과금을 지급받았다.

사례집에는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수수관행에 약값 인상 등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원치 않는 부담을 지게 돼 정부는 쌍방 처벌제 등 여러 방안을 통해 이를 제재하고 있고, 세무적으로도 제약사가 리베이트로 지급한 비용은 손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기술됐다.

또 증빙서류 확인, 관련인 진술 등을 통해 과세근거를 마련하고 최종적으로 리베이트 제공 제약사에게 908억원 상당의 세금을 부과한 것에 대해 "이러한 고액의 세금부과로 제약업계 리베이트 관행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겠지만 업계에 경각심을 일으키고 사회적으로도 화두가 돼 리베이트 관행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의 밑거름이 됐을 뿐만 아니라 세수증대에도 상당히 기여했다"고 풀이했다.

제품·서비스로 경쟁하라

한편 세금 추징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제약업계가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 세무담당 변호사는 "세법에 맞게 회계처리를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국세청은 세법에 정해진 과세 기준으로 봐서 과세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시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법무법인 소속 세무사는 "원칙적으로 리베이트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될 것이다. 완전히 제품 품질만을 갖고 서비스로 경쟁을 하기 전까지는 세금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털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세무조사 후 추징금은 물론 리베이트로 인한 과세, 상품권으로 인한 추징까지 세법상 위배되지 않는 차원에서 회무 관리가 이뤄지면 세금폭탄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조언이다.

국세청 법인세과 관계자는 "회사별로 사례가 다르기 때문에 특별히 어떻게 해야 한다는 당부는 어렵다"면서 "국세청은 사실 확인된 부분에 대해 세금 부과를 하기 때문에 세법규정을 제대로 지킨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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