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실한 근무행태엔 반드시 사유서..‘동상이몽’ 없도록 의사소통 명확히

 

1960년대 말 미국에서 생겨난 개념인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는 우리말로 '전직 지원 프로그램’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포춘지(Fortune) 선정 500대 기업 중 80% 이상이 이를 실천하고 있을 정도로 기업에서 직원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를 그만두거나 혹은 그만두는 사람을 어떻게 관리 하느냐도 기업의 빼놓을 수 없는 책임이 됐다.

퇴직자는 몸담고 있던 회사에 관한 좋은 이미지를 얘기하기보다는 부정적인 내용을 말하게 된다. 특히 회사를 강제로 퇴사하게 된 경우라면 더더욱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게 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해진다.

이런 이유로 포스코, 삼성그룹, KT, 국민은행 등이 경력개발센터 등의 부서를 설치해 퇴직자의 전직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들이 회사의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전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지만,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는 꿈꿀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퇴직자 관리를 해야 할까?

지난해 말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1184개 기업을 대상으로 '퇴사시키고 싶은 직원 블랙리스트'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78.6%가 퇴사시키고 싶은 직원이 있다고 답했다. 기업이 가장 퇴사시키고 싶은 유형은 불만불평이 많은 직원(59.1%, 복수응답)이었다. 주변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이어 △ 무단결근 등 근태가 불량한 직원(54.1%)과 △ 배려와 희생심이 없는 이기적인 직원(48%)이었다. 이 외에도 △ 전문성, 성과가 뒤떨어지는 직원(42.7%), △ 소문, 뒷담화 등을 옮기는 직원(28.8%) △ 시키는 일만 하는 직원(28.4%) △ 사내정치를 하는 직원(21%) △ 허위성과 등 거짓말하는 직원(21%) △ 사측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직원(20%) 등이 회사가 퇴사시키고 싶은 직원에 속했다. 개원가에서 퇴사시키고 싶은 직원에 관해 설문조사를 한다고 해도 이와 비슷한 항목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수원에서 안과를 운영하는 박 모 원장은 오래 근무한 간호조무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원 초부터 근무한 경험으로 일은 빠르고, 흠 없이 잘 처리하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지나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수 없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원장의 권위도 가볍게 눙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 원장은 "일 처리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 없지만, 내부 조직을 자신이 일하기 편하도록 짜 놓거나, 말을 해도 잘 듣지 않는 등 다른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고민"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근로기준법 강화…사유 없는 해고 낭패 보기 십상

이런 상황에서 원장들이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원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원칙과 절차 없이 해고라는 칼을 함부로 휘두르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병원 컨설팅 회사 프라임코어 이영신 대표는 규모가 큰 기업에 비해 개원가는 인원수가 적기 때문에 직원을 그만두게 하는 일은 더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근로기준법이 강화됐기 때문에 명확한 사유 없이 함부로 직원을 해고할 수 없게 됐다"며 "해고하는 직원은 대부분 사직서를 쓰지 않는데, 만일 근로자가 원장을 노동부에 신고했을 때 고용주인 원장 본인이 출석해야 하므로 진료를 멈추고 가야 한다. 하루 진료를 반납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원장은 감정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감정을 앞세워 직원을 해고했다가는 더 심한 손해를 보기 쉽다"며 "직원의 행동이나 태도를 떠나 병원에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비판이라면 받아들 수 있는 마인드를 원장이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모 작은 병원이라도 업무 규정 필요

규모가 작은 병원이라도 근로기준법을 기반으로 최소한의 업무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무단결근 3회일 때 어떤 처벌을 받는지 등에 대한 세부 내용이 있어야 직원들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원장은 직원들이 무단결근 등을 할 때 반드시 사유서 등을 받아둬야 훗날 불미스런 일을 피할 수 있다.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명확하게 하는 것도 해고 등의 언짢은 일을 피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원장이 두리뭉실하게 대충 얘기하거나, 직원이 알 것으로 추측하는 것은 서로 오해만 쌓이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원장이 이런 식의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며 "직원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직원의 얘기를 확인해 직원이 상상의 나래를 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마음에 들지 않은 직원을 뽑은 것도 원장 자신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도 원장이 져야 한다"며 "직원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소통 방식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한다면 원장이 직접 직원들과 1:1로 대화를 하는 것보다는 중간관리자를 두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중간관리자가 관리를 하도록 하고, 원장은 주기적으로 중간관리자가 직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는지 점검하라는 것이다.

해고 결정했으면 빨리 진행해야

원장이 직원에게 노력해도 해결의 기미가 없다면 결정을 내릴 때라고 한다. 하지만 쉽게 내보낸다는 이미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결론의 핵심이다. 원장이 함부로 직원을 퇴사시킨다는 인상은 다른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결국 병원에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해고를 결정했다면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해결하는 것이 좋다. 한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해고 과정을 진행할 때 아무리 문제가 있는 직원이라도 비인간적으로 대하거나 목소리를 높여 언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며 "남아 있는 직원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직원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해고되는 직원이 다른 직원에게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문제가 있는 직원이 나갈 때 회식도 해 주고, 모든 직원이 있는 자리에서 나가서 잘 되길 바란다는 뜻도 전달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한다.

최근 많은 병원에서 노무사와 계약을 맺고 고용, 인력, 채용 등에 대해 노무관리 대행을 맡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무를 세무사에게 맡기는 것처럼 병원에서 생기는 불협화음을 사전에 막는 방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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