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효과·안전성 균형을 잡아라"

소화기내과 진료환자의 30~50%을 차지하는 기능성 소화불량증(FD)은 치료에 명쾌한 해답이 없어 처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종합병원으로 의뢰된 소화불량증 환자의 80% 이상은 뚜렷한 병인 없이 만성적이며 반복적인 위장관 증상을 호소하는 이른바 FD 환자들이다.

진료의 고충은 굉장히 흔한 질환임에도 음식물의 내장과민성이나 위운동기능장애, 정신적 문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및 감염증, 면역이상 등 명확한 병태생리가 밝혀지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사용되는 위장관약제마저도 효과와 안전성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 환자관리는 말 그대로 산너머 산이다. 이에 FD 치료는 여러 병인을 고려해 우선적으로 증상을 교정해주는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국내외 가장 널리 처방되는 약제는 산분비억제제인 프로톤펌프억제제(PPI)가 대표적이지만 장기간 사용에 따른 안전성 논란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실제 처방되는 위장관약제들의 효과와 안전성을 면밀히 짚어보고 최적의 선택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1. 1차치료제 PPI 처방, 최적의 조합은? 

2. PPI 불응 환자 차선책은?

 

▲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는 치료에 애로사항이 많다.

다양한 증상·이상반응에 처방 '골머리'

FD 환자를 대하는 개원의들은 환자의 증상이 다양하고 관리가 까다로운 만큼 처방에 고민이 따를 수밖에 없다. 흔하지는 않아도 위장관 약제의 이상반응 보고사례도 이에 한몫한다.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진료지침 이사를 맡은 이화의대 정혜경 교수(이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는 "명치 통증을 호소하는 소화불량증 환자는 위식도역류가 혼재된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서는 처음부터 고용량 PPI를 처방하고 이후 반응 여부를 고려해 위장관 운동촉진제(prokinetics)를 투약한다"고 조언하면서 "실제 환자 진료에는 이들 약제의 병용요법도 고려가 되지만, 병용요법에 관한 연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든 약제는 혜택 이면에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효과와 안전성의 균형을 맞춰 처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대표주자 'PPI' 과연 효과는

FD 치료에는 다양한 약제가 이용되지만 보편적으로 권고수준과 증거수준이 가장 높은 PPI가 1차 치료제로, 이보다 권고수준과 증거수준이 낮은 위장관운동촉진제(prokinetics), 히스타민수용체길항제(H2RA) 등이 차선책으로 쓰이고 있다.

가장 먼저 고려되는 PPI는 일단 안정적이기 때문에 간과 신장기능에 중증 장애만 없으면 사용될 수 있으며, 임신했을 때도 상태를 고려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임신 카테고리 C의 오메프라졸 20mg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약물을 B로 분류하고 있는 상황.

이는 다중 유닛으로 구성된 펠릿(pellet) 시스템(MUPS)을 채택하고 있는 MUPS 제형의 경우, 일정하게 약물이 배출되도록 만들어져 안정성이 강화됐다.

효과 개선 약물도 속속

기존 제제의 효과와 안전성을 개선한 약물도 있다. 거울상이성질체(enantiomer) 구조로 개발된 신약들은 일부 이상반응을 없애면서도 약물효과는 강화했다는 게 포인트다.

대표적인 덱스란소프라졸은 약물의 효능은 비슷하지만 체내 제거율이 낮아 혈중농도를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특히 음식물과 함께 섭취해도 상호작용이 적다.

이와 관련 4092명 미란성 식도염 환자를 대상으로 덱스란소프라졸 60mg 혹은 90mg과, 기존 란소프라졸 30mg을 8주 동안 이중맹검, 무작위대조군연구(RCT)를 실시한 결과 전반적으로 차이는 없었지만 아주 심한 식도염에서는 완치비율이 덱스란소프라졸 60mg(88.9%), 90mg(83.8%)으로 란소프라졸 30mg(74.5%)보다 효과가 좋았다는 보고가 있다(Aliment Pharmacol Ther 2009;29, 731).

또한 에스판토프라졸은 판토프라졸의 활성형 약물로, 유전적 장벽이 있는 CYP 2C19에 대사되는 비율이 적고 CYP 3A4와 설포트랜스페라제에 대사되는 특징을 가진다. 때문에 체내 흡수가 일정하고 약물교차반응이 적어 다른 약제와 사용했을 때 이상반응을 줄인다.

국내 149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3상 RCT 연구에서도 역류성 식도염 환자에서 기존 판토프라졸 40mg과 에스판토프라졸 20mg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8주 동안 치료효과는 비슷했지만 이상반응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Cho YK, Dig Dis Sci 2012;57:3189).

