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뮤지컬 ‘라카지’

 
 
쇼 뮤지컬 ‘라카지’
3월 8일까지 엘지아트센터에서

프랑스 남부의 아름다운 휴양도시 상트로페즈의 전설적인 클럽 '라카지오폴', 쇼맨십과 흥이 가득한 이 클럽에는 특별한 게이 커플이 있다. 아내 엘빈은 화려한 쇼맨십과 풍부한 성량으로 클럽의 전설적인 가수 자자로, 남편 조지는 쇼걸들을 이끄는 훌륭한 클럽의 리더로 서로 사랑하며 장미쉘을 평범한 청년으로 키웠다.

조금은 독특하지만 늘 사랑이 가득했던 이 부부에게 어느 날 아들 장미쉘은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평범한 가족도 아닌 극우파 보수당의 최고위원의 딸과 사랑에 빠진 아들. 여느 가족이라면 좋은 소식이겠지만 이 독특한 가족에겐 이런 가족과 사돈을 맺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상견례를 쉽게 하려고 장미쉘은 게이 엄마 엘빈 대신 생모를 데려오려 하고 아들을 친자식처럼 아끼며 길러온 엘빈은 상처를 입는다. 결국 엘빈은 사돈과의 만남을 위해 삼촌으로 위장하게 되지만 사돈과의 첫 만남은 꼬여만 간다.

게이 커플과 아들…가족
게이 커플과 그들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 드랙퀸들이 넘쳐나는 클럽 배경만으로는 다소 낯설고 무겁게 느껴지는 뮤지컬 라카지, 하지만 극장을 가득 메운 남녀노소 관객들은 연신 웃음을 멈추지 못한다. 이 사랑스러운 중년 게이 커플의 일상적인 부부싸움과 아들의 핀잔, 투정은 우리 가족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남자 배우들이 분하는 백스테이지 속 게이 댄서들의 일상도 여느 친구나 연인들의 일상과 비슷하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다르다고 느껴지지는커녕 되레 더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지고 폭소를 자아내는 해프닝들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친근한 우리 일상의 이야기를 낯설고 특별한 게이 클럽에서 풀어낸 것이 바로 라카지의 독특한 매력. 이러한 극에 딱 떨어지는 베테랑 배우들은 극의 매력을 배가한다. 신경질적이면서도 너무나 자상한 아내 엘빈역에 배우 정성화, 자상하면서도 따뜻한 남편 조지역엔 배우 남경주가, 보수파 최고위원 딩동역엔 송승환이, 레스토랑의 화려하지만 주책바가지 여사장 역엔 최정원이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다.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쉴새없이 장면마다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각각의 역할에 다른 배우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호연을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 게이 아내 엘빈 역할의 정성화는 개그맨 출신인 만큼 최고의 게이 엄마를 연기한다. 중년 남자관객의 박장대소들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표정부터 춤까지 맞춤옷을 입은 것 같다. 관객들을 십분 매혹하고 나서 곧바로 백스테이지와 일상에서는 시트콤처럼 관객들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인터미션을 포함해 3시간의 공연이지만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관객과 호흡하는 노래
뮤지컬 라카지의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현란한 쇼맨십이다. 주인공 엘빈과 조지는 물론 라카지오폴 클럽의 댄서들은 무대 위에선 화려한 안무와 노래를 선사한다.
엘빈이 가수 자자로 변신하는 그 백스테이지의 분장실에서도 마스카라를 바르고 가발을 쓰면서도 계속 노래하고 춤춘다. 게이를 혐오하는 딩동의 조소도 가족애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화해의 결말에도 노래와 춤은 빠지지 않는다.

 
라카지오폴에 화려함과 유쾌함이 가득한 이유에는 흥이 가득한 노래와 안무가 중요하다. 풍부한 바리톤의 솔로와 듀엣, 합창이 쇼걸들의 안무는 발레에서 캉캉춤까지 쇼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준다.

 
특히 남자 댄서들의 각선미와 힘 있는 안무는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다른 뮤지컬과 달리 끊임없이 박수를 유도하기도 하고 관객들에게 말을 건다. 무대 안의 무대라는 극적 장치는 기발하게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밝고 화려한 무대와 빅밴드의 풍부하면서도 낭만적인 선율 그리고 남자 배우들의 합창은 무대를 꽉 채운다. 말 그대로 현란한 쇼맨십이다.

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한 인생
마지막으로 이 작품이 화려하고 또 볼거리 넘치고 재밌는 작품만이 아닌 이유는 바로 우리 이야기라는 점이다.
아름답다기보다는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중년의 드랙퀸 자자는 백스테이지에서 연일 불평불만에 늘 히스테릭 투성이지만 남편 조지에겐 늘 한없이 약한 부인이다.

 
화려한 드랙퀸의 느낌보다는 여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엄마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늘 수다와 잔소리가 가득한 시끄러운 아줌마다. 짙은 마스카라와 속눈썹, 화려한 드레스로 변신하고 화려한 쇼걸들 사이에 둘러싸이면 엘빈은 곧바로 가수 자자가 되어 좌중을 압도하지만 늘 피날레가 되면 금발가발을 벗어 던지고 자기를 보여준다.

자자와 아름다운 게이 댄서들의 가사처럼 뚱뚱한 몸매도 튀어나온 목젖도 문제가 아니다. 그저 여자여서 행복하고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출 수 있어서 무엇보다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결국 결코 평범하지 않다고 보이는 이 게이 중년 부부의 삶이 우리 삶이랑 크게 다르지 않아 관객들은 더 빠져들고 행복하다. 삶은 때론 너무나 달콤하고 행복하지만 때론 버겁고 씁쓸하고 힘들다. 그게 삶이고 그래서 라카지오폴은 눈물도 있고 웃음도 있다. 기왕 그런 삶이라면 엘빈처럼 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더 웃어보자. 

뮤지컬 라카지는 3월 8일까지 엘지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만 7세 이상 관람 가능하고 전 연령대, 성별 상관없이 추천할 만하다. 특히 밝고 쾌활한 쇼뮤지컬을 원한다면 말할 것도 없고, 기왕이면 정성화, 남경주, 김호영 배역으로 추천한다. 객석에 큰 제한은 없지만 운이 따른다면 1층 1~3열이나 오른쪽 통로석을 선택해 보시길. 특별한 추억을 말들 수 있을지 모른다. 구정기간 가족 관람으로 가장 추천하는 뮤지컬이다.

문의 1666-8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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