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뉴비전 발표...중심 업무부서도 급여관리실→건강증진실로 변경

국민건강보험공단 성상철 이사장이 취임한 지 2개월 정도 됐지만, 우려와 달리 공단의 업무 방향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김종대 前 이사장의 업무를 '판박이'처럼 이어받고 있기 때문.

하지만 성상철식(?) 건보공단을 만들기 위해 '발톱'을 숨긴 채 고군분투하고 있다. 오는 7월이면 U헬스, 민간보험 등 성 이사장 이념이 고스란히 담긴 '뉴비전'이 나올 것이란 게 근거다.

▲ 한 지역본부에서 업무보고를 발표하며, 뉴비전 선포를 예고하고 있는 성상철 이사장.

최근 건보공단 복수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성 이사장이 오는 7월1일 창립기념일에 맞춰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뉴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본부는 물론 지역본부·지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공단은 오는 6월 말까지 뉴비전 및 중장기 경영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3억원 예산에 달하는 컨설팅용역을 진행한다. 현재 비전은 지난 2007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뉴비전 컨설팅 용역 제안요청서에는 U-Health, 보건의료서비스 투자활성화, 유사 공공기관 및 민간보험 서비스 영역 등을 분석해 전략적인 시사점을 도출토록 했고, 국정과제, 보건복지정책, 정부 3.0, 규제개혁, 경제, 사회, IT기술, HT기술 등 거시환경을 분석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앞으로 공단에서 원격의료, 영리병원, 사보험 시장 관리 등에 대해 보다 직접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공단 한 관계자는 "전국 지사 업무보고 등에서 U헬스와 같이 지금까지 해왔던 분야를 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고, 이를 뉴비전에 담겠다는 이야기를 해왔다"며 "창립 기념일에 맞춰 그간 드러내지 않았던 개혁 의지를 드러내고 공단을 대대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성 이사장 취임 당시에도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사보험과 결탁해 공보험(건강보험) 체제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건보공단 노조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국회 야당의원 등이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방만경영 지적 없애기 위해 '내부인사'도 대대적 '개혁'

공단 틀도 바뀌지만, 내부직원들의 대대적인 개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 제안서를 통해 조직 및 인력운영 방안 제시도 요구했으며, 인사관리 혁신 방안과 인적자원 개발 전략을 포함토록 했다. 이는 기존의 '방만경영' 지적을 피할 수 있도록 개혁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원주본사 이전, 연수원 개원 등 새로운 조직 변화에 대한 전망, 가치체계 및 사업성과·구조 등 경영현황의 전반적인 분석, 조직문화에 대한 역량 파악 등을 시행토록 요구했다.

게다가 지금의 수직적인 인사시스템에서 벗어나 성과위주의 인사관리 체계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외부 평가를 반영해 이를 지표화하고, 성과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공단 성과평가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

이에 대한 공단 노조의 반발이 적잖이 예상되나, 일각에서는 '출근 저지 운동' '반대 텐트 농성' 등에도 굴하지 않았던 선례를 비춰봤을 때 큰 소란은 일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가협상 손질도 시행될 예정...다만 큰 변화는 없을 전망

수가협상에 대한 손질도 있을 예정이다. 의료계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일방통행식' 수가협상이 아닌, '가입자-공급자-보험자가 함께하는 재정관리'에 대해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이미 취임사, 신년사, 업무보고 등을 통해 '수가협상'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혔으며,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해왔다. 또한 컨설팅 용역 보고서에도 이해관계자에 대한 분석을 통해 대응전략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기존에 성 이사장이 생각한 것과 달리 '수가협상'이 크게 잘못된 부분이 없다는 것을 인식, 협상 시스템은 그대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A실 관계자는 "처음에는 공급자 수장답게 대대적인 개편을 추구했지만, 2개월만에 생각이 많이 달라진 듯하다"며 "수가계약이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인식하고, 그 틀은 유지하되 소통방식이나 구조, 횟수 등을 변경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방관리사업 집중 위해 '건강증진실' 준비부터 탄탄히

▲ 취임사를 낭독 중인 성상철 이사장.

또한 뉴비전에는 '예방관리사업의 실질적인 활성화'가 포함될 예정이며, 이미 이를 위해 실부서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바 있다.

이달초 건보공단은 대규모 직제개편을 통해 빅데이터운영실 소관 부서인 건강기획부와 만성질환관리부를 건강증진실로 옮겼다.

이에 따라 검진기관 평가, 건강검진 사전 및 사후관리 등 편협한 업무를 맡았던 건강증진실이,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하나의 기관으로 바뀐 것이다.

건강증진실은 질병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를 통한 만성질환의 체계적 관리를 목표로 움직이게 되며, 이를 통해 국민 의료비 감축 및 건보재정 누수 방지에 기여할 방침이다.

현재도 성 이사장은 계단걷기 캠페인, 비만 및 흡연 방지 등 지역단위의 주민건강 증진을 위한 건강증진사업 추진계획과 담배소송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김종대 전 이사장의 '사후관리 강화, 부당청구 색출, 재정누수 방지'에 중점을 둔 '급여관리실 밀어주기(?)'는 다소 누그러질 전망이다.

즉 김 전 이사장은 의료기관의 부당청구를 '누수'의 큰 부분으로 봤으나, 성 이사장은 의료인 출신으로서 질병의 늦은 발견을 '누수'로 보고 있는 것.

위험요소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미래형 건강보험' 구상 중 

뿐만 아니라 성 이사장의 뉴비전에는 '미래 한국형 건강보험 브랜드'를 창출하는 부분도 포함된다.

저출산, 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보험료를 내는 계층은 줄어드는 데, 만성질환자 증가로 진료비는 매년 급증하고 있어 언제 공보험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

성 이사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를 새로운 10년의 원년으로 삼고, '지속가능'하면서 '능동적 대처가 가능한' 공보험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연구용역을 통해 국민건강 보호, 의료비 부담 완화, 고객 만족경영 등을 추진할 수 있는 최선을 방안들을 담아 '뉴비전'으로 탄생시킬 계획이다.

성 이사장은 이 같은 뉴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직원은 물론 이해관계자에게 신뢰, 상생협력, 창조혁신 등을 바탕으로한 소통을 적극 시행할 예정이며, 공단의 방만경영 철퇴와 내부혁식 등을 단행할 전망이다.

전국 지사 업무보고에서도 성 이사장은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공단과 조직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와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준비 중인 뉴비전 미래전략을 실현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 뉴비전 조직운영도.

한편 성 이사장은 오는 6월부터 뉴비전 선포를 위한 제막식, 영상물 방영 등 각종 행사를 시행할 예정이며, 본부 및 지역본부별로 이에 대한 순회교육에 나설 계획이다. 선포식은 6월 30일에 개최된다.

비전의 실질적 추진을 위해 '비전전략 기획단'을 중심으로 '실무총괄팀' '운영지원팀' '외부컨설팅팀'을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고, 의사결정을 위한 '수립위원회', 전문성 확보를 위한 '자문위원회', 직원 의견수렴을 위한 '직원참여위원회'도 둘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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