개인별 효과차 크게 나타나
최소 3일 이상 식전 1시간 내 복용해야

하지만 위장관 치료제들의 맹점은 메타분석 결과들이 상반된 경향이 있어 실제 처방에 고민이 따른다는 점이다.

널리 처방되는 대표적 산분비억제제인 PPI도 예외가 아니다. PPI를 소화불량증 환자에게 2~8주 정도 투여하면 위약군(25%)보다 높은 34%의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통계적으로 14명당 1명꼴로 증상이 호전된다. 때문에 PPI 처방에도 환자들의 증상은 눈에 띄게 개선되지 못하는 실정.

이렇게 1차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PPI가 효과가 낮다는 데 의문이 생기기 마련. 가장 큰 문제는 환자의 복약순응도(compliance)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환자들은 한번 먹어 효과가 없으면 투약을 중단하는 습관이 있어 한달치 약처방에도 이를 성실히 지키는 환자는 절반 정도라는 통계가 나온다.

PPI가 체내 충분히 포화되기까지는 3일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최소 3일 이상을 복용해야만 기대했던 효과가 나온다.

또한 PPI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는 투약시기도 관건이다. 식전 1시간 이내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음식물을 섭취하는 동안 위벽세포의 ATPase에 의해 위산분비가 자극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PPI인 에소메프라졸의 투약시기에 따른 산분비억제 효과를 보면, 건강한 자원자 33명 대상에서 에소메프라졸 20mg, 40mg 모두 하루 한 번 주는 것 보다 2회에 걸쳐 나눠주는 것이 효과가 좋았으며, 낮시간은 아침 식전에, 저녁은 저녁식전이나 취침 전에 주는 것이 산분비 억제 효과가 월등히 높았다. 결국 증상이 언제 나타나는지에 따라 약의 용량이나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효과를 배가시키는 방법으로 제시된다.

이화의대 정혜경 교수는 "PPI는 환자의 반응성 측면에서 개인차가 굉장히 큰 약물"이라면서 "PPI가 체내 시토크롬 450(CYP450)에 의해 대사가 되는데 사람마다 유전적 다형성(polymorphism) 때문에 개인차가 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즉 PPI의 약물대사가 빨리 일어나는 사람에서는 효과를 보이는 기간이 짧고 대사가 느린 경우 혈중 약물농도가 높게 유지돼 한시적으로 이상반응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사람마다 약물대사가 차이를 가지기 때문에 PPI를 처방했는데 반응이 없다면 일단 다른 약제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위험군 단기간 최소 용량이 '답'

약물 자체의 효과를 차치하고 장기간 복용을 해야 하는 약물인 만큼 PPI의 안전성과 관련한 논란도 적지 않았다. PPI를 장기간 사용하면 칼슘흡수를 억제해 골절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지난 2006년에 JAMA에 실리면서 이슈가 됐던 것(JAMA 2006;24:2947).

영국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연구로 내용을 살펴보면 PPI를 표준용량의 1.75배 이하로 1년 이상 사용한 군(골절위험 1.40)에서 용량을 1.75배 이상으로 증가시키면 골절위험이 2.65로 증가했다. 이는 같은 산분비억제제인 H2RA보다 골절위험에 있어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PPI를 사용하지 않은 군에서는 1000인년당 1.8명의 골절이 생긴 데 반해 1년 이상 PPI를 사용한 군에서는 4.0명이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논란이 됐다.

정 교수는 "이후 전향적 연구가 시행됐는데 해당 환자에서 골다공증 증가위험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 "현재 NSAID 혹은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고령 환자에서 PPI를 사용할 때 혼재효과(confounding effect)를 고려해 비타민D나 칼슘 보충요법을 권고하지는 않지만, 골절위험 인자를 가진 고위험군은 PPI를 가급적 단기간 최소 용량으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의할 점은 또 있다. 일차 혈관성형술(angioplasty)을 시행한 환자에서 위장관 출혈은 2.3% 정도 발생하는데 사망률이 10% 정도로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환자들에서는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을 함께 썼을 때 위험도가 더 증가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항혈소판치료를 중단하면 급성 스텐트 협착증이 기존 0~2%에서 20%까지 급격히 증가한다.

즉 해당 환자들에서 사용되는 클로피도그렐과 PPI가 약물교차반응을 일으켜 급성 심혈관 증후군이 야기되는 것이 문제다.

이에 정 교수는 "PPI는 오전, 클로피도그렐은 취침 전으로 약물 투여시기를 달리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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