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관련 증상 발생 vs 안전성 보장됐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디즈니랜드에서 홍역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졌다.

지난해 17일부터 20일까지 디즈니랜드를 찾았던 방문객 가운데 45명이 집단으로 홍역에 감염된 것이다. 보건당국은 한 필리핀 여행객이 이 기간에 디즈니랜드를 다녀가면서 홍역 바이러스를 퍼트린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홍역 환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홍역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거나 면역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영유아라는 점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홍역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 확산되면서 소아 예방접종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조사에 따르면 2014년 홍역 환자가 554명으로 예년수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우리나라도 국가예방접종을 실시함에도 홍역 감염자 수가 늘고 있는만큼(2014년 7만6102건-〉2013년 5만 7969건, 질병관리본부) 발표된 논문의 근거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논란이 돼왔던 홍역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다시금 점검해보기로 했다.

위장병학자의 논문 한편, 논란의 중심에 서다

처음 홍역백신과 자폐증의 상관관계를 주장해 의학계로부터 논쟁거리를 제공한 이는 영국 위장병학자 Andrew Wakefield 박사다.

1998년 Wakefield 박사는 Lancet 에 게재된 연구결과를 통해 홍역 백신을 접종받은 소아 12명에서 자폐증 관련 증상 또는 염증성 대장염을 동반했다고 발표했다(A. J. Wakefield et al 1998).

▲ 1998년 Wakefield 박사는 Lancet 에 게재된 논문이다. 현재는 철회된 상태.

당시 이 논문이 발표되면서 백신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실제로 2008년 유럽에서 소아 백신 접종률이 급격이 감소해 홍역, 풍진 등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영국도 풍진 환자만 70% 가까이 증가했다.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커지자 2008년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한 결과 홍역 백신이 자폐증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MRC는 보고서는 통해 "자폐증은 여러가지 원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데 그 중 유전적인 요인이 가장 크다. 여러 유전자가 상호작용해 자폐증이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단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구체적인 성격은 아직 규명하지 못했다고 보고서는 말했다. 여기서 환경적 위험 요인으로는 식사습관, 약물, 독성물질, 감염 등이 제시됐다.

하지만 이러한 위원회의 공식 발표에도 문제가 사그러들지 않자 2010년 영국 일반의학위원회(GMC)가 특별 조사를 실시했다.

GMC는 조사결과 Wakefield 박사가 윤리적으로 허가를 받지 않고 소아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해, 의사의 신분으로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판단하에 논문 발표를 최종적으로 철회했다. 이와함께 그해 말 GMC는 박사의 부정행위를 유죄라고 결론짓고 의사자격을 박탈했다.

그때까지 홍역 백신이 소아 자폐증과 염증성 장염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12가지의 대규모 역학연구를 시행해 백신의 안전성을 입증했다(J. S. Gerber and P. A. Offit 2009).

가톨릭의대 최정현 교수(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는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에 대해 이전에 백신에 포함된 티메로살이 소아 자폐증 또는 신경발달장애와 연관이 있다고 언급됐지만, 자료를 종합한 결과 티메로살이 신경독성을 일으킨다는 명확한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럼에도 일부 상황에서 투여되는 총량이 미국 정부가 인정한 양보다 더 많을 수도 있어 미 보건관련 기관들이 소아용 백신에는 티메로살의 사용을 중지할 것을 권고했다"면서 "이후로 제조회사들이 점차 일회용 바이알로 교체하면서 미국에서는 적어도 7세 이하 소아에게 사용하는 백신에서는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성인용 백신에서만 보존제가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최신 연구에서도 자폐증 및 염증성 장염 연관성 사실무근

이러한 백신의 안전성 논란 속에 전문가들은 현재까지도 백신접종의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특히 최장기간의 추적관찰 연구과 새해 첫날 Pediatrics 에 공개됐다. 키아지퍼머넌트백신센터(Kaiser Permanente Vaccine Study Center) Nicola P. Klein 박사팀이 홍역 백신의 안전성 및 효능을 입증한 12년 추적관찰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Klein 박사는 Pediatrics 1월 5일자에 게재된 연구결과를 통해 "2000년부터 20012년까지 홍역 백신이 포함된 예방접종을 받은 생후 12~23개월 소아를 대상으로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주요 신경학적 장애 발병 위험도를 전혀 일으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대상군을 홍역·볼거리·풍진·수두 백신이 포함된 MMRV 복합 백신을 맞은 소아 12만 3200명과 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이 포함된 MMR 복합 백신과 수두 백신을 따로 접종받은 소아 58만 4987명으로 각각 분류해 백신을 접종받은 후 부작용 등이 나타나지 않았는지에 대해 관찰했다.

그 결과 두 백신을 접종받은 대상군 모두에서 신경학적 장애를 비롯한 혈액 및 면역 시스템 이상(면역혈소판감소자색반병, 관절염, 과민증, 기능장애,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등) 발병위험도가 높아지는 등의 부작용 등이 나타나지 않았다.

Klein 박사는 "백신 접종 후 7~10일 후 고열 심하면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희박하다"면서 "이번 연구에서도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이 거의 제로 수준이였다"며 홍역 백신 등의 안전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지난해 호주 연구진도 홍역 백신과 자폐증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14년 5월 호주 시드니 대학 Guy Eslick 교수팀이 MEDLINE, PubMed, EMBASE 등에 등재된 메타분석 자료 가운데 예방백신과 자폐증 또는 자폐스펙트럼장애(ASD)의 연관성을 알아본 연구를 추려내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여기에는 소아 125만여 명의 소아를 분석한 코호트 연구 5개, 9000여 명의 소아가 포함된 무작위 연구 5개가 함께 포함됐다.

분석결과 홍역 백신이 포함된 MMRV 복합 백신 또는 MMR 복합 백신이 자폐증(OR: 0.99; 95% CI: 0.92 to 1.06) 및 ASD (OR: 0.91; 95% CI: 0.68 to 1.20) 발병을 유발시킨다는 사실과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홍역 백신을 접종받은 소아에서 자폐증 발병 위험도가 높다고 보고한 논문들도 함께 검토했지만,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 할만한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 교수도 "백신은 치료제가 아닌 예방약제로 안전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접종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백신의 효과는 제형, 접종자의 연령, 기저질환 유무 등에 따라 다른데, 안전성의 경우 극히 적은 중증부작용의 발현빈도보다 접종으로 인해 이득을 보는 소아 및 성인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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