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크의대 연구팀 메타분석, RCT·관찰연구간 엇갈리는 결과 보여

 

항혈소판치료 중 위장관출혈 위험을 줄이기 위해 프로톤펌프억제제(PPI)를 추가해야 하는가에 관한 문제는 오랫동안 학계에서 논란이 돼 왔다.

얼마 전 Circulation: Cardiovascular Quality and Outcomes 최신호(Circ Cardiovasc Qual Outcomes 2015;8:47-55)에는 이중항혈소판요법(DAPT)과 PPI 병용치료가 심혈관계 아웃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평가한 메타분석이 공개됐다.

관찰연구와 무작위대조연구(RCT)가 상반된 결과를 보고함에 따라 명확한 결론을 내리진 못했지만, 근거수준이 높은 RCT 분석 결과에 힘을 실어주면서 DAPT + PPI 병용요법이 지지를 얻는 추세다.  

관찰연구 "심혈관사건 증가" vs. RCT "차이 없어"

듀크의대 Chiara Melloni 교수팀(듀크대학병원)은 불안전형 협십증 또는 비ST분절상승심근경색증(NSTEMI)을 동반한 환자에서 퇴원 후 약물처방 시 PPI와 DAPT 병용요법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하고자 체계적 문헌고찰을 시행했다.

MEDLINE, EMBASE, Cochrane Library와 같은 주요 의학논문 데이터베이스에서 1995년부터 2012년까지 시행됐던 관련 임상을 검색했고, 연구 품질과 적용가능성, 아웃컴 등을 고려해 총 35개 연구를 선정했다. 

그 중 DAPT에 오메프라졸(omeprazole)을 추가했을 때 유효성을 평가한 RCT가 4개, 관찰연구가 1개 포함됐고, 나머지 30개 연구는 혈소판제를 투여받는 환자들을 PPI 처방그룹과 비처방그룹으로 나눠 계열 효과를 비교한 관찰연구였다.

PPI 계열 중 RCT가 시행됐던 약물로는 오메프라졸이 유일했으며, 주요 평가항목은 1년 후 허혈성 사건, 비치명적 심근경색, 뇌졸중, 혈관재형성술, 스텐트 혈전증 발생률과 전체 사망률로 정했다.

그 결과 관찰연구를 분석 했을 때는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과 PPI를 병용한 그룹에서 DAPT 단독요법만 시행받았던 그룹에 비해 심혈관계 이상반응 발생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반면 오메프라졸과 위약을 비교한 RCT의 경우 오메프라졸 투여군에서 상부위장관 출혈이 감소한 것 외에 허혈성 사건 발생률은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관찰연구들은 오메프라졸을 투여받았던 환자에서 허혈성 사건 발생률이 35%, 심근경색 및 사망률이 27%, 비치명적 심근경색이 33% 증가했다고 보고했지만 RCT 상에서는 아웃컴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연구팀은 "RCT와 관찰연구 결과에 모순이 있어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면서 "불안정 협십증 및 STEMI로 DAPT를 처방받 는 환자군을 대상으로 특정 PPI 투여 후 약동학적 지표와 임상결과를 직접 비교하는 전향적 연구가 시행돼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Melloni 교수는 "순이득(net-clinical-benefit)에 대한 분석을 시행하지 않았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오메프라졸과 클로피도그렐 병용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며,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경고문구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클로피도그렐 + PPI, 심혈관계 부작용 vs. 위장관출혈 위험

클로피도그렐로 대표되는 항혈소판제는 뚜렷한 심혈관계 예방 효과에도 불구, 출혈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안고 있다.

이에 2008년 미국심장학회(ACC)·미국위장관학회(ACG)·미국심장협회(AHA)가 상부위장관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게 PPI를 추가하는 전략을 해결책으로 내놨지만, 두 약물을 함께 복용하면 상호작용으로 인해 클로피도그렐의 효과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면서 수난이 시작됐다.

대표적으로 OCLA(Omeprazole CLopidogrel Aspirin) 연구는 스텐트시술 후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을 복용하는 심혈관질환자 124명을 오메프라졸(20mg/day)군과 위약군으로 나눠 혈소판반응성지수(PRI)를 비교한 RCT다(JACC 2008;51:256-60).

당시 연구에서는 복용 첫 날 PRI가 오메프라졸군 83.9%, 위약군 83.2%로 차이가 없었던 데 반해 7일 째에는 51.4%와 39.8%로 차이가 벌어졌다고 보고했다(P<0.0001). 그 기전으로는 PPI가 CYP2C19 유전자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클로피도그렐 활성도를 떨어뜨린다는 주장(NEJM 2009;360:354-62)이 가장 우세하다.

FDA는 일련의 연구결과들을 근거로 지난 2009년 클로피도그렐과 오메프라졸의 상호작용 가능성에 대한 경고문(public-health warning)을 발표하면서 관련 학계에 충격을 안겼다. 심장마비 또는 뇌졸중 고위험군이 클로피도그렐과 오메프라졸을 동시 복용하면 약효를 온전히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2010년에는 "오메프라졸과 클로피도그렐 사이에 심혈관사건과 관련한 상호작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완전히 상반된 내용의 COGENT 연구(NEJM 2010;363:1909-17)가 발표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상반된 데이터들로 진료현장에서의 혼선을 우려한 ACC·ACG·AHA는 다시 한번 전문가 합의 성명서(JACC 2010;56:2051-66)를 발표하고, 과거력 등 상부위장관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게 PPI 사용을 적극 권고한 바 있다.

약제 선택 시 환자 개별 특성 고려해야

▲ 대한심장학회 한기훈 학술이사

이번 Melloni 교수의 메타분석에 대해 Peter B. Berger 교수(가이징거메디컬센터)는 '클로피도그렐을 복용하는 환자들에게 PPI를 처방해서는 안 될까? 그 문제 때문에 속이 쓰리다(heartburn)!'는 흥미로운 제목의 사설을 발표했다(Circ Cardiovasc Qual Outcomes 2015;8:6-7).

관련 논평에서 Berger 교수는 "특정 PPI가 생체외 혈소판응집억제반응을 차단하고 클로피도그렐의 활성대사를 감소시킨다는 데 동의하지만 허혈성 사건 예방 효과도 감소시킨다는 증거는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관찰연구에 따르자면 PPI뿐 아니라 칼슘채널차단제(CCB), 스타틴 조차도 클로피도그렐과 상호작용이 존재한다는 것.

Berger 교수는 클로피도그렐과 PPI 병용처방에 대한 FDA 경고문이 반드시 제거돼야 함을 강조하면서 "PPI 복용 시 위장관계 이상반응과 항혈소판 치료 중단율이 감소됐다는 중요한 포인트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피력했다.  

한편 대한심장학회 한기훈 학술이사(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오메프라졸, 에스오메프라졸과 같은 PPI 계열 약물은 CYP2C19, CYP3A4 등 항혈소판제 활성에 필요한 대사경로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동시복용 시 이상반응 발생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데 이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단일 연구가 약물의 효용성 검증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다 보니 암 발생과 같이 일반적이지 않은 부작용 여부를 검증하기는 것은 무리고, 메타분석이라도 환자 개개인의 특성과 연구디자인의 차이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이사는 "PPI와 항혈소판제를 처방할 때 병용기간을 최소화 하면서 환자 병력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고령화로 인해 노인 환자 비율이 급증하는 만큼 특정 약제가 아닌 모든 약물을 처방할 때 부작용 및 상호작용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