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조제 놓고 의약계 '맞짱토론'...약계, 의약분업 취지 지켜야

▲26일 국회에서 열린 불법조제 문제점과 해법모색을 위한 토론회.

병원내 무자격자 불법조제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지만, 서로간의 견해차만 확인한 채 자리를 마감했다.

의료계는 '의사 조제' 범위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약사법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의사의 지시에 따른 간호사의 원내조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약계는 의약분업의 원칙을 내세워 반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윤옥 의원(새누리당)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병원 내 무자격자 불법조제 문제점과 해법'이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의사 직접조제 범위 어디까지? '논란의 시작'

이날 토론회는 의약계 맞짱토론 자리로 관심을 모았다. 의약계 추천 전문가들이 각 직역을 대표해 주제발표를 진행했으며, 의협과 약사회 등 이해당사자들이 직접 토론에 참여했다.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은 의사 직접조제를 규정하고 있는 약사법 23조의 4항. 현행 약사법은 약사와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도록 하되, 23조 4항에 예외를 두어 입원환자 원내조제의 경우에는 의사가 직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의 해석을 두고는 의약계간 입장차가 크다.

의료계는 의약품 처방과 조제 모두 의료행위에 속하며, 따라서 의약품 조제를 포함한 의료행위는 의사가 직접 할수도, 경우에 따라서는 간호사에게 진료를 보조시킬 수도 있는 행위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나, 약계는 의사 자신이 직접 손으로 의약품을 조제하는 행위 등으로 이를 한정해 해석하고 있다.

진료권-간호사 진료보조권 침해...간호사 원내조제 허용해야

의료계를 대표해 발제에 나선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지나치게 경직된 약사법 규정으로 인해, 불법조제라는 범법행위가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접조제'라는 어의적 한계로 인해 현실적으로 의사의 진료권과 간호사의 진료보조권을 제한하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 변호사는 "간호사에 의한 의약품 조제 보조행위가 약사법 위반에 해당할 경우 건보공단에 조제료를 청구해 지급받은 행위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되며, 이 경우 해당 의료인과 의료기관은 의료법에 따라 자격정지와 업무정지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면서 "이는 의료기관에게는 생사가 걸린 문제로,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폭탄을 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약과 주사행위를 준비할 수 있는 간호사에게 그 준비단계에 해당하고 위험도가 낮은 조제는 보조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약사법 23조 4항의 '직접' 문구를 삭제해 과잉해석의 소지를 없애고, 무면허 조제행위에 관한 형사처벌 규정을 개선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분란의 소지를 없애, 의사 지시에 따른 간호사 원내조제를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의약분업 원칙 준수...병원약사 활성화가 해법

약계는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맡긴다는 의약분업의 취지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반박했다. 원내조제를 둘러싼 문제는 병원약사 충원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약계를 대표해 발제에 나선 성균관약대 이의경 교수는 "의사의 직접조제는 의약분업 예외조항으로, 예외조항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소한으로 수행되어야 한다"면서 "의약분업의 원칙이 훼손된다면 의사와 약사 역할분담을 통한 전문적 의약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해진다"고 밝혔다.

간호사 원내조제에 대해서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경우 면허 및 교육 범위 이외의 불법적인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밝히고 "병원약사 부족으로 인한, 원내 불법조제 문제는 병원 약사 기준 현실화와 병원약제서비스 수가 인상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모세 대한약사회 보험위원장 또한 "'환자의 안전한 치료를 위한 의약분업'이라는 취지에서 본다면 의사의 직접조제도 최소화되어야 할 것인데, 하물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약의 전문가가 아닌 사람에게 업무를 위임하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 직접조제라는 예외 규정에 대해 무자격자에게 업무를 위임하는 또 다른 예외를 만들겠다는 것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게 수술을 시켜 의사가 처벌을 받는 등 문제가 발생하니 이를 합법화 시켜달라는 주장과 같다"며 간호사 원내조제 허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